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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진모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회장 “AI 영상판독, 암 사망률 효과 입증할 때”

기사입력 2024.07.02 15:00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장,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회장 자격으로 서울서 학회 개최
“흉부 질환 영상판독 AI에 관한 전문가 입장 모아 가이드라인 제시할 것”
  • 구진모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회장(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장)은 올해 회장 자격으로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김동원 기자
    ▲ 구진모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회장(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장)은 올해 회장 자격으로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김동원 기자

    세계 흉부 질환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였다. 흉부 질환에 관한 관리지침 등을 논의하고 만들어가는 학술단체인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Fleischner Society)’가 서울에서 학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는 1979년 흉부 질환 영상에 관심이 있는 8명의 방사선과 의사들에 의해 창립된 학술단체다.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약 85명만 회원으로 있을 정도로 회원심사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이 학회는 흉부 영상과 관련된 여러 안건을 논의하고 관련 백서를 낸다. 대표 백서로는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폐 결절 관리지침’이 있다. 현재 영상의학과에서 가장 많이 보는 지침서로 꼽히는 백서다.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는 매년 학회를 개최해 흉부 의학에서 논쟁이 많은 사안에 대해 논의한다. 논의 결과는 추후 백서로 마련되고 흉부 질환 분야의 여러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이 학회에는 전통이 있다. 아무 국가에서나 학회를 열지 않는다. 지금 단체를 이끌어가는 회장의 국가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중구에 있는 더플라자 호텔에서 학회를 열었다. 구진모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장 겸 교수가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회장으로 있어서다. 구 회장은 2023년부터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회장으로 임명됐다. 한국에서 회장 자격으로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학회를 연 건 그가 처음이다.

    구 회장은 폐암과 폐 결절 영상을 컴퓨터로 분석하는 방법에 관한 다수 특허를 등록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한 국내 영상의학 분야 대가다.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폐 결절 관리지침 개발에 참여했고, 국제 폐암 병기 결정 위원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보조 진단 기법을 적용하는 저선량 CT 폐암 검진 시스템을 제안해 국가 폐암 검진 적용을 이끌기도 했다. 지금도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장으로 근무하며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이번 학회에서 주요 논의사항은 인공지능(AI)이라고 밝혔다. 의료 분야에서 AI가 많이 쓰이는 분야는 흉부 영상 분석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흉부 영상 분석만큼 임상적으로 많이 쓰인 분야는 적다. 하지만 지금도 AI는 영상 분석에서 갈 길이 많다는 게 구 회장의 의견이다. 그는 “영상판독을 하는 AI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면서 “학회에서는 지금까지 경험을 토대로 AI 기술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거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전문가 집단에서 방향성을 보일 때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흉부 질환 AI 영상판독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 논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은 AI 기반 영상판독 시스템 도입을 선제적으로 한 국가다. 코어라인소프트와 같은 AI 영상판독 기업이 가진 기술력을 토대로 2017년부터 해당 기술을 도입했다. 의료 영상 분석에 AI를 도입한 지 약 7년이 된 셈이다. 구 회장은 “AI가 의료 영상판독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그 결과를 분석할 때가 됐다”면서 “AI를 도입하는 이유의 궁극적인 목적은 암 사망률을 떨어뜨리는 것인데 이제 그 결과가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구진모 회장은 “흉부 영상판독 AI 기술이 쓰인 기간이 약 7년 정도가 된 만큼 AI가 의료 영상판독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그 결과를 분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 구진모 회장은 “흉부 영상판독 AI 기술이 쓰인 기간이 약 7년 정도가 된 만큼 AI가 의료 영상판독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그 결과를 분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 올해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학회가 한국에서 열렸다. 주요 논의사항은 무엇인가.

    “AI다. 병원은 영상 분석에 AI 기술 도입을 필요로 한다. 영상판독 검사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1998년도에 펠로우 전임의로 근무했는데 당시에는 하루에 10개 정도의 CT 영상을 판독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촬영되는 CT 영상이 약 500건이다. 이 때문에 의사 업무를 도울 수 있는 AI가 필요해졌다.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회장으로 있을 때 AI 기술을 흉부 영상판독에 사용하는 데 있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모으고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학회도 그 과정이다. 영상학 분야에서 AI 활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제시하겠다.”

    - AI 기반 영상판독 기술 도입은 한국이 빠른 편이라고 알고 있다.

    “맞다. 코어라인소프트라는 기업에서 시범 사업을 하며 2017년부터 영상판독 기술을 사용했다. 이후 2019년부터 저선량 CT 영상을 AI로 판독하는 시스템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기술이 먼저 들어오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한국이 빠르다. 아시아에서는 재작년부터 대만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유럽도 크로아티아, 체코, 폴란드, 영국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활용된 사례가 많아 이제 AI로 암 사망률을 얼마나 줄였는지 결과가 나올 때가 됐다. 이 때문에 이번 학회가 서울에서 열린 것이 의미가 크다.”

    - 암 발견율이 아니라 사망률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암 발견율은 검진에서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부분인데, 쉽게 말해 암 발견율은 많이 검사하면 오르게 돼 있다. 과잉 진단 문제와 연관된다. 이 때문에 암 사망률이 감소하는지를 봐야 한다. 암 사망률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한국은 AI로 영상판독을 한 경험이 어느 정도 쌓였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올 때가 됐다.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국 AI 영상판독 기술 수준은 어떻다고 보나.

    “북미영상의학회라는 곳이 있다. 코로나19 당시 많을 때는 7만 명이 모여 논의하는 학회다. 그런데 여기에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이 없었다. 그런데 2010년 말부터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표 기업이 코어라인소프트다. AI 영상판독에 선두적인 역할을 했다. 루닛, 뷰노 등의 기업도 잘하고 있다. 그런데 결국 기업이 잘되려면 매출이 발생하고 이익이 생겨야 한다. 그래야 재투자가 돼서 지속적인 개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이러한 선순환 구조까지는 오지 못한 흐름이다.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이 쓸만한 데까지는 왔는데 이 제품이 임상에서 쓰이고 피드백되고 수익 창출까지 될 수 있는 사이클까진 아직 오진 않았다. 물론 국내에서 혁신 의료제품 등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효과적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창출될 만큼 시장이 크진 못했다.”

    - AI 영상판독 사업의 선순환을 위해선 어떤 점이 필요할까.

    “이 기술에 수가를 주지 않는 이유는 기존 기술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굳이 AI를 사용하지 않아도 사람이 보고 해도 되는데, 꼭 필요하냐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여러 성과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쉬운 접근법은 의사의 업무 효율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입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 10명이 해야 하는 작업을 AI로 사용해 7~8명이 할 수 있다면 20~30% 생산성이 향상된다. 암 사망률 등에 관한 명확한 지표가 나오지 않아도 해당 수치만 봐도 AI는 쓸만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흉부 영상판독에서 AI 효율성과 활용성을 전문가 시선에서 논의해 지표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

    - 의사 입장에서 영상판독 AI 기술은 사용할 만한가.

    “물론이다. 폐 결절을 판독한다고 가정할 때 의사가 몇십 장의 CT 영상을 판독하는 데 10분이 걸린다고 치면, AI는 3분 만에 찾아낸다. 의사는 AI가 준 자료를 검토하면 된다. 절반 이상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환자의 영상을 판독할 수 있고, 상담 시간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 더 많은 사용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AI 기술이 있다면.

    “최근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에 관한 관심이 높다. 또 단순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멀티모달 AI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으로 현재 흉부선 분야에서 가장 관심이 큰 분야는 판독문 생성이다. 지난해 북미영상의학회에 방문했을 때 흉부 엑스선 촬영 영상판독 내용을 영어, 한국어로 생성해주는 기술이 있었다. 의사는 해당 내용을 다 기록해야 하는데, 이 내용을 AI가 도와준다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환자와 더 밀접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AI 의사를 보조해 판독 내용을 기록해주는 것은 좋지만, AI가 아예 자체적으로 판독해 기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영상에서 어떤 증상이 보여도 과거 영상에도 똑같은 것이 있으면 암이라고 판독을 안 한다. 그런데 AI가 과거 영상을 모른다면 암으로 판독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이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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