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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공지능 자율규제와 기업의 경쟁력

기사입력 2024.06.13 11:52
  •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
    ▲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

    지난 5월 공개된 구글 제미나이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사람과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사물을 인식하고 간단한 게임을 하는 모습은 귀여운 어린아이 같았다. 어린 아이가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이를 활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대견하고 신기하듯, 인공지능이 사람과 대화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고, 글을 쓰는 등 새로운 기술을 보여줄 때마다 놀랍고 신기하다. 

    어린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지식을 잘못 활용하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이나 사회 전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규칙을 정해야 하고, 규칙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하며, 규칙을 위반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우리 사회가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미 개인정보 침해, 저작권 침해, 가짜 뉴스, 인격권 침해, 사이버 공격 등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U인공지능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올해 3월 유럽 의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법(AI Act)이 통과되었고 EU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EU회원국에서 정식으로 발효되고 2026년 중반부터는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EU인공지능법은 EU회원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각국의 AI기업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으로서는 AI 시스템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추가적인 인증, 데이터 관리, 사용자 설명서 작성 등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또한 기존에 출시했거나 개발하고 있는 AI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인공지능 윤리를 준수하고 인공지능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할 경우 기업의 AI 기술 개발과 적용이 지연될 수 있고,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며, 규제를 완화해야만 새로운 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서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술개발도 어려운데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하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법적인 규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21대 국회에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가 폐기되었지만, 22대 국회에서는 새로운 인공지능기본법이 발의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규제를 반대하거나 회피하는 기업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율적 규제를 도입하고, 교육과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신속하게 규제 환경에 대응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자율적인 규제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신속하고 유연하다는 점이다. 자율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경우 법률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기업의 특성과 사업 목표에 맞는 규제 체계와 내용을 정할 수 있고, 기술 발전 속도에 맞게 유언하게 수정할 수도 있다. 

    두번째는 소비자와 일반 대중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높은 윤리기준에 맞추어 자율규제를 하게 되면, 기업의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하여 기업 경쟁력도 높아진다. 

    세번째는 법률적인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적인 문제점을 사전에 검토하고 대응하면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법적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이 면제되거나 감경될 수 있다. 

    자율적으로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고 준수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AI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아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EU 인공지능법을 비롯한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는 큰 부담이지만, 관점을 바꿔본다면 단순히 법적인 규제를 준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AI 기술 발전과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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