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세계 인구의 날] “저출산이 부른 인구 국가비상사태, 복잡한 다항식을 풀어야 할 시기”

기사입력 2024.07.11 06:00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엄미정 박사 인터뷰 ①
  • 최근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범정부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2명이었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0.6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엄미정 박사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엄미정 박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엄미정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해 논의가 시작된 것이 벌써 20여 년이 넘었다”며, “그동안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했지만, 상황이 날로 심각해진다는 사실은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저출산과 얽혀있음을 방증한다. 이제는 주체별로 세밀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고, 복잡한 다항식을 풀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출산’보다 심각한 ‘경제활동인구’ 급감

    엄미정 박사는 저출산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경제활동인구 급감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생산연령인구(만 15∼65세)는 약 3,674만 명으로 1972년 대비 약 45%(1,658만 명) 감소했다. 전체 인구 감소에 따라 생산연령인구도 함께 감소한 것이다. 2023년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의 91% 수준인 3,343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5년간 취업자 수도 매해 3~4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5세에서 64세의 인구로,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인구’와 일할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뉜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다시 구분된다. 비경제활동인구에는 ‘대학생’, ‘가정주부’, ‘구직포기자’, ‘취업준비생’ 등이 포함된다.

    경제활동인구는 생산과 소비 활동의 주체로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 또한,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 보장 시스템과 공공 서비스 제공, 사회 기반 시설 유지를 위한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사회 안정과 복지 증진에도 기여한다. 즉, 사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인구보다는 경제활동인구가 얼마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엄 박사는 “단기간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고, 출산율이 높아지더라도 생산가능인구로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가파른 인구 감소 추세에도 사회 체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경제활동인구 증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경제참가율 증가, 효율적인 경제활동인구 감소 대응 기대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출산 장려 정책, 노동 시장 유연성 강화, 기술 교육 및 재교육, 이민 정책 개선 등이 제시되고 있는데, 엄 박사는 그중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OECD 평균값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출처=OECD,「OECD.Stat, http://stats.oecd.org/」,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통계 사이트
    ▲ 출처=OECD,「OECD.Stat, http://stats.oecd.org/」,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통계 사이트

    엄 박사는 “전통 이론에 의하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혹은 고용률)과 출산율은 부정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하게 되면 경력 단절이 될 가능성이 높고, 소득에서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취업한 고학력 여성일수록 출산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출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특히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출산 및 육아와 관련성이 깊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는 인구 변화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를 완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해당 연구에서는 앞으로 25년 이내에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일본 수준으로 올라가면, 2022년 대비 2047년과 2072년에 경제활동인구가 3.8%, 2.2% 높아져 전체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 인력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예측됐다.

    엄 박사는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1995년부터 육아 휴직제도 등 다양한 가족 지원제도를 개정해 왔다.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부모들이 이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선진국에서 보였던 사회적 합의, 특히 기업이나 사회에서 부모들의 시간 및 금전적 비용을 분담하고자 하는 합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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