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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고셔병, 감기약으로 신경학적 증상 치료한다

기사입력 2024.07.03 10:43
  • 유전적 문제로 체내 세포에 특정 당지질이 축적되는 희귀질환인 고셔병의 신경학적 증상을 암브록솔 성분의 감기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황수진 교수팀은 2013년부터 약 10년 동안 고셔병 환자 중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환자 6명을 대상으로 기존 표준 치료법인 효소 대체요법과 암브록솔 치료법을 병용한 결과, 신경학적 증상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초기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9년 후부터는 발작 증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가 고셔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가 고셔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고셔병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만, 일부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발작, 인지기능 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까지 치료하지는 못했다. 해당 증상에 흔히 가래 제거제, 감기약으로 사용되는 암브록솔 성분이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약 15년 전 발표되기는 했지만, 장기적인 효과를 입증하는 추가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6명의 고셔병 환자 중 4명은 신경학적 증상이 상대적으로 약한 증상 초기 환자였고, 2명은 스스로 걷기 힘들 정도로 증상이 진행된 환자였다.

    연구 결과, 신경학적 증상 초기 환자들의 발작 빈도는 2주에 5번 정도였는데 병용 치료 후 발작 횟수가 조금 증가했다가 5년 후부터 약 2번, 9년 후부터는 발작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학적 증상이 진행된 환자도 2주에 약 10번 발생하던 발작 증상이 치료 10년 후에는 절반인 5번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연구팀이 환자들의 고셔병 삶의 질 점수(mSST)를 측정한 결과, 신경학적 증상 발생 초기 환자들은 평균 7.5점에서 병용 치료 10년 후 6점으로 낮아졌으며, 신경학적 증상이 진행된 환자들은 평균 17점에서 11점으로 낮아졌다. 고셔병 삶의 질 점수는 낮을수록 삶의 질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6명 중 5명의 환자에게서 저요산혈증, 기침 및 가래, 단백뇨 등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경미한 수준으로 모든 환자가 큰 문제 없이 회복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혈액학회지(American Journal of Hematology, IF=10.1)’에 최근 게재됐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는 “아직 고셔병 신경학적 증상 치료를 위한 약이 개발돼 있지는 않다 보니 하루에 수십 알의 감기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암브록솔 성분의 약으로 고셔병의 신경학적 증상을 큰 부작용 없이 호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장기 연구로 밝혀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 환자의 5% 정도가 고셔병 발생 유전자의 보인자라고 알려진 만큼 고셔병과 파킨슨병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이번 연구 결과가 바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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