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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이용한 수술 전 교육, 수술에 대한 불안 감소 효과 2.9배 높인다

기사입력 2024.06.16 06:00
  • 가상현실(VR)에 기반한 교육이 수술을 앞둔 환자의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유진수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간암 환자의 수술 전 교육에서 VR 플랫폼의 유용성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 유진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VR 플랫폼을 이용해 수술 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 유진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VR 플랫폼을 이용해 수술 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간암 환자에게는 의료진이 수술 전 CT, MRI와 같은 영상 검사 결과를 이용해 수술 과정을 설명한다. 하지만 간은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장기 중 하나로 수술에 대한 환자의 이해를 높이기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의료교육 시뮬레이터 전문 기업인 ㈜브이알애드(VRAD)와 함께 간암 수술의 전 과정을 설명하는 VR 교육 플랫폼을 개발했다. 다양한 시청각 자료로 입체적 설명이 가능한 VR을 이용하면, 수술에 대한 환자 이해도가 높으면 치료 효율이 증가하고 환자 예후 향상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VR 플랫폼은 실제 병원의 교육실 모습과 똑같이 제작됐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접속하면, 간의 ‘3D 모형’을 활용해 교육이 진행된다. 환자가 의료진의 설명을 들으며 VR 기기를 이용해 투명도를 조절하면, 복잡한 간 내부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의료진이 ‘간의 3D 모형’을 실제 수술 하듯 간을 잘라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환자는 가상현실 속에서 의사가 어떤 방식으로 간암을 수술하는지 여러 각도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이 밖에 해당 교육은 간의 역할과 간세포암이 생기는 원인, 개복과 복강경 수술의 차이, 간 절제술 중 담낭 절제, 수술 후 합병증 등 간암 수술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연구팀은 효과 검증을 위해 2022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 88명을 모집해 VR 플랫폼을 이용해 교육한 그룹(44명)과 기존처럼 말로만 설명하는 방법으로 교육한 그룹(44명)으로 나누어 교육에 따른 차이를 비교했다. 환자의 평균 나이는 58.1세로, 75%가 남자였으며, 두 그룹 사이에 교육 수준을 포함한 인구통계학적 차이, 병의 위중도 등을 고려한 임상적 차이는 없었다.

    비교 결과, VR 플랫폼을 통한 교육을 받은 그룹은 5.86점 증가하여 17.2점으로 증가했지만, 기존 교육을 받은 그룹은 2.63점 상승해 13.42점에 머물렀다. 불안 정도를 측정한 검사(STAI-X-1)에서는 VR 교육 그룹의 불안 점수가 4.14점 감소, 기존 교육 그룹은 0.84점 하락해 더 큰 차이를 보였다.

    통계적으로 보정한 두 그룹 간 불안 정도에서도 VR을 이용한 교육이 기존 교육보다 수술에 대한 불안 감소 효과가 2.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외과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IF: 15.3) 최근호에 발표했다.

    유진수 교수는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낫고, 직접 간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며 “환자들이 수술 전 과도한 불안을 줄이고, 본인 질환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개발했는데 효과가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적 효과는 규명한 만큼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때”라며 “국산 기술로 개발한 VR 플랫폼이 확산해야 앞으로 벌어질 전 세계 의료 메타버스 각축전에서 우리나라도 서 있을 자리가 있다.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로 의과학자와 병원, 관련 산업계가 뛰어들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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