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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티니핑' 시리즈를 접한 건 딸을 통해서였다.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된 '캐치! 티니핑'에서는 원더핑, 라라핑, 믿어핑, 조아핑, 행운핑 등 현재까지 시즌 4에 이르기까지 많은 감정, 음식, 행동 등에서 비롯된 티니핑들이 등장했다. 지구에서 크고 작은 소동을 일으키는 티니핑들을 이모션왕국의 로미공주가 잡는(캐치) 이야기가 중심축이었다.
지난 7일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은 '캐치! 티니핑'의 시즌 1부터 4까지 유일하게 변함없이 등장한 티니핑, 하츄핑과 로미공주의 첫 만남이 담겼다. 배경은 이모션 왕국이다. 10살이 된 로미공주는 자신의 짝꿍 티니핑을 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그리고 우연히 책에서 본 하츄핑을 '처음 본 순간' 자신의 짝꿍 티니핑이될 것을 예감하고, 로미 공주는 자신을 말리는 부모님과 왕국의 사람들을 뒤로하고 모험을 떠난다. 이는 개봉 첫 주가 지난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44만 748명의 관객 수를 돌파하며 '사랑의 하츄핑'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14일, 쇼박스 본사에서 만난 김수훈 감독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다. -
Q. '사랑의 하츄핑'이 개봉 첫 주 44만 관객 수를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소감이 궁금하다. 호평이 많은데,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좋아해 주시니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실사 영화랑 비교할 수 없는 타깃이다. 다양한 의견이 오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고, 생각했던 것보다 리뷰나 반응은 되게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무섭다, 이런 것들의 수위나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에서 필요한 이야기였다. 로미공주가 하츄핑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10살 소녀가 하츄핑을 위해 목숨 걸고 들어가는 이야기다. 얼마나 무섭겠냐. 관객도 그 무서움을 같이 느끼며 공감해야, 이후에 소중함을 알게 될 것 같았다. 아마 TV 애니메이션으로 했으면 불만이 더 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극장은 부모가 같이할 수 있는 공간이고, 손잡고, 안아줄 수 있는 공간 아닌가. 끝까지 보신 분들이 '울면서도 재미있어 한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에 만족하고 있다."
Q. 10살인 로미 공주와 하츄핑의 첫 만남을 극장판의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을까. 더불어 나이를 10살로 설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무조건 영화를 만들면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둘이 어떻게 만났을까?'에 대한 걸 궁금해할 것 같았다. 저 역시도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가 어찌 보면 사춘기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뭔가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나이로 생각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부모는 못 하게 하고 본인은 스스로 해나가려는 의지를 가진 나이대로 생각하고 설정했다." -
Q. TV 애니메이션은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극장판은 이모션 왕국을 배경으로 한다. 분명한 차별의 지점을 둔 이유도 궁금하다.
"이 애니메이션은 처음 만들 때 '가족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족물이라는 장르가 굉장히 어렵다. 아이들, 어른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인어공주'라는 책을 아이들 용으로 보면 되게 동화책처럼 볼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실제로 영화에 나오면 진지해지고, 어른도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그 핵심은 감정의 폭이다. 그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지의 이야기다. 감정의 깊이를 어디까지 가져갈지 고민했다. 로미가 처음 하츄핑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 지점에서 사람이 공감하지 않으면 이 이야기는 몰입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노래를 선택했다. 노래를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아이들이 아닌,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강도로 만들었다. 그 부분이 굉장히 힘들었다. 음악을 들으면 왜 저렇게까지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 부분에서 감정 몰입이 안 되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없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감정을 깊이 있고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Q. 리암 왕자의 등장도 새롭다. 어른들에게는 '백마 탄 왕자님'이라는 설정을 살짝 비튼 듯한 즐거움을, 아이들에게는 왕자님이 말이 되는 신기함을 준 설정이다.
"로미가 이모션왕국의 공주이고,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누군가 도움을 줘야 하는 역할이 필요했다. 왕자 캐릭터가 그걸 해준 사람이 멋있어야지 사람들이 몰입하고 멋있을 거라 생각했다. 왕자 역할이 중요했다. 트러핑과 왕자의 오해 때문에 마법에 걸리고, 그런 과정이 있기에 중요한 역할도 해야 했다. 우리가 왕자를 생각하면 말을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시면, 도움을 줘야 한다. 계속 불도 나고, 성에도 가야 하고, 그런데 로미는 혼자 있고, 갈 수 없지 않나. 그 역할을 해줄 적합한 캐릭터가 말이라고 생각했다." -
Q. 로미 공주와 리암 왕자의 비주얼도 화제가 됐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설레기에 충분했다는 호평이 많다. 계획된 지점인가.
"의도된 연출이다. 명확하게 계산했다(웃음) 영화는 기본적으로 즐겁고 관객을 만족시켜 줘야 한다. 아이돌 같은 왕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다. 모티브가 된 특정 아이돌은 없지만, 보편적인 여러 아이돌을 상상하며 만들었다."
Q.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티니핑을 보는 TV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과 달리, 극장판에서는 새롭게 '트러핑'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기존 캐릭터인 로미와 하츄핑에 집중했다. 기존 팬들에게는 호불호가 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사실 처음 극장판을 기획할 때는 다른 여러 티니핑들이 있었다. 로미가 짝꿍 티니핑을 선택하는 서사도 길었다. 초반 설정에는 마법에 걸린 티니핑도 두 개 정도 등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미가 하츄핑을 사랑하는 처음, 그 첫사랑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몰입해야 했다. 그 부분을 과감하게 도전했다." -
Q. 메인 O.S.T '처음 본 순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기존 애니메이션 노래들은 번역된 버전을 들어서 어색함이 있었는데, '처음 본 순간'은 오리지널이라 호평이 더해지는 것 같다.
"한국적인 감성을 만들어야 했다. 디즈니 쪽은 감정의 폭이 우리에 비해 격하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음악을 만들어본 적도 없었다. 뮤지컬 장르로 하니 감정이 과장된 느낌이 들었다. 톤 앤드 매너를 잡는 게 힘들었다. 우리가 듣던 발라드 같은 느낌이 필요했다. 등장하는 곡 속에 발라드, 왈츠, 뮤지컬 같은 느낌을 담아서 여러 요소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으로 선택했다. 생각보다 한국이 음악을 만드는 수준이 높다. 유명한 작곡가가 아님에도 감동적인 곡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Q. O.S.T '처음 본 순간'을 부른 주인공으로 그룹 에스파의 멤버 윈터를 발탁한 것과 관련된 이야기도 궁금하다.
"'처음 본 순간'이 가장 중요한 곡이었다. 만들 때부터 '가장 중요한 곡'이라고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 그 곡이 탄생하면서부터 영화에 확신이 들었다. 첫음절이 나오는 게 엄청 중요하다. 윈터가 부른 걸 듣고 너무 좋았다. 윈터의 캐스팅과 관련해서는 쇼박스 쪽에서 섭외를 잘 해주셔서 만족하고 있다." -
Q. TV 애니메이션과 같은 성우진을 선택한 것도 신의 한 수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고민이 없었다. 워낙 잘하시는 프로페셔널한 분이다. 그리고 저와 4년이나 함께하고 있다. 극장판 작업을 할 때 더빙을 먼저 했다. 연기를 워낙 잘하셔서 굉장히 도움이 됐다. TV 프로덕션 때는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서 할 수 없는 도전을 했다. 디즈니처럼 시도해 봤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Q. TV 애니메이션에 이어 극장판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캐치! 티니핑'의 성공 요인이 있을까.
"처음 TV 시리즈 만들 때부터 성공을 예상한 건 아니었다. 장르물에 요정물을 섞은 혼합 장르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을 20여 간 만들었지만, 여아 물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예뻐야 하고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 머리카락 느낌도 살려야한다. 기술적 문제도 있었다. 남아 물은 어찌 보면 심플한데, 여아 물은 생각보다 스토리가 디테일하고 감성적인 지점도 들어간다. '티니핑'을 만드는 게 어려웠다. 그게 사실 어렵다. 없는 거지 않냐. 강아지, 곰 이러면 쉬운 데 없는 요정을 만들어야 하니 어려웠다. 하지만 특정한 감정을 넣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처음에는 접근이 어려운데 한 번 알면 쉬워진다. 친구들, 부모와 대화할 거리도 많아진다. 그런 즐거움을 찾아가는 부분도 있다. 인간은 소유의 본성이 있기에, 로미공주처럼 티니핑들을 잡아서 모아야지 끝나는 심플한 구조의 이야기다. 깊이 들어갈수록 이야깃거리가 많다. 하나하나 사연이 있고, 각자 좋아하는 티니핑이 있으니 한 번 빠져들면 못 헤어나는 것 같다."
Q. '캐치! 티니핑' 시즌5가 예고됐다. 혹시 공개할 수 있는 계획이 있나.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일단은 오는 10월에 방송 예정이다. 더 재미있게 나올 예정이다. 기대 해달라."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