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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업고 튀어’는 시간을 넘어서 선재(변우석)을 지키려는 솔이(김혜윤)의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 가하면, 시간과 기억을 넘어서 솔이(김혜윤)를 사랑하는 선재의 이야기라고 읽히기도 한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서로를 갈구하기보다 지켜내려는 마음. 사랑 이상의 사랑은 김혜윤과 변우석의 모습을 통해 손에 닿을 듯 구체화됐다.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물이었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였지만, 그 이상의 ‘멜로’로 다가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뷰①] 김혜윤, ‘청춘 3부작’ 가능한가요?’에서 솔이에 다가서는 김혜윤을 조명했다면, 이번 인터뷰에서는 멜로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이야기해 보려 한다. -
Q. [인터뷰①]에서 이야기했듯, 변우석은 선재의 나이이고, 본인보다 5살이 더 많다.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이 궁금하다.
“처음 만난 건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라는 웹드라마에서였어요. 그때는 연기를 같이하지는 않았고, 인지만 하던 상황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선재 업고 튀어’로 처음 만났을 때도 어색하거나 낯가리지 않았어요. 원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오빠가 편하게 해주다 보니, 금방 친해진 것 같아요. 그런 옆집 오빠는 없겠지만, 그만큼 친근하고 다정다감했습니다.”
Q. 캐스팅 당시부터 ‘설레는 키 차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가 이제는 키 차이에 노하우가 생겼어요. 키 차이가 크게 나는 분들과 작업하다 보니까요. 둘이 화면에 담기는 장면을 찍을 때, 밑에 상자를 깔고 길을 만들어서 촬영하거든요. 키 차이가 크게 나니, 둘 중 한 명을 찍으려면 한 명이 아예 화면에서 없어질 때가 있어서요. 그런데 상자로 깔아놓은 길은 끝났는데, 아직 촬영은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푹 꺼질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생긴 노하우가 까치발을 들면서 높이를 맞춰요. 거의 발레리나처럼요. 상자가 없어져도 촬영을 이어갈 수 있는 저만의 꿀팁입니다. (웃음)” -
Q. ‘선재 업고 튀어’ 속 솔이(김혜윤)와 선재(변우석)의 사랑은 다른 멜로 작품에서 묘사되는 사랑과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었다.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 우선인 순수한 사랑의 원형이었다.
“가볍게 생각하면, 굉장히 로맨틱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간접적으로 나마 솔이로 살아봤을 때, 굉장히 애절하고, 단순히 살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넘어선 무언가 있는 느낌이었어요. 간접적으로 잠깐 체험을 해본 거지만, 뒤로 갈수록 매번 감정이 깊어서 힘들었습니다.”
Q. 깊어진 감정 때문일까. ‘선재 업고 튀어’ 메이킹 영상에서 인혁(이승협)의 집에서 키스 장면을 앞두고, 떨어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만큼 깊이 몰입해 있던 건가.
“대본을 보면서도 눈물이 난 장면인데요. ‘오늘 내가 돌아가도, 울면 안된다’라고 하는 말이었는데, 그 말이 솔이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정말 마지막으로 선재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슬펐던 것 같아요.” -
Q. 초반에 솔이에게 몰입하게 된 지점은 ‘덕질(팬 활동)’이었다. 제작보고회 때 ‘덕질’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 간절함을 표현했나.
“제가 10대 때 솔이만큼 누군가를 덕질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문득 대본을 읽을 때 제 팬 분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를 만날 때, 울먹거리던 팬도 있고, 덜덜 떨며 편지를 전해주신 분도 계셨거든요. 그 편지 내용도 한자 한자 얼마나 공들여 썼을지 느껴졌어요. 그런 부분들을 떠올리며 솔이를 연기하려고 했어요. 그런 팬 분들의 마음을 대변해서 ‘선재를 바라볼 때 어떻게 봐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연기한 것 같아요.”
Q. 선재를 향한 솔이의 감정을 ‘짝사랑’이라고 명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짝사랑해 본 경험에서 꺼내온 지점이 있을까.
“짝사랑을 해보긴 했는데, 솔이에게서 그 기억을 떠올리진 않았어요. 아무래도 솔이는 ‘최애’(최고 애정)로 선재를 바라보기 때문에, ‘짝사랑’보다 설렘을 느낄 때, 그 상황을 최대한 직접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사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설렘을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는 일이잖아요. 둘만의 감정을 누구나 인지할 수 있지만, 미세한 떨림은 보여야 하잖아요. 그 부분을 고민하긴 했는데요. 오히려 카메라 감독님과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들을 섬세하게 잘 잡아주신 것 같아요. 솔이를 연기하다가,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려서 꽉 쥔 모습 등을 감독님께서 잘 잡아주셔서 설렘이 더해진 것 같아요.” -
Q. 솔과 선재의 떨림이 잘 드러났다고,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선재 업고 튀어’ 속 ‘최애’ 장면이 있을까.
“떨림이 제일 잘 보인 장면은 현관 키스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께서 손 디테일에 엄청나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거든요. 그리고 실제로도 긴장이 많이 되기도 했어요. 제가 그렇게까지 진한 로맨스 장면이 처음이라서요. 실제로 느낀 떨림과 상황이 잘 어우러져서 떨림이 잘 보였던 것 같아요.”
Q. 앞서 ‘유퀴즈 온 더 블록’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변우석이 고마운 마음을 전한 바 있다. 함께하며 변우석에 대한 느낌이 있을 것 같다.
“전 사실 제가 숟가락을 얹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빠가 워낙 (겸손해서요). 그런데 저는 그 부분도 한몫한 것 같아요. 둘의 케미라고 표현해 주시는데, (변우석) 오빠가 먼저 편하게 해준 덕분에 저도 되게 금방 친해질 수 있었거든요. 서로 스스럼없달까요? 먼저 다정다감하게 잘 챙겨주고 해주다 보니, 저도 많이 의지할 수 있었고, 현장에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Q. 어떤 지점에서 변우석의 배려를 느꼈나.
“제가 감정 신이 많다 보니, 집중할 장면이 많았거든요. (변우석) 오빠가 그럴 때마다 배려를 많이 해준 것 같아요. 장면에 집중할 수 있게 기다려주거나요. 예를 들어, 어떤 날은 제가 옷자락을 잡고 있을 때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다 기다려 줬어요. 그리고 본인을 찍는 게 아닌데도, 굉장히 진심으로 선재의 모습으로 있어 주다 보니까 저도 더 몰입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저를 많이 배려해 줬다고 느껴졌고요. 덕분에 저도 더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웹 예능 ‘살롱드립2’ 출연 당시 MC 장도연의 “둘이 사귀지?” 질문에 “노코멘트 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그 대답을 해줄 수 있나.
“그런데 그때 그 대화에 노코멘트가 답변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예고편을 편집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고요. (웃음) 저희 둘의 관계를 말씀드리자면, 이제 멀어져 가는 동료(변우석)를 바라보며, 저도 금방 갈 거예요. 발맞춰 가보겠습니다. (웃음)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