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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편농, 후농에 이은 상농의 실천 방법

기사입력 2024.06.2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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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업기술원장 성제훈
    ▲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성제훈

    조선 후기 문신이자 실학자이며, 2012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등재된 다산 정약용 선생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농업이란, 하늘(天時), 땅(地利), 사람(人和)의 삼재(三才)가 어울려 농업의 도(道)를 일궈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다산은 천지인에 근거하여 농업의 도를 가꿈에 있어서 세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보았는데, 그 첫째가 '농업은 노동력에 있어서 공업보다 힘들다는 점이고, 둘째는 농업에서 얻는 이익이 상업에서 얻는 이익보다 박하다는 점이고, 셋째는 농민의 사회적 지위는 그 수고의 정도에 비해 낮다고 봤다. 그는 농업에 대한 세 가지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편농(便農), 후농(厚農), 상농(上農)이라는 삼농정책을 정조에게 건의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산의 삼농정책이다.

    경기도는 농업인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높여드리는 상농을 실천하고자 1992년부터 33년째 농업전문경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류 심사, 현장 심사, 심의회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새로 농업전문경영인을 선정하고, 선정되신분들께는 도지사가 인정한 명패를 농장앞에 달아드린다.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한껏 뽐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다. 동시에, 이분들의 성공사례가 다른 농업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농업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농장을 소개하는 책자 발간, 청년농업인들과 품목 네트워크 강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전문경영인 제도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전문가로서의 이분들의 노하우가 후배 농업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햇볕이 부족할 때 농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땡볕이 내리쬘 때는 과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은 매뉴얼로 잘 만들어져 있다. 농업전문경영인은 일반적인 관리 수준을 넘어서는 분들이다. 햇볕이 부족할 때 일반적으로 보광등을 사용하는데, 이 보광등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켜주는지 세밀한 작동방법에 대한 것은 글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바로 옆에 사람이 있다면 작물 생육상황을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지만, 그런 노하우를 글로 적어서 전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또, 1년 단위로 돌아가는 농사를 매일 일기로 적어 영농일지로 만들기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바로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디지털영농일지를 만들어 보급하게 된 계기이다. 

    농업전문경영인이 일일이 수기로 농업일지를 작성하지 않아도 음성만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인공지능이 수행한다. 디지털영농일지는 농업전문경영인별로 제공된다. 그분들이 농사지으면서 하는 모든 행위를 말로 하면,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디지털영농일지를 만들어준다. 그 디지털영농일지를 1년 동안 모아 분석하면, 특정 농업전문경영인의 노하우를 담은 명장 모델이 만들어 진다. 이 명장 모델을 농가에 보급하면, 누구든지 최고 농업기술을 구현해낼 수 있다. 수많은 명장 모델이 만들어지면 농사에 대해 잘 모르는 귀농귀촌하시는 분들도, 자신에 맞는 명장 모델을 골라 활용함으로써 농업전문경영인의 반열에 들 수 있다. 농업전문경영인은 자신의 명장 모델이 더 많이 활용되기를 바라면서 더 좋은 노하우를 디지털영농일지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이 기술을 개발해서 농업전문경영인에게 먼저 보급함으로써 농업전문가의 자부심을 높여드리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농업기술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것이 바로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바라는 디지털농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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