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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우석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놀란 지점이 있다. 분명 그의 필모그래피를 글로 읽었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보며 빼곡하게 채워진 그의 시간들에 처음 놀랐고, 계속되는 도전에 두 번 놀랐다. 사극부터 현대극, 판타지까지, 선한 역부터 악역까지. ‘아기 갑수’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작품에서 많이도 죽음을 맞았고, 비주얼도 정말 다양하기도 다양했다.
그 시간이 ‘선재’를 만들었다. 변우석은 그 큰 손을 맞잡으며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봤다. 힘들었고, 노력했고, 어려웠다.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변우석의 꾸준함이 그의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꾸준히 길을 걸어오게 그를 뒤에서 밀어준 것은 사람들의 ‘믿음’이었다. -
Q. 최근 혜리의 유튜브 채널에서 과거 연기 스터디를 했던 이야기를 나눴다. 연기 스터디를 했다는 말이 당시의 고민으로 읽히기도 했다.
“연기를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스터디를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때가 ‘꽃피면 달 생각하고’라는 사극을 찍고 나서였는데요. 제가 카메라 울렁증도 있고, 트라우마가 있었는데요. 그걸 조금 벗어나고 있는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요. ‘꽃피면 달 생각하고’ 때에도, ‘20세기 소녀’ 때에도 카메라 울렁증이나 트라우마가 조금은 남아있던 상태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걸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좀 더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혜리가 (연기 스터디)라는 제안을 해줬고, 저는 연기적인 고민과 함께 심리적인 압박감도 좀 덜어내고자 임했던 것 같아요.”
Q. 사실 모델 출신의 배우이지 않나. 카메라 울렁증이 언제부터 있던 건가.
“제가 ‘연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것도 카메라가 좋고, 영상이 좋고, 사진 찍히는 게 좋아서였거든요. 그래서 그다음 스탭으로 나아가는 길에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고민 속에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사실 카메라 울렁증이나 트라우마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상황이 있더라고요. 초반에 연기가 서툴렀고, 자신감이 완전히 떨어지고, 그러면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무서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몇 년 동안 이어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검블유(‘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2019) 때부터 조금씩 깨졌던 것 같아요.” -
Q. 힘들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런 꾸준함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선재’를 선물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모델 일을 시작했을 때도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아픔도 많았고요. 그걸 하나하나 이겨내면서 일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정말 많은 모델이 있고, 또 다 너무 멋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잖아요. 그 속에서 ‘지금은 힘들고, 갈 길도 멀지만, 꾸준히 하면 조금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고 힘든 시간이 이어지며 흔들리기도 했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나, 너무 행복하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했고요. 그때 제 가장 친한 측근이 제 말을 듣고 ‘나는 너의 성격이 너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해줬어요. 살다 보면, 제가 진심으로 다가갔을 때, 어떤 사람은 그걸 좋게 생각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그걸 이용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제 측근은 ‘나중에 결국 너의 장점이 될 거다’라고 계속 저를 믿어줬어요. ‘할 수 있다’라고요. 팬 분들도 있었고, 소속사 분들도 있었고요. 저를 끝까지 믿어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그래도 꾸준히 지금까지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Q. 결국 그걸 완전히 극복하게 해준 곳도 현장이었다. 특히 ‘선재 업고 튀어’는 정말 묘한 작품이지 않나 사랑이 사랑에 전염된 것 같다.
“진짜 묘한 작품이에요. 정말 안 보이는 곳에서도 선재를 너무 사랑해 주셨어요. 오로지 이 작품으로 사랑해 주시고, 진심으로 작품을 잘 만들려고 노력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런 감정이 들 수가 있나?’ 싶었어요. 물론 일과 관련된 지점이고, 잘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 이상의 감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
Q. 그래서 더욱 변우석의 앞으로가 궁금하다. 과거 인터뷰에서 “완전히 진실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묘사가 그대로 ‘선재’이지 않나. 이렇게 원하는 다음 작품을 말하자면.
“이게 진짜 신기해요. 제가 그런 걸 너무 하고 싶었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이 장르를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선재 업고 튀어’를 읽고, 그냥 해나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문득 ‘내가 그런 캐릭터를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소름 돋았었거든요. 정말 신기했어요. 저는 대본을 읽을 때부터 선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감정 이입이 잘 됐어요. 그래서 어떤 장르, 특정 캐릭터보다는 제가 대본을 읽었을 때 감정적으로 잘 이해가 되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가 더 잘 이해해서 연기를 했을 때, 보는 사람들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거고, 몰입해서 봐주실 거라는 생각 때문에요. 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요. 다음 작품이 어떤 장르가 될지, 어떤 캐릭터가 될지 모르겠어요. 정말 아예 모르겠습니다. 지금 열심히 대본 보고 있습니다.”
Q. ‘변우석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그 중심에 있는 사람으로 요즘 가장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건 뭘까.
“팬들이 주는 사랑도 너무 많아져서, 그것에 대한 행복함도 너무 많고요. 제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일이 옛날보다 많아졌단 말이에요. (웃음) 그래서 그것도 너무 좋고요. 그렇게 좋으면서도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라는 생각도 같이 들어요. 지금이 너무 좋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더해져서 드는 것 같아요. 마냥 즐기지만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