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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뇌경색 환자, 지역 간 ‘병원 도착 지연’ 격차 크다

기사입력 2024.05.31 14:50
  • ‘골든타임’이 중요한 급성 뇌경색 환자의 병원 도착 지연에 대한 지역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근화 교수와 이응준 공공임상교수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급성 뇌경색 또는 일과성허혈발작 환자 약 14.4만 명을 대상으로 병원 도착 지연의 추세와 지역별 격차를 평가하고, 4.5시간을 초과하는 지연과 관련된 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뇌경색 치료의 핵심은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의 비율은 여전히 낮고, 지역 간 큰 격차가 존재한다.

    연구 결과, 병원 도착 지연 시간의 지역별 격차는 지니계수가 0.3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높은 불평등이 지속해서 관찰됐다.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은 완전 평등, 1은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 지역별 4.5시간 이내 병원 도착 비율(전북은 KSR 참여기관이 없어 제외)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지역별 4.5시간 이내 병원 도착 비율(전북은 KSR 참여기관이 없어 제외)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병원 도착 지연의 중앙값은 460분이었으며, 4.5시간 이내의 병원 도착 환자는 36.8%에 불과했다. 병원 도착 지연 시간은 2016년에 429분으로 가장 짧았으나, 이후 소폭 증가하여 그 수준을 유지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러한 변화 추세에 통계적 유의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즉, 뇌경색 치료의 핵심인 환자의 빠른 내원과 관련된 병원 도착 지연은 지난 10년간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지니 계수를 사용하여 지역 간 병원 전 단계 소요 시간의 격차를 평가한 결과, ‘지역 간 불균형’이 0.3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됐다. 이는 병원 도착 지연 시간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병원 도착 지연의 지역 간 격차. 흰색(낮음), 중간(연회색), 높음(회색), 극심한 불평등(진회색)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병원 도착 지연의 지역 간 격차. 흰색(낮음), 중간(연회색), 높음(회색), 극심한 불평등(진회색)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이 같은 높은 불평등에는 응급의료 서비스와 자원의 분포, 지역별 교통 상황, 의료 인프라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별 맞춤형 대책과 자원 배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진행한 결과, 병원 도착 지연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미한 뇌졸중 증상(1.55배), 기존 신체적 장애(1.44배), 당뇨병(1.38배), 65세 초과 고령(1.23배), 흡연(1.15배), 고혈압(1.12배), 여성(1.09배) 순으로, 이 요인들을 가진 환자들이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오지 못할 위험성이 높았다.

  • 병원 도착 지연(>4.5시간)과 관련된 요인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병원 도착 지연(>4.5시간)과 관련된 요인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반면, 과거 뇌졸중 또는 일과성허혈발작/관상동맥질환의 병력이 있는 경우,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경우, 외래진료와 비교하여 응급실을 통해 내원한 경우, 지역 내 인구 100,000명당 구급차 수가 많은 경우에는 4.5 시간 이내의 병원 방문 가능성이 높았다.

    한편, 병원 도착 지연이 4.5시간을 초과한 환자들은 기능적 독립성(수정랭킨척도 0~2)을 갖추고 퇴원할 가능성이 작았다. 즉, 4.5시간 이내의 병원 방문이 뇌경색 입원 치료 후 퇴원 시에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뇌경색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만 시행할 수 있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 치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은, 2014년 9.2%에서 2021년 7.8%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환자가 적절한 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병원 도착 지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악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및 대한뇌졸중학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유럽 뇌졸중 저널(European Stroke Journal)’ 최근호에 게재됐다.

    정근화 교수(신경과)는 “병원 도착 지연에 지역 간 격차가 크게 존재한다는 것은 전국 어디에 거주하더라도 동일한, 높은 수준의 뇌졸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뇌졸중 안전망’ 구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병원 도착 지연과 관련된 요인을 기반으로, 일반인 대상의 교육·홍보뿐만 아니라 취약 계층 및 각 지역의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뇌경색 발생 환자들의 병원 방문까지 소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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