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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과 '빅토리'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가 생각난다. '승리'라는 것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물질적인 성공이 아닌, 각자 삶에서의 승리를 떠올리면 어떨까 싶었다. 그런 것들이 모여 조금씩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빅토리'에서 필선 역을 맡은 배우 이혜리가 언론시사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제목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영화 '빅토리'의 언론시사회에는 오늘(5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혜리를 비롯해 배우 박세완, 이정하, 조아람, 그리고 박범수 감독이 참석했다.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박범수 감독은 영화 '빅토리'에 "응원"을 담고 싶었다. 그는 "지금같이 응원이 필요한 시기에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을 응원하고 나 자신도 응원하면 좋겠다는 것이 드리고 싶은 메시지였다. 그 외에도 여러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8~90년대가 드라마, 예능에서 희화돼 소비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 당시를 살아온 사람으로 '그때도 멋있었다, 좋은 문화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라고 작품에 담고 싶었던 바를 설명했다. -
8~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하여가', 듀스의 '나를 돌아봐', 김원준의 '쇼' 등 당시 사랑받았던 음악들이 '빅토리'를 채운다. 그리고 댄서 지망생 '필선' 역의 이혜리는 그 음악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실제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로 데뷔한 이혜리는 "동작도 크고 그루브를 잘 타야 하는 안무라서 기본기부터 다시 배웠다. 치어리딩도 저희 사이에서는 '이거 춤 맞아? 스포츠 아냐?'라고 할 정도로,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던 장르였다. 모든 친구들이 대역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 준 것 같아서 영화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라며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이혜리는 기자간담회 초반 '고등학교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응원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질문을 곱씹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북받친 감정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저희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완벽하게 알아주신 것 같아서"라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혼자 대본을 읽을 때는 정말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그런데 전체 리딩할 때, 모든 배우가 자기 캐릭터가 되어 대사를 읽는데, 제 감정이 주체가 안 돼 리딩을 못할 정도로 벅차오르더라. 영화를 두 번 봤다. 볼 때마다 울었는데 그 부분이 다 달랐다. 저희끼리 개봉을 기다리며 '관객들에게 응원을 주고 싶다,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고 싶다, 1등이 전부가 아닌 그 이외의 것들에 대한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해 왔다. 감사하다"라며 눈물의 이유를 설명하며 작품에 대한 큰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
박세완은 필선(이혜리)의 폼생폼사 소울메이트, 미나 반점의 K-장녀 '미나' 역을 맡았다. 박세완은 옆자리에 앉은 이혜리가 눈물을 보일 때 눈이 마주친 직후 "나 보지 마!"라며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극 중 필선과 미나처럼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여전히 남다른 우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영화를 찍을 때도 미나에 빠져서 촬영했다. 저도 첫 영화를 볼 때 미나로 친구를 바라보고, 필선이를 그 시선으로 봐서 그런지, 제 영화에 오열하며 봤다. 슬픈 장면이 아님에도 9명이 다 나오면 자동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 그만큼 '정말 이 작품을 사랑하며 했구나, 애정을 담아서 했구나'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정하는 필선(이혜리)을 10년째 짝사랑 진행 중인 거제상고 축구부 골키퍼 '치형' 역을 맡았다. "치어리딩 장면에서 실제 응원을 받는 기분으로 힘든 순간이 없었다"라고 '빅토리'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물씬 받은 이정하는 무려 10년 동안 필선을 짝사랑한 치형의 마음에도 어렵지 않게 이입할 수 있었다. 이정하는 "마음보다 알아서 따라온 것 같다. 현장에서 이혜리가 잘 챙겨줬다"라고 호흡을 전했다. 작품 속에서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스케치북 프러포즈를 필선에게 전하기도 한다. 이정하는 "너무 설렜다. 스케치북 한 장씩 넘기며 감정이 잘 전달되길 바랐는데, 속상했다"라고 솔직하게 당시를 회상해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으로 데뷔한 이후 '닥터 차정숙', '감사합니다' 등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조아람은 '빅토리'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조아람은 서울에서 전학해 온 경력직 치어리딩 FM 리더 '세현'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으로 또래 배우들과 함께한 작품이었고, 첫 학원물이기도 했다. '지금 촬영 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예쁜 추억이 많다. 장면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뭉클했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빅토리'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혜리, 박세완, 조아람 외에도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염지영, 이한주, 박효은이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로 활약한다. 이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영화 속에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박범수 감독은 "긍정적 에너지의 배우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배우의 결이 같지 않고, 알록달록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매력과 외모, 연기력 등을 검증해 오디션을 봤다. 현장에서 노련한 선배들이 리드를 잘 해준 것 같다. 현장에서 즐겁게 잘 화합한 것 같다"라고 캐스팅에 만족도를 전했다. -
또한 쿠키영상으로 새로운 '밀레니엄 걸즈'의 오디션장에 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미연이 등장한 것과 관련 "교복이 잘 어울리면서 신입생 느낌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알아보실 수 있게 임팩트가 있기를 바랐다. 이혜리 배우가 친분으로 추천해 줬고, 모든 스태프가 좋아해서 함께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빅토리'는 살아가는 모두의 오늘을 응원하는 영화다. 다양한 세대와 상황을 담으며 '응원'을 전한다. 이정하는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었다. 영화 속에서 '넌 조연이 아니고 주연이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뿐만 아니라, 제가 지나온 주변 모든 사람이 떠 올랐다. 여러분도, 시청자들도, 관객들도 알아주면 좋겠다. 우리는 주연입니다"라고 '빅토리'를 본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응원이 담긴 영화 '빅토리'는 오는 8월 14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