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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때 인공심폐 보조장치(ECMO, 에크모)를 빠르게 시행할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상욱·심지훈 교수팀(이하 연구팀)이 최근 5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 1,950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도중 에크모를 도입한 시간에 따른 생존율 차이를 분석한 결과, 조기에 에크모 치료가 이뤄진 환자들이 좋은 생존 예후를 보인 것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행해도 호흡과 혈액순환이 회복되지 않으면 환자가 소생할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에크모 도입이 빠를수록 환자의 호흡·혈액순환 개선이 좋아져 예후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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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19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 1,95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심폐소생술 도중 에크모 치료를 받은 198명의 환자를 에크모 도입 시간에 따라 ▲20분 이내 ▲20~40분 ▲40분 초과 그룹으로 분류했다.
심폐소생술부터 에크모 도입까지의 시간과 사망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에크모 치료가 20분 이내에 이뤄진 그룹에서는 30일 이내에 사망한 비율이 23.2%로 나타났다. 하지만 40분 이상 시간이 지난 후에 에크모를 시행한 그룹에서는 30일 이내 단기 사망률이 37.4%로 높았다.
연구팀은 해당 결과가 심폐소생술 후 에크모 개입 사이의 시간이 40분을 넘기면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이번 연구가 심폐소생술 중 에크모 조기 도입의 중요성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내과학 분야 학술지 ‘내과학저널(The Journal of Internal Medicine, 피인용지수 9.0)’ 최신 호에 게재됐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심폐소생술 시작과 에크모 도입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심폐소생술 도중 에크모 사용은 병원 내 심정지 환자의 체내 순환을 개선하고 환자의 신경학적 예후를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심지훈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다만 외상 환자나 약물 중독 환자, 심각한 뇌 손상 의심 환자, 말기 암 환자 등의 환자는 에크모를 시행해도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 지속적인 심폐소생술에도 자발 순환이 회복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에크모 치료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