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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 이후에도 지속되는 탈모를 막는 데 ‘냉각 모자(쿨링캡)’가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암교육센터 조주희·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냉각 모자가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IF=45.4)’ 최근호에 발표했다.
암 환자의 머리가 빠지는 건 항암제의 특정 성분이 모낭세포나 피부 세포를 파괴하는 탓이다. 특히 유방암, 부인암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항암제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도세탁셀(Docetaxel) ▲독소루비신(Doxorubicin) ▲에피루비신(Epirubicin) ▲파클리탁셀(Paclitaxel) 등은 탈모를 잘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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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로 인한 탈모는 종료 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연구팀이 전향적으로 진행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42.3%가 항암치료 후 3년이 지나도 항암치료 이전의 모발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직접 모발의 양과 굵기를 측정한 결과 모발량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지만, 모발 굵기는 항암치료가 종료된 지 3년이 지나도 항암치료 이전의 절반 정도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냉각 모자에 주목했다. 선행 연구에서 냉각 모자를 쓰면 혈관이 수축해 두피로 가는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모낭세포를 망가뜨리는 항암제의 영향도 감소시켜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냉각 모자를 쓰더라도 모발이 아예 빠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세포는 보호된다는 점에 착안해, 모발이 다시 날 때 냉각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모발이 자라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2020년 12월 23일부터 2021년 8월 27일 사이 유방암 1~3기로 진단받고 치료받은 139명의 환자를 냉각 모자군(89명)과 대조군(50명)으로 나누고, 나머지 임상적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하여 냉각 모자 착용 여부에 따른 지속 탈모 및 모발의 양과 굵기, 스트레스를 비교했다
냉각 모자는 머리가 닿는 부분에 매립된 관을 따라 냉각수가 일정 온도로 순환하면서 두피 열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환자들은 항암 치료 전 30분 동안 모자를 착용하고, 치료 후 90분 동안 모자를 추가로 쓴 채 연구에 참여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연구 기간 환자에게는 머리를 밀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대조군의 52%가 지속 탈모를 경험했지만, 냉각 모자군은 13.5%에서만 지속 탈모가 나타났다. 지속 탈모는 항암치료 전보다 모발의 양 또는 굵기가 항암치료 6개월 이후 시점에도 회복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다.
모발 두께는 치료 시작 전보다 치료 후 6개월 지난 시점 대조군에서 7.5μm 감소했지만, 냉각 모자군은 오히려 1.5μm 증가했다. 연구 시작 당시에는 두 집단 간 모발 두께 차이는 없었지만, 치료 후에는 9.1μm 차이를 보였다.
항암치료 종료 6개월 뒤 가발 착용도 냉각 모자군에서 크게 줄었다. 탈모를 가리려 가발을 착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대조군은 32%에 비하여 절반 수준인 17%에 불과했다. 환자들이 보고한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스트레스도 6개월 시점에 냉각 모자군이 유의미하게 더 낮았다.
안진석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냉각 모자를 착용하면 모낭 손상이 덜하기 때문에 항암치료 후 머리카락이 다시 날 때 빨리 나고, 굵은 모발이 날 확률이 높아진다”며 “탈모는 환자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 또한 포함할 수 있어야 암 치료가 완성될 수 있다. 환자에게 근거 기반 치료를 선택할 기회를 마련하는 건 의료진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항암 환자를 위한 냉각 모자는 미국 FDA, 유럽 EMA의 허가를 받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실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보조적 암 치료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