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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녀시대이자 배우 티파니 영, '와이낫?' 정신으로 펼칠 배우의 삶

기사입력 2024.06.2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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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써브라임 제공

    데뷔 17년 차 티파니 영은 배우로선 초년생에 가깝다. 체면치레할 법도 한데, 그에게선 신인의 열정이 느껴졌다. 매 촬영 때마다 가장 먼저 도착해 자리를 지키고, 선배들의 모니터링까지 함께한 후 가장 늦게 돌아가는 사람. 성실함으로 배우의 삶을 대하고 있는 티파니 영과 지난 2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티파니 영은 지난 2022년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올해 '삼식이 삼촌'으로 두 번째 매체 연기를 선보였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티파니 영은 올브라이트 재단의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사 '레이첼 정'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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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써브라임 제공
    티파니 영은 복잡한 인물관계 속 한 축을 담당하며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제작발표회에 이어 배우로서 첫 인터뷰에 나선 그는 "사실 되게 긴장하고 왔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발랄한 에너지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티파니 영은 "제가 다른 분야로는 인사를 많이 드렸지만, 이렇게 연기자로서 보여드린 건 두 번째인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모든 게 새롭고 꿈만 같은 시간이다. 기쁘고 감사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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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삼식이 삼촌'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묻자, 티파니 영은 "여전히 오디션을 보러다는 삶을 살고 있다"라며 '삼식이 삼촌' 이야기를 듣고 수소문 끝에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삼식이 삼촌'에 '레이첼 정'이라는 역할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든 알아내서 오디션을 보러 갔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레이첼이었는데 이번에도 '레이첼' 역이었다. '재벌집'에서도 특별한 인물이었는데 이번에는 더 야망이 큰 여자로 보여드린 것 같아서 좋다. (최)수영이가 저에게 '레이첼 컬렉터'라고 얘기하더라.(웃음)"

    레이첼 정은 극초반 그저 재단의 이사이자 김산을 유혹하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점점 한국을 자신이 원하는 사회로 만들려는 야망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 정재계를 움직이는 그는 60년대 혼란한 대한민국의 뒤편에 자리한다. 티파니 영은 입체적인 인물을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레이첼 정을 쌓아갔다.

    "캐릭터의 DNA를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감독님께 질문도 하면서 많이 여쭤봤다. 레이첼이 김산에게 다가가는 것 자체가 삼식이 삼촌처럼 야망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레이첼에게는 김산이 있어야 본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거니까, 감독님께서 '미국 삼식이 삼촌'이라는 좋은 힌트를 주셔서 그렇게 접근했다. 덕분에 레이첼에게 훨씬 더 많은 색깔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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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써브라임 제공

    티파니 영은 인터뷰 내내 송강호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1일 1 송강호 작품'을 했다며 현장에서 송강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다고 연기 학도 같은 열정을 전했다.

    "송강호 선배님과는 오히려 같은 소속사여서 더 긴장됐다. 제가 정말 선배님의 팬이다. 이번 작품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오디션 가기 전부터 준비하면서 1일 1 송강호 선배님 작품을 봤다. 아직도 선배님과 함께했다는 게 신기하고, 어렵기도 하다."

    "선배님의 연기를 무편집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기회가 저에게는 평생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경험이다. 현장에서 실제로 봤을 때 정말 숨 막힐 정도로 빛나고 아름다우시다. '와 이 신을, 이 테이크를 이렇게 하시는구나'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나도 언젠가 제 테이크 안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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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써브라임 제공

    '삼식이 삼촌' 속 레이첼 정은 아름다운 미모에 우아한 애티튜드를 가졌다. 게다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쿠데타라는 큰 그림까지 그리는 마성의 여성이다. 빠져들기 쉽지만 그만큼 위험한 팜므파탈이다. 그 때문에 삼세기 삼촌은 레이첼 정을 '복어 같은 X'이라 부른다. 티파니 영은 실제 송강호에게 '복어 같다'라는 칭찬을 들었다며 미소 지었다.

    "항상 현장에 제가 제일 먼저 도착하고, 그다음에 선배님이 오신다. 덕분에 선배님이 하시는 모든 신을 볼 수 있었다. 선배님께서 제 촬영 끝나고 '모든 걸음걸이, 움직임이 리듬감이 좋아서 파니 보면 사운드가 안 들려도 살아있는 느낌이라 기대된다'라고 해주셨다.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레이철에게 접근해서 '되게 복어 같다'라고 해주셨고, 그게 최고의 칭찬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찍 현장에 가는 건 소녀시대 때부터 습관인 것 같다. 지금도 '시카고'를 통해 극장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늘 신이 하나의 쇼라고 생각하면서 임하고 있다. 일찍 가서 소품이나 세트와 친해지면 연기할 때 힘을 받는 느낌이 있다. 또 모니터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의자를 세팅해 놓을 수 있다. 먼저 오는 사람이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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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여기에 김산 역의 변요한과 아찔한 로맨스 케미까지 소화했다. 첫 키스 장면부터 액션에 가까운 강렬한 장면을 선보여야 했다. 변요한의 뜨거운 연기 열정을 받아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고 말한 티파니 영은 정신없었던 키스 장면 비하인드를 전했다.

    "변요한 배우는 정말 너무너무 뜨거운 사람인 것 같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저는 최대한 그 에너지를 흡수하려고 했다. '이 사람이 내 파트너고 나도 그만큼 뜨거워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호흡했다. 덕분에 상상하지 못했던 발상과 신, 모멘트가 나와서 뿌듯했다. 변요한 배우를 통해 현장에서의 호흡이나, 리더십, 에너지를 쓰는 것에 대해 많이 공부가 됐다. 굉장히 닮고 싶었다."

    "제가 작품 경험도 많지 않지만, 첫 키스 장면이었다. 게다가 강렬하고 뜨겁지 않았나. 비하인드라고 하면, 송강호 선배님께서 '김산, 레이첼이 오니까 주여진(진기주)에게 눈길도 안 주네'하면서 저희를 놀리시더라. 개인적으로는 상대 배우 수염 때문에 거의 액션신처럼 찍은 기억이 난다. (수염에 긁혀서) 제가 점점 얼굴이 붉어지더라. 나중에는 입술도 부어있었다. NG가 난다기보다는 여러 번 찍어야 하는 앵글이라 '오케이 넥스트'하면서 최대한 집중하며 찍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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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써브라임 제공

    이날(26일) 오전, '청룡시리즈어워즈' 후보 라인업이 공개됐다. 티파니 영은 '삼식이 삼촌'으로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소감을 묻자,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티파니 영은 "정말 안 믿어진다. 꿈만 같다. 7월 19일에 무조건 청룡에 가야겠다. 우리 (임)윤아도 있는데"라며 행복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소녀시대 멤버들과 시상식에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렌다는 티파니 영은 멤버들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배우로서의 포부를 전했다. 앞으로는 영어를 쓰지 않는, 한국 사람 황미영(한국명)으로서의 모습도 기대해달라며 파이팅넘치는 마무리로 폭소를 유발한 그다.

    "멤버들이 그동안 해온 활동이 저에게는 굉장히 동력이 된다. 소녀시대를 하면서는 약간 국가대표 마인드로 있다.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했다. 정말 늘 1,000%로 살았고, 앞으로는 2,000%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다. 좋은 태도와 마음으로, 소녀시대로 잘 해왔던 것만큼 배우 생활도 열심히 할 거다."

    "영어를 안 쓰는 미영도 보여드리고 싶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찾고 있다. 스토리는 스테이지고 캐릭터는 퍼포먼스라 생각한다. 저는 다 열려 있다. 음악, 뮤지컬, TV 시리즈 해봤으니까, 영화도 하고 싶다. 제가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명분이 있는 역할이라면 빌런이나 불륜녀? Sure, why not? 사극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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