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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BUS 2024]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교수 “의사는 규제보다 환자 생명이 먼저다”

기사입력 2024.09.18 14:19
의사가 환자 살릴 방법 있는데 활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
의료데이터 규제, 올바른 균형 찾는 국가가 의료 AI 선진국
  •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의료 AI 강국이 되려면 데이터 규제와 활용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원 기자
    ▲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의료 AI 강국이 되려면 데이터 규제와 활용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원 기자

    의사 입장에선 의료 데이터 규제보단 환자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컨퍼런스 ‘AI BUS’ 연사로 나서 의료데이터 규제 문제에 조약돌을 던졌다. 유럽연합(EU)이 AI 법을 발표하고, 미국 등의 국가도 AI 규제법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올바른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의료 AI 발전의 핵심인 데이터 활용에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AI를 비롯해 디지털 기술이 충분히 발전했지만, 데이터 규제로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의사는 환자를 살릴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윤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산업 진흥과 규제. 현재 AI 분야에서 논란되는 요소다. EU는 세계 처음으로 AI 법을 발표하며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미국은 AI 기업과 기술을 많이 보유한 만큼 규제보단 산업 진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 교수는 “유럽은 규제로 인해 기술 발전에 역모션이 걸린 상황이고 미국은 규제 문제에 비슷하지만 다르게 접근하는 분위기”라며 “한국은 이 가운데서 어떤 길을 걸을지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한국은 의료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고, 의료보험과 같은 좋은 제도도 갖추고 있다”면서 “우리는 의료 AI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충분한 자격요건이 있으므로 우리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의료 AI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카드로 의료데이터를 꺼냈다. 의료데이터는 AI 기술 발전의 연료가 되는 요소다. 그만큼 다양하고 가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가 있는 민감 데이터이기 때문에 공유가 어렵다.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이를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은 유럽의 규제를 가져와 비유럽 국가보다 심한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 가명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데이터 가명화는 환자 데이터를 식별하지 못하게 가리면 환자 동의 없이 데이터를 쓸 수 있게 마련했다. 그런데 이 사용과정에서 데이터가 식별되면 가명화 주체가 법적인 책임을 지게끔 규제하고 있다. 병원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문제에 병원이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병원은 데이터를 판매해 돈을 버는 주체가 아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인데, 이를 책임지라고 하면 병원이 위험 부담을 안고 데이터를 공유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이 영리 집단이 아닌데,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면 병원장 입장에선 당연히 데이터 공유를 잠글 수밖에 없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오래된 개인정보법을 개선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AI 강국이 되려면 데이터 규제와 활용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만드는 국가가 미래 의학 분야 리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강연 후 열린 패널토론 자리에서도 의료데이터 규제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당연히 데이터 공유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이 돼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보호만 해서는 의료 AI 기술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장을 담그면 구더기가 생길 수 있다”면서 “그 구더기를 5%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현재 진행하는 의료데이터 추진 방향은 구더기가 한 마리도 살지 못하게 화학물질을 뿌리는 상황과 비슷하다”면서 “화학비료 때문에 사람도 해가 될 수 있으므로 100% 규제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I BUS는 ‘AI 부산(BUSAN)’의 약자로, 부산시가 AI 신산업을 이끄는 첨단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마련한 컨퍼런스다. THE AI, 부산대, 부산대병원, 부산대 AI대학원, 부산광역시 교육청, 부산대 AIEDAP 경남권역 사업지원단이 주관·주최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AI 도시 부산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의료, 교육에 관한 AI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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