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학술·미디어 분야 생성형 AI(인공지능) 특화 모델을 개발·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아졌다. 13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AWC 2024 in Seoul(AWC서울)' 패널토론에서 법률·학술·미디어 분야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바꿔놓을 미래’라는 주제로 논의를 이어가며 특화 모델 지원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선주 연세대 인공지능융합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고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 유준선 플루토랩스 대표,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들은 “텍스트·음성·영상을 생성하는 대형 모델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학술·법률·미디어 등 특화 분야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과 기업·학계가 AI 발전에 도모하고 새로운 기회와 수익 모델을 창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 특화 분야 생성형 AI 연구·개발 필요

유준선 대표는 “학술 분야는 새로운 연구와 지식 창출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는 생성형 AI 접근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를 일으켜, 실제 학술 논문에서는 중요한 정확성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메타의 과학 지식 제공 오픈소스 AI 도구 갈락티카(Galactica) 모델을 학술 논문 용약에 적용하려고 했으나 할루시네이션 문제와 반복되는 내용 생성으로 인해 실패했다. 그는 “학술 논문은 다른 데이터와 달리 특수한 포맷과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학술 특화 생성형 AI 연구와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키워드 하나로 학술 분야 트렌드를 알려주는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윤정호 대표도 특정 언어와 분야에 특화된 AI 개발 지원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 AI, 특히 대형언어모델(LLM) 사용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특정 분야 특화된 언어모델을 활용하면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경량 거대언어모델(sLLM)을 활용해 특화 분야 모델을 구축하면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는 한국어 특화된 AI 설루션이 필요하며 국가 차원의 특정 언어와 특화 분야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현재 AI 기반 글로벌 회화 학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실시간 회화를 분석하고 평가·피드백까지 주는 형태다.

◇ 리걸테크, 법적 윤리 기준 확립·인프라 구축 필요

법률산업과 과학기술을 융합한 ‘리걸테크(Legal Tech)’에서는 검색·분석·작성 세 가지 단계에서 생성형 AI가 활용된다. 이 가운데 생성형 AI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은 법률 문서 작성과 법률 서비스 챗봇이다. 양진영 변호사는 “로펌이나 스타트업에서 법률 문서 작성에 생성형 AI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법적 윤리 기준 확립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공정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법률 특화 생성형 AI를 개발해야 한다”며 “법적 윤리 기준 확립이 먼저”라고 밝혔다. 이어 “AI 서비스로 법률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권리 구제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며 “법원·검찰·로펌·리걸테크 기업 등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기준이 다 다르다”며 “특히 법률 서비스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이기 때문에 AI 학습에 어려움이 많아 지금부터라도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기준을 제시해 법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변호사는 리걸테크 활성화를 위해 △표준화·가이드 라인 마련 △수요처 기반 연구 개발 △인력 양성 △기업·대학·정부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법률과 기술을 모두 이해하는 엔지니어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전문 인력양성과 수요처 기반 AI 연구가 필요하다”며 “가이드라인·규제를 통한 프로세스 표준화 기준도 제시해 AI 활용 법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률 상담 챗봇이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법률 상담 챗봇 같은 경우 예전부터 많이 활용이 됐으나 생성형 AI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법률문제를 변호사가 아닌 자가 작성해서 이익을 취한다든지 할 때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들은 미디어 분야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작곡, 동영상 편집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성형 AI가 활용되면서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AI가 만든 콘텐츠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데 패널들은 동의했다. 김선주 교수는 “생성형 AI 도입으로 발생하는 법·사회적 이슈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미디어 분야 콘텐츠 저작권 문제는 중요한 법적 이슈이고, 생성형 AI로 문제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법적 지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