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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AI 주인공”… 부산 AI 컨퍼런스 ‘AI BUS’, 소통의 장으로 도약

기사입력 2024.09.12 21:13
제2회 부산 AI 컨퍼런스 ‘AI BUS’ 성황리 개최
시민 체감 AI 융합, 의료와 교육 주제로 열려
부산 시민 “부산도 학생과 학부모 多,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
  • 최재원 부산대 총장과 정성운 부산대병원장, 서용철 부산과학기술교육진흥원장, 송길태 부산대 AI융합혁신대학원장, 황민수 THE AI 대표 등 관계자들이 AI BUS 2024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 최재원 부산대 총장과 정성운 부산대병원장, 서용철 부산과학기술교육진흥원장, 송길태 부산대 AI융합혁신대학원장, 황민수 THE AI 대표 등 관계자들이 AI BUS 2024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부산 시민과 AI 현황을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AI BUS 2024’ 컨퍼런스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 분야인 의료와 교육을 주요 안건으로 다룬 이번 컨퍼런스에선 일반 청중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실제 연사와 패널들을 향한 질문도, 협업에 관한 논의도 많았다.

    12일 부산 벡스코에선 ‘AI 도시 부산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AI BUS 2024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AI BUS는 ‘AI 부산(BUSAN)’의 약자로, 부산시가 AI 신산업을 이끄는 첨단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마련한 컨퍼런스다. THE AI, 부산대, 부산대병원, 부산대 AI대학원, 부산광역시 교육청, 부산대 AIEDAP 경남권역 사업지원단이 주관·주최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이했다. 

    이번 행사는 의료 AI와 교육 AI를 주제로 나눠 진행했다. 오전에는 의료 AI를 중점으로, 오후에는 교육 AI를 중점으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개회사를 맡은 최재원 부산대 총장은 “지역 대표기관인 부산대, 부산대병원, 교육청 등 유관기관이 힘을 모아 디지털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번 AI BUS 2024 컨퍼런스가 지역 내 의료, 교육에 적용되는 AI에 관한 새로운 시각과 비전을 공유하고 마음을 모으는 소중한 시간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환영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부산에서 열리는 AI BUS를 통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협력해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정부·대학·병원·기업, 의료 AI 발전 함께 모색

    오전에 열린 의료 AI 행사에선 고형우 보건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과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박재현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 이승빈 마크로젠 기술전략실장,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연구소장이 연사로 참여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환영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부산에서 열리는 AI BUS를 통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협력해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환영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부산에서 열리는 AI BUS를 통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협력해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고형우 보건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계획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 사업을 소개했다. 의료 AI 연구개발 로드맵(2024~2028)을 의료현장의 요구와 기술개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술과 현장이 조화롭게 융합‧진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으로서 건강정보 고속도로 사업을 활성화하고, 국가 통합바이오 빅데이터 등 데이터 활용의 기반이 되는 주요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병원에선 의료 AI 발전을 위해선 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에서 진보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잠그기만 하지 말고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의료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고, 의료보험과 같은 좋은 제도도 갖추고 있다”면서 “우리는 의료 AI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충분한 자격요건이 있으므로 유럽처럼 과도한 규제보다 데이터를 올바르게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료 AI가 발전하려면 데이터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 서비스 간 연결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병원, 보험사, 요양원 등이 다 연결된다면 사용자는 여러 서비스에 신청하고 상담할 필요가 없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AI 기술은 여러 데이터, 서비스와 통합하고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등을 모두 처리하는 멀티모달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며 “의료 분야도 여러 데이터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기업들도 이와 유사하게 디지털 헬스 기술을 실제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연결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발한 기술을 소비자가 이용하기 좋은 환경에서 제공해 의료 민주화를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꺼낸 카드가 스마트폰이다. 이승빈 마크로젠 기술전략실장은 누구나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면 개인 맞춤형 의료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 분야 기술이 발전하고 그만큼 가격은 낮아졌기 때문에 이제 디지털 의료 혁명을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스마트폰과 같은 도구에 결합한다면 진정한 의료 민주화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의료 세션 후 연사들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 의료 세션 후 연사들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카카오헬스케어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환자 의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을 예약하고 문진하고 이동하는 절차 등을 모두 카카오 서비스 내에서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하겠단 구상이다. 병원 예약과 문진 등의 서비스를 카카오톡에서 이용하고, 카카오T와 연결해 교통편을 예약하고, 추후 보험 청구까지 카카오 서비스를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단, 건전한 시장 형성을 위해 스타트업 서비스가 진출하지 않은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연구소장은 “우리는 기술로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환자들이 병원 예약과 진료에서도 환자들이 편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병원과 기업이 협력을 직접 모색하기도 했다. 강연 후 열린 패널토론 자리에선 부산대병원은 마크로젠 등 기업에 협력 방안을 함께 찾자고 했다. 부산대는 이미 의료데이터 구축 등에 앞서고 있으니 기업과 함께한다면 기존보다 고도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성상민 부산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많다”면서 “앞으로 함께 할 방안을 지속 모색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AI 디지털교과서, 교사와 학부모 함께 논의

    오후 세션에선 AI 교육을 주제로 한 세션이 마련됐다. 송길태 부산대 AI융합혁신대학원장의 환영사로 시작한 세션에선 현재 교육 현장에서 화제인 AI 디지털교과서에 관한 내용과 더불어 에듀테크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성인, 학생 대상 AI 교육들이 소개됐다. 연사로는 정광훈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디지털교육본부장, 박수홍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신해동 패스트캠퍼스CIC 대표,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부문 대표, 현준우 아이스크림미디어 부대표 등이 나섰다.

  • 송길태 부산대 AI융합혁신대학원장이 2부로 진행된 교육 세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 송길태 부산대 AI융합혁신대학원장이 2부로 진행된 교육 세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정광훈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디지털교육본부장은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현장의 오해를 해명했다. 많이 얘기가 나오고 있는 디지털 기기 이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교육용 기기와 일반 기기를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는 학업 성취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교육용으로 사용한다면 학업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사례로 OECD가 3년 주기로 발표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를 소개했다. 여기엔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학생보다 적절히 활용한 학생들이 오히려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는 결과가 있다. 그는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에서 혁신적인 디지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 콘텐츠의 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홍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 간 교육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듀테크는 교육과 첨단 기술의 결합을 통해, 기존 산업 구조를 넘어서는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며 “부산이 지식 산업의 메카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실질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에 AI를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교사와 학생을 위한 AI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고 효율성을 높인 사례를 발표했다. AI 시대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만큼, 디지털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성인 AI 교육 과정도 있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선 여러 의견이 오갔다. 이날 참여한 교사와 학부모는 특히 AI 디지털교과서에 의문을 표했다. 한 학부모는 “AI 디지털교과서의 효과를 아직 알 수 없다”며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교육을 바꾸는 것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스마트폰 수거인데, 디지털 기기를 제공하면 과연 교육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검증도 되지 않은 교육을 도입하는 것은 학부모 입장에서 큰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AI 디지털교과서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최근 딥페이크 문제로 인해 학교에선 디지털로 기록된 학생들의 사진을 다 지우고 있다”면서 “AI 디지털교과서가 이러한 디지털 문제에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사가 교실에 있는 것은 학생들을 직접 보고 살피기 위함인데, 이를 비전 AI로 바꾸면 실질적인 케어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질문에 대해 연사들은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이 크다고 해명했다. 정광훈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디지털교육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지만, 디지털 기기 이용이나 디지털 범죄 문제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해가고 있다”며 “일괄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소통해가며 점차적으로 적용해갈 예정”이라고 했다.

  • AI BUS 2024 컨퍼런스 행사 모습. /김동원 기자
    ▲ AI BUS 2024 컨퍼런스 행사 모습. /김동원 기자

    이번 컨퍼런스는 이러한 현장과의 소통이 있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행사가 끝난 후 한 학부모는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 컨퍼런스는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창구가 돼 좋았다”며 “부산에서도 학부모와 학생이 많은 만큼 이러한 소통 자리가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도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가 변화하는 과정을 알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부산에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줘 고맙다”고 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황민수 THE AI 대표는 “AI 컨퍼런스가 최근 많이 증가했지만, 자세히 보면 다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일방적으로 AI를 강연하는 것보단 사용자가 주체가 돼 AI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대, 부산대병원 등과 함께 한 이번 행사는 시민들이 AI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주제로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점을 중시했다”며 “AI 기술의 주체는 국민인 만큼, 모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좋은 행사를 지속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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