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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T Week in 부산] AI 디지털교과서, 교사들의 생각은?…“현장 모르는 상상 VS AI 시대 긍정적 변화”

기사입력 2024.09.12 19:50
부산광역시교육청 AI 교육관에서 만난 현직 교사들
“AI 시대에 맞는 변화 필요하지만, 현장 반영이 관건”
“교육 트렌드 쫓다 본질 잃을 수 있어”
  •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선생님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사진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K-ICT Week in 부산’ 부산광역시교육청 AI 교육관에서 한 학생 관람객이 코딩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구아현 기자
    ▲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선생님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사진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K-ICT Week in 부산’ 부산광역시교육청 AI 교육관에서 한 학생 관람객이 코딩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구아현 기자

    내년부터 공교육에 도입되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부산에서 만난 교사들은 AIDT에 대해 현장 상황을 모르고 상상을 펼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반면 AI 시대 긍정적 변화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된 교육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옹호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11일 방문한 ‘2024 K-ICT Week in 부산’ 부산광역시교육청 AI 교육관에서 부산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을 만나 AIDT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26개 학교가 참가해 부스에서 AI 융합 교육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체험 프로그램을 선생님과 학생들이 협업해 운영했다. ‘2024 K-ICT Week in 부산’은 10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 AIDT, 교육 현장 목소리 반영 부족

    이날 만난 초등학교 교사들은 AIDT를 반대하며, 학생들에게 줄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AIDT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김석혁 용수초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맞춤형 교육 기대는 환상에 가깝다”며 “종이에 글을 쓰고 지우는 과정이 중요한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디지털 교재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 교사가 부족해 초등학교에서는 체계적인 AI 교육이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초등학교에서는 AI 관련 교육은 실과를 통해 17시간 할 수 있지만 교육 실수도 한없이 부족하다”며 “중학교는 정보 교사가 있어 체계적인 수업이 이뤄지지만, 초등학교 담임을 병행하기 때문에 일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보장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적 중심 아닌 현장에서 AIDT를 교사가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AIDT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아이들 가정에 디지털 환경이 다르고 USB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가득하다”며 디지털 격차 문제를 언급했다. 이어 “현장과 거리가 먼 탁상행정이라고 생각한다”며 “AIDT를 실적 중심이 아닌 현장 중심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단 이미 스마트폰, 사이버 중독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AIDT 같은 디지털 도구를 수업에서 적용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K-ICT Week in 부산’ 부산광역시교육청 AI 교육관에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구아현 기자
    ▲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K-ICT Week in 부산’ 부산광역시교육청 AI 교육관에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구아현 기자

    ◇ “트렌드 쫒다 교육 본질 잃을 수 있어”

    교육부가 트렌드에만 치중하다가 교육 본질을 잃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나라 교육은 트렌드를 쫓아가면서 교육 본질을 놓치고 있다”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정부가 현장의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AIDT가 교사의 업무를 줄여주고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과가 어떻게 나온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품었다. 이어 “AIDT가 도입되면 선생님들은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초등학생들은 지도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도 많다”고 우려했다.

    ◇ “맞춤형 교육 얼마나 가능한가”

    학생 데이터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박수근 좌천초 교수 “맞춤형 교육이 되려면 먼저 학생들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맞춤형 문제 추천 정도는 사람들이 기대할 정도의 AI 디지털교과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민아 교사는 “기존에 기업에서 제공했던 AI 프로그램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AI 디지털교과서에서 어떤 AI 기능이 들어있고 그 기능이 기존 에듀테크 업체에서 서비스하는 AI 교육 서비스와 얼마나 차이가 있고, 차별화됐는지 그리고 교과에 적용이 됐을 때 학생들에게 큰 차이를 느낄 수 있게 할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실체가 없는 AIDT로 인한 우려도 있다. 황병조 이사벨중 교사는 “내년에 도입된다는 데 아직 AIDT 실체가 없다”며 “지금 만들어서 교육받고 하는 데 일정이 빠듯해 걱정이다”고 말했다.

  • 10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K-ICT Week in 부산’ 부산광역시교육청 AI 교육관에서 학생들이 AI 교육 체험을 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 10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K-ICT Week in 부산’ 부산광역시교육청 AI 교육관에서 학생들이 AI 교육 체험을 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 “AI 교육, 시대적 흐름에 맞춰 학교에서부터”

    AI 교육의 중요성을 AIDT 도입으로 알려야 한다는 긍정적인 견해도 있다. 최성우 동신중 교사는 “전 세계적으로 AI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AI 중요성을 학교에서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DT 도입은 AI가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 흐름에 맞다”며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했고 원격 수업에 적응한 것처럼 AIDT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AIDT에 대한 선생님들의 우려가 크다”며 “장기적인 AIDT 취지에 맞게 선생님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학생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박진재 동래고 학생은 “AI가 세계 추세이고 AI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며 “AIDT가 도입되면 지금보다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경민 동래고 학생은 “인구가 줄어 반에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AIDT가 필요할지 모르겠다”며 “AIDT가 선생님의 관심보다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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