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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묘한 작품이다. 제목은 선재(변우석)의 팬인 임솔(김혜윤)의 닉네임이고, 이야기는 34살 때 선재의 죽음을 알게 된 후, 과거로 돌아가 그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솔이의 모습을 담는다. 그리고 그 속에는 기억이 바뀌어도 영혼에 스며있는 솔이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선재가 담겨있다.
말하자면,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요약될 수 있다. 선재와 솔이 판타지와 로맨틱을 주로 담당한다면, '코미디'는 솔의 오빠 임금(송지호)과 솔이의 절친 현주(서혜원)에게서 나온다. 특히, 한 톤 이상 업된 모습으로 '임금'을 쭉 끌어간 송지호는 몰아치는 전개에 과호흡이 올 때마다 숨 쉴 틈을 만들어줬다. 실제로 만난 송지호와의 인터뷰 속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내성적인 성격에 염려가 있었다는 그의 본모습보다 화제성과 도달률에 깜짝 놀라 한 톤 업되어있는 '임금' 그 자체를 만나고 온 듯한 시간이었다. -
Q. ‘선재 업고 튀어’의 종영을 맞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너무 대박이 난 것 같아요. 주변에서 들은 거지만, 정말 잘된 작품이고 화제성이 커서요. 전작 ‘닥터 차정숙’ 때도 ‘이런 작품에 내가 또 언제 나올까’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다른 의미로 대박인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입니다. 배우로서는 ‘임금’ 캐릭터가 어렵긴 했어요. 그래도 저의 연기 폭을 넓혀주었고, 저를 캐스팅해 주신 작가님, 감독님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선재 업고 튀어’야 말로 용두용미로 끝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Q. 출연하게 된 계기와 ‘임금’ 캐릭터가 어렵다고 느낀 이유도 궁금하다.
“선재(변우석)와 솔(김혜윤)의 숨 막히는 서사와 로맨스 속에서 제가 잠시 숨 쉴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좀 내향적인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현실에 없는 캐릭터이고 과하고 시트콤처럼 표현해야 할 것 같아서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닥터 차정숙’ 속 제 캐릭터를 좋게 봐주시고 제안을 주셨어요. ‘닥터 차정숙’ 때 서정민은 미숙하지만 좋고 화목한 집에서 자라면서 러블리하고 엄마에게도 사랑스러운 아들이잖아요. 그때는 외적인 모습도 제가 좀 가꿔야 해서 운동도 열심히 했거든요. 작가님께서는 그런 서정민을 보시고, 이런 준수한 외모를 가진 얘가 이 빠지고, 거꾸로 매달리고, 발차기하고 이런 망가진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게 저를 캐스팅한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이런 경우가 단막극 외에 처음이었거든요. 저는 시간이 지나서 작가님께서 또 저를 불러 주신다면 캐릭터를 보지 않고도 가지 않을까 싶어요.” -
Q. 솔이가 시간을 오가며, 본인도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상황에 맞게 보여줘야 했다. 그 속에서 고민한 지점도 있을 것 같다.
“임금도 현재와 과거로 나뉘잖아요. 시트콤처럼 보여주다가 운명이 바뀌고, 현재로 갔을 때는 또 공감하게 되는 지점도 있었어요. 연기라는 꿈을 꿨지만, 현실과 타협해 생계로 들어가잖아요. 저도 그럴 뻔한 적이 많아서요. 찌든 모습을 잘 다스려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의 상황에도 나이에도 차이가 있으니까요. 헤어스타일은 일차원적인 부분이라서요. 금이 촬영 전날, 일부러 면도도 안 했고요. 메이크업도 안 하고 촬영하기도 했고요.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아요. 멋 부리지 않아도 되고, 일부러 더 찌그러트리고 나가고. 편하게 연기해서 좋았습니다. (웃음)”
Q. 코믹 연기를 하다가 점점 더 욕심이 커져서 생긴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다.
“제가 그런 걸 잘 못하거든요. 그런데 극 중 대사를 보면 ‘자기야, 공주님’이라고 해요. 리딩 때 땀이 줄줄 났어요. 그게 힘들었어요. 혼자 연습하다가도 ‘우엑’ 하면서 못 하겠다 싶고요. 처음 연기하면서 덥고, 뜨겁고 했는데, 잘 이겨내고 나니 대본이 라이트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레퍼런스는 많지만, 설정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공간에 들어가서 미술과 상대 배우, 상대 배우의 의상 등을 보면 정리가 되는 지점이 있었어요. 보통 감독님께서 톤을 올려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막 해봐도 돼’라고 해주셔서 선 넘을 정도로 했어요. 흥분하면 욕이 나와서 ‘삐’ 처리가 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감독님께서 보시다가 선을 맞춰주셨어요. 예를 들어 MT 장면에서 ‘미친 사람이 뭔지 보여주자’ 싶었어요. 정말 애드리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말도 안 되는 걸 하는데, 인서트와 음향으로 그걸 또 살려주시더라고요. 감사했습니다.” -
Q. 화제가 되었던 “이봐, 류?”라는 임금의 대사도 혹시 애드리브였나?
“그건 애드리브는 아니었어요. 저도 애드리브를 많이 했지만, 사실 대본 속에 다 치밀하게 설정이 돼 있었어요. ‘이봐, 류’에 대한 댓글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그 어떤 것보다 웃겼다고요. 정말 작가님의 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치밀한 설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Q. ‘이봐, 류’의 주인공인 변우석과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 2019) 이후 재회했다. 반갑기도 했을 것 같고, ‘선재 업고 튀어’에서 호흡은 어땠나.
“(변)우석이랑 제가 원래 친구로 지냈거든요. 그런데 제가 1월생이라서요. 의도치 않게 족보 브레이커가 됐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난 (변)우석이가 ‘너 한 살 어렸더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결국 (변)우석이랑, (이)승협이랑, (김)혜윤이까지 다 친구가 됐습니다. 여섯 명이 다 같이 친해지자고 말을 놓았어요. 그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나서 존댓말로 대화하다가 반말로 연기하면 어색했을 수도 있었는데 그런 건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잘 조절해 주신 것 같습니다. ‘검블유’ 때 저는 팀원 중 한 명이었고, (변)우석이는 특별 출연이지만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둘 다 꾸준히 이 길을 걸어오며 서로 응원하게 되거든요. (변)우석이도 잘되어서 너무 좋았는데, 같이 호흡한 작품이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지니 너무 기쁘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같이 성장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요. (변)우석이는 정말 선재가 된 것 같아요. 원래도 너무 착하고, 겸손한 친구고요. 나이가 34살이니, 차분해질 때 그런 자리에 서게 돼 자기 것을 더 잘 지켜나갈 것 같아요.”
Q. 김혜윤과는 정말 ‘K-남매’ 그 자체의 호흡을 보여줬다. 현장에서 호흡이 남달랐을 것 같다.
“(김)혜윤이가 너무 잘해서요. 딱 촬영 들어가자마자 돌변해서 열받게 하는 게 있어요. 대사도 없는데, 이미 눈빛부터 뭔가 하대하는 게 느껴졌어요. 일부러 더 열받게 하려고 툭툭 치고, 너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건 (김)혜윤이가 많이 도와준 것 같아요.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경험도 많고, 실제로 대선배님과 연기하는 것 같았어요. 멋있었습니다. 사실 솔이 감정선이 힘들고, 눈물도 많고, 촬영 분량도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항상 웃고, 에너지가 쳐지지 않고, 피곤한 내색 한 번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존경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어린 친구가 괜히 저 자리에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배우기도 한 것 같아요.” -
Q. 실제로는 남동생이 있지 않나.
“실제로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심지어 친동생이 저와 절친한 동생과 눈이 맞아서 결혼했어요. 과거 씨야라는 그룹의 멤버였는데요. 둘이 눈 맞아서 저는 친구를 잃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족이 되어서 지금은 너무 좋아요. 그 친구도 과몰입러라서요. 제 동생을 핸드폰에 남편이라고 저장하지 않고 ‘선재’라고 저장해놨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웃겨요. 그래서 (변)우석 씨에게 사인 한 장 부탁해서 보내줬는데요. 너무 좋아하고, 하루 종일 그것만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Q. 배우 서혜원과 스파이더맨 키스부터 부부 호흡까지 펼쳤는데 호흡은 어땠나.
“현주 역에 서혜원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궁금했거든요. ‘연기 너무 잘한다’, ‘에너지가 좋다’고 소문을 많이 들어서 기대도 많이 했어요. 기대만큼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약속하지 않은 것을 해도 그대로 티키타카가 됐어요. 마이크가 물리지도 않고, 너무 편안했던 것 같아요. 연기 잘하는 친구랑 러브라인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제가 영광이었죠. 많이 배웠고요. 사적으로도 사는 패턴 같은 성향이 잘 맞아서 좋은 친구가 됐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대화하며 촬영한 것 같습니다.” -
Q. ‘선재 업고 튀어’는 주연배우의 화제성 지수부터, 팝업 스토어가 생기고, 최종화를 극장에서 대관해서 보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남다른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를 체감하나.
“체감하는 것 같아요. 제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약 세 배 정도 많아졌고요. 제가 뭘 올리면 그 정도까지 안 터지는데, 말이 안 돼요. 조회수가 1,500만 기록한 게시물도 있어요. 정말 시청률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온 것 같아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다양한 게시물들, 유튜브 쇼츠 등이 화제도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이 정도로 노출이 된다는 게 엄청난 것 같아요. 도달률이 천만이 넘어간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데, 이건 작품의 힘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작품에 출연한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사실 전작 ‘닥터 차정숙’ 때도, ‘선재 업고 튀어’도 공개 당시부터 화제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종영 당시에는 정말 큰 박수를 받게 된 작품이다. 이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지점도 있을 것 같다.
“맞아요. 결과를 먼저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전작도 이번 작품도 사실 잘 될 줄은 알았어요. 충분히 글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진짜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촬영 시간도 길고 그래서 잊고 있었어요. ‘선재 업고 튀어’는 사계절을 함께하며 준비했고, 결과를 기다렸거든요. 전 진짜 복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 의미에서 배우 송지호에게 ‘선재 업고 튀어’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모든 작품이 다 의미가 있고, 성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부끄럽지만 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게 돼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전작에서 어머님 세대에 저를 알릴 수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 2049 타깃층에게 저를 알리게 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요.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정말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어서요. 그런 지점이 저에게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직 차기작이 정리된 것은 없지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