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세계 인구의 날] 저출산 문제, 여성 경제활동 지원으로 해결한다

기사입력 2024.07.11 06:01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엄미정 박사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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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엄미정 박사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이 우리 사회가 처한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사회 체계 유지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경제활동인구 유지가 중요한데, OECD 평균값에 미치지 못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 이를 효율적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사회적 참여는 출산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생애주기와 경제활동 참가율의 관계를 살펴보면, 30대에 급격히 감소하다 40대에 들어 회복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30대에 출산이나 육아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져 M자형 곡선을 만들어낸 것이다. 엄 박사는 “이러한 경제활동 참가율의 증가가 우리나라 출산율 감소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 이론상으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혹은 고용률)과 출산율은 부정적인 관계에 있는데, 2000년대 이후 고소득 국가에서는 과거와 달리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소득, 출산율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관찰되었다. 그 원인은 여성(모)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 출처=조덕상, 한정민 (2024), “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 KDI FOCUS, 2024.4.16.
    ▲ 출처=조덕상, 한정민 (2024), “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 KDI FOCUS, 2024.4.16.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효과, 해외 사례로 이미 검증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는 북유럽 국가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사항이다.

    엄미정 박사는 “일-가장 양립 지수가 높은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도 높고, 특히 출산-육아 시기인 30대에 경제활동이 감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 간의 관계는 단순히 하나의 경향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국가별, 사회적 맥락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정부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에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일-가정 양립 지수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비슷한 연구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프랑스, 덴마크 등은 일-가정 양립 정책으로서 모두 ▲육아 휴직제도, ▲보육 지원, ▲유연근무제 등이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각 나라의 정책을 소개했다.

  • 출처=김지연(2024),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KDI현안분석
    ▲ 출처=김지연(2024),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KDI현안분석

    스웨덴은 부모 휴가제(Paternal Leave)를 도입해 자녀가 6세가 될 때까지 총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90일은 각 부모에게 할당되어 양도할 수 없으며, 나머지는 부모가 나눠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은 하루 단위로 사용할 수 있으며, 휴가 기간도 급여가 80% 지급된다. 또 부모는 자녀가 8세가 될 때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법적으로 보호받는다.

    노르웨이는 자녀가 태어나면 총 49주~59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이 기간 임금은 80~100% 지급된다. 아버지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휴가 중 최소 15주는 아버지에게 할당된다. 프랑스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 월별 가족 수당을 지급해 양육비를 지원하는 ‘가족수당(family Allowance)’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엄 박사는 단순히 일-가정 양립 제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제도 운용의 실효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 문화 및 인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성평등 의식이 국가 전반적으로 높아 여성이 직장에서 차별 없이 일할 수 있고 남성도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는 적극적인 가족 지원제도를 통해서 기반을 조성하게 된다. 또한, 보육 서비스, 의료서비스, 교육 서비스 등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가지고 있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고 밝혔다.

    이어 “일 가정 양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지원이 강하다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라며, “기업, 정부, 사회 모두가 일 가정의 균형을 중히 여기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문화를 조성해야 제도가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박사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이들 선진국의 일 가정 양립 제도는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 보육 지원 등의 제도가 잘 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이 공동으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운용되고 있으며, 출산 육아 휴가와 관련해 금전적 보상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적 합의와 지원의 토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와 관련한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 동반 상승 가능

    엄미정 박사는 우리도 이들 선진국처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을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이들 선진국도 1970~80년대는 우리나라와 같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이 역행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제도적, 문화적 개선을 통해서 이를 극복했다”며, 정부가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상황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출처=최선영 외(2022), 여성고용과 출산: 선행연구 동향과 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출처=최선영 외(2022), 여성고용과 출산: 선행연구 동향과 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다만, 우리나라에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한 일-가정 양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취업한 기혼 여성은 미취업 여성보다 총 자녀수도 적고 둘째 출산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민간기업 취업 시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가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정부 기관이나 정부 외 공공기관에 취업한 여성은 미취업인 경우와 둘째 출산 여부에 차이가 없었고, 민간기업보다 총 자녀수도 많았다.

    엄 박사는 “이것은 일-가정 양립 제도의 활용 정도와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학력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고민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성의 평균 학력 수준은 남성보다 높은 상태로, 인구 감소에 대응한 고학력 여성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고학력 여성이 경제활동 참여와 출산이 병행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엄 박사는 “앞선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교육 수준은 총 자녀수 및 둘째 출산과 양(+)의 관계에 있고, 근로 시간과 첫 임신 연력은 음(-)의 관계에 있다. 즉, 여성의 고학력화, 근로 시간 단축 및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자녀 양육에 필요한 시간의 확보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에 따른 출산율 감소 문제를 완화에 도움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성이 높은 교육 성과와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를 유지하면서 임신·출산을 지연하거나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 조성하는 것이 유능한 노동 인력도 확보하고 저출산도 극복을 동시에 이루는 효과를 얻을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고용 안정성, 연금을 통한 노후 보장, 일-가정 양립 제도와 직장 어린이집의 적극 활용,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조건, 직장과 가정에서의 양성평등 문화의 확립이 저출산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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