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희 원장·고경철 전무, AI 로봇 산업 경쟁력 확보 문제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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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인간을 닮아가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로봇 산업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언이 이어졌다. 로봇이 학습할 데이터 확보 문제, AI 기술의 안정성·신뢰성 확보, 정부 주도 로봇 산업 활성화 등 로봇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강조됐다.
16일 한국인공지능산업협회(AIIA)와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양재 엘타워에서 공동 주최한 조찬포럼에서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는 “로봇 기술의 4대 난제는 이동 기술, 물체 인식, 위치 기술, 조작 기술”이라며 “AI 기술이 이 모든 설루션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AI로 로봇이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 추론이 가능한 로봇 개발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피규어·오픈AI 협업 제작한 ‘피규어01’은 상황 인식·판단·원인 추론 등 작업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사람과 소통하면서 정확한 요구를 파악해 행동하는 것이다. 이 로봇은 지난 3월 배고픈 사람(실험자)에게 테이블에 놓인 쓰레기봉투 등 다양한 물체 사이에서 사과를 건네줘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추론해 판단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구글도 자체 제작한 로봇트랜스포머 RT2에 대형멀티모달모델(LMM)을 적용해 추론 능력을 입혔다. RT-1은 로봇이 물건을 집고, 놓고, 서랍을 여는 등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모델이고, RT-2는 로봇이 인터넷상의 이미지와 정보를 스스로 학습, 추론을 통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한 모델이다. 로봇 제어 모델 RT-1과 RT-2를 결합해 오토RT라는 로봇도 만들어졌다. 엔비디아 휴머노이드 로봇 그루트,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 AI 기술 발달로 로봇이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습득, 명령과 상황을 인지해 추론·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지능을 흉내 내고 있다.
◇ “로봇, 현실 데이터 학습할 방법 없어”
그렇다면 가속도가 붙은 로봇 산업에 허들이 되고 있는 점은 무엇일까. 이날 고 전무는 현실 데이터 확보 문제를 언급했다. 모든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중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현실 세계 데이터인 리얼월드 데이터 확보에 대한 한계가 있다. 테슬라도 자율주행 리얼월드 데이터를 확보를 중국을 통해 하고 있다. 고 전무는 “배달 로봇 한계로도 데이터 문제가 있었다”며 “카메라를 달고 현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얼굴 촬영 금지로 국내에서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아직 AI 관련 법이 없다. ‘AI 기본법(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22대 국회 5건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에 있다. AI 학습과 연관되는 데이터 사용에는 기존의 저작권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터넷 공개된 데이터,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 현실 세계 데이터 등 사용도 금지되고 있다. 물론 시뮬레이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가상 세계에서 정보 수집과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분명한 한계로 작용한다. 고 전무는 “로봇이 취득할 데이터가 별로 없다”며 “연구들도 주로 실험실에서 하고 있으며, 시뮬레이터 환경이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는가도 중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이는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활용에 대한 한계로도 꼽힌다. 현재 AI는 초거대 AI의 발전으로 모델을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데 많은 양의 데이터를 요구하고 계산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하반기 1조 개 이상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보유한 챗GPT-5를 올해 말까지 출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고 전무는 “인간의 뇌가 1000억 개의 세포와 100조 개의 시냅스로 되어 있는데 GPT-5가 1조 개 파라미터로 알려졌다”며 “인간 수준 지능형 로봇이 얼마 안 남았다”고 전망했다.
고 전무는 로봇의 데이터 확보 방법에 대해 “소프트웨어 안전성·신뢰성을 위해 온디바이스 AI 환경으로 나아가는 갈 수밖에 없다”며 “로봇이 리얼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온디바이스 충전 스테이션에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올리고 데이터를 모아서 고도화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온디바이스 AI는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 모델에 필요한 연산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클라우드 환경 연산 수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빠른 속도와 낮은 전력 소모 등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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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로봇 산업 인프라 열악… “민·관 힘 모아 해결해야”
이날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도 국내 로봇 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면서 국내 로봇 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등이 로봇 전체 시장의 77.8%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국내 시장이 작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바로 수출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며 “시장이 큰 미국과 중국과 경쟁하기보단 일본과 독일을 상대로 경쟁해 세계 톱 3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손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지난해 발표한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 내용도 공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 인력은 2030년까지 1만 5000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품 국산화율도 44% 수준이고, 제조로봇 밀도가 1위지만 특정 업종에 편중돼 있는 문제가 있다.
기업 상황도 열악하다 국내 로봇 기업 2500개사 중 99%가 중소기업이고, 매출 10억 원 미만의 업체가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원장은 “제도, 인프라, 법적 안정성 문제 등 AI로 가속도가 붙은 로봇 산업 선점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정부 주도로 로봇 산업이 발달한 만큼 로봇 산업 혁신을 위해 민·관이 모두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전·윤리성 확보도 강조했다. 생성형 AI가 갖는 할루시네이션(잘못된 답변 생성) 문제와 AI 기반 로봇이 킬러로봇으로 활용되는 것에도 우려했다. 손 원장은 로봇의 3대 가치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로봇, 신뢰할 수 있는 로봇, 공공성을 추구하는 로봇 AI 기술이라고 언급하며, AI를 적용한 킬러로봇이 이에 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정성·투명성·책임성·공정성·지속가능성 등 안전과 윤리 문제가 AI 시대 로봇 산업 발전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AI 변화에 대응한 적절한 규제와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구아현 기자 ai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