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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저하하는 ‘밀 알레르기’, 경구면역 요법으로 안전하게 완화 가능

기사입력 2024.09.07 06:00
  • 밀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으로 인해 발진, 가려움증, 호흡곤란 등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밀 알레르기가 있더라도 잘 준비한 경구면역 요법을 이용하면 효과적이면서 안전하게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빵, 면, 과자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식품을 통해 유발하는 알레르기는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언제 어떤 식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게 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저하한다.

    이에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지 ·김지원 교수, 고신대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민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5년 10월에서 2022년 7월 사이 밀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3세에서 17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밀 알레르기 극복을 위한 경구면역 요법을 시행했다.

  •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경구면역 요법은 삶은 면 유발검사를 통해 밀 단백질 섭취량에 따른 알레르기 반응 정도를 살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면 섭취량을 바탕으로 초기 섭취량을 결정하고, 이후 3g(밀 단백질 기준 90mg)에 도달할 때까지 3~7일 간격으로 면 섭취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참가자 50명에게는 경구면역 요법을 시행했으며, 나머지 22명은 대조군으로 선정하여 밀 알레르기 반응의 완화 정도를 관찰했다.

    경구면역 요법의 단백질 초기 섭취량 및 증가량은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개인에 맞게 신중하게 결정했다. 면은 끓는 물에 5분 동안 충분히 익히고, 소수점 아래 두 단위까지 정확한 측정이 가능한 저울을 사용해 먹는 양을 철저히 계량하도록 교육했다. 또한, 참가자의 보호자에게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주의와 증상 관리, 응급대처에 필요한 에피네프린 주사 방법을 교육하고, 증상 일지를 작성하면서 필요시 의료진과 상의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최종 목표 섭취량인 삶은 면 80g(밀 단백질 2,400mg)까지 기존 용량보다 매일 5% 또는 매주 25%씩 더 섭취하게 했다. 밀 단백질 섭취 목표량 2,400mg이 넘어서면 유지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최소 12개월 동안 일주일에 4번 이상 1회 섭취 가능량의 밀이 포함된 음식을 꾸준히 먹게 했다.

    그 결과, 경구면역 요법을 받은 소아·청소년 50명 중 82%에 해당하는 41명에게서 경구면역 요법 시행 9개월(중앙값) 만에 알레르기 증상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조군에서는 22명 중 1명(4.5%)만 알레르기 증상이 자연적으로 소실됐다.

    연구팀이 경구면역 요법 시작 당시와 섭취량 증가를 모두 달성한 시점에 시행한 혈액검사를 비교한 결과, 참가자들의 면역 관련 수치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알레르기 반응과 관련 있는 수치(IgE)가 오히려 증가하고, 다른 지표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한 환자들(오렌지색)은 82%(41명/50명))가 밀 알레르기의 위험에서 벗어난 반면, 대조군(남색)은 4%(1명/22명)에 그쳤다. /이미지 제공=삼성서울병원
    ▲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한 환자들(오렌지색)은 82%(41명/50명))가 밀 알레르기의 위험에서 벗어난 반면, 대조군(남색)은 4%(1명/22명)에 그쳤다. /이미지 제공=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가 지속적인 밀 섭취로 면역글로불린(IgG4) 수치가 증가해 밀에 대한 항체가 생성돼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한 것이라며, 호산구 수치도 감소해 면역 체계가 적응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구면역 요법에 따른 알레르기 반응 보고 회수는 인당 2번 정도로,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상은 가려움증과 같은 피부 증상이 가장 많았다.

    또한, 경구면역 요법에 따라 삶은 면을 늘려 먹는 단계가 끝나고 안정화와 유지 단계를 거친 참가자 대부분(44명, 88%)은 밀의 형태나 종류와 상관없이 용량 제한을 두지 않고 섭취할 수 있었지만, 대조군은 여전히 90%(20명) 가량이 밀 섭취에 제한을 받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시아 태평양 알레르기 면역 학술지(ASIAN PACIFIC JOURNAL OF ALLERGY AND IMMUNOLOGY, IF=5)’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고무적”이라면서도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 없이 임의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천식이 동반된 경우나 면역 혈청학적 검사가 부적합한 경우에는 경구면역 요법의 실패 가능성이 높고,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참가자 50명 중 15명, 30%에서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어, 전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의료진의 교육과 초기 대처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김지현 교수는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 및 전문적인 교육에 따라 집에서 편안한 방법으로 밀 알레르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되면 최소한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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