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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BTC)에 대한 현물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이하 ETF) 승인을 결정하며,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킨 후 투자자들이 주식과 같이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으로, 일반인들의 시장 유입이 원활해짐에 따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며, 실제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인 7만 3천 79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인 시세 상승에 따른 투자심리 악용한 코인투자사기 기승시장 유동성에 따라 시세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비트코인의 ETF 승인은 코인투자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솔깃한 소식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악용한 코인투자사기가 급증한다는 점이다. 사기 수법 또한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다양한 관련 지식 및 정보를 보유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팀을 대상으로 사기를 벌이는 행각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유명 암호화폐 거래소를 사칭해 암호화폐를 상장해 주겠다고 속인 후, 상장 제반비용 명목 하에 수억 원의 비용을 받고 잠적한 사건이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Upbit)는 지난 3월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투자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가짜 거래소 이용 투자사기 유형 및 피해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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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투자사기는 원화마켓 상장 시 높은 가격 상승률이 예측됨에 따라 많은 프로젝트들가 유명 원화마켓에 상장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한 것으로, 프로젝트 팀들은 물론 가격 하락으로 인해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안기고 있다.
A코인프로젝트, 거래소 사칭범에 수십억 원 상당 피해 입어사실 이와 같은 사기사건은 이전에도 종종 발생했다. 유력 A코인프로젝트는 국내 유명 거래소 관계자를 사칭한 사기범에 의해 수십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코인 발행 후 상장을 준비하던 A코인프로젝트는 자신을 코인거래소 내부 관계자라고 밝힌 B씨를 알게 됐고, B씨는 상장 지원을 명목으로 A코인프로젝트에 상장 제반비용을 요구했다. A코인프로젝트 측은 관련 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력이 있던 인물이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상장을 추진하던 거래소와 관련한 의례적 상장절차 중 하나로 판단, 수십억 원 대의 코인을 B씨에게 건넸다.
상장 한 달 뒤 대량 매도 물량과 암호화폐 가격 급락을 수상하게 여긴 A코인프로젝트는 B씨가 받아 간 코인이 전량 매도됐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해당 거래소로부터 B씨가 관계자가 아님을 공식 확인한 후 그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B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따른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내 거래소 넘어 글로벌 거래소 사칭한 사기사건 발생하기도이와 같은 코인투자사기는 국내 거래소를 넘어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로까지 진화하는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엘뱅크(LBank)는 자사와 관련해 대표이사 사칭 및 기타 사기행위 등을 벌인 B씨에 대한 강력한 법적조치를 예고하고, 성명문을 통해 향후 철저한 관리를 통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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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뱅크에 따르면, 씨는 엘뱅크 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로 기재된 명함을 불법으로 사용하며, 제3자에게 엘뱅크의 한국지사장인 것처럼 속여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자금을 편취했다. 현재 B씨는 엘뱅크 최고경영자 서명을 불법 복제하여 계약서와 위임장 등의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하는 등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를 받아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뱅크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한국 내 사업관련 의혹과 관련해 당사는 한국 내 특정 지역에 지점 또는 사무소를 설립한 적이 없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엘뱅크의 대표 자격을 위임하거나 승인하지 않았다”라며 “엘뱅크는 청렴성과 투명성, 윤리적 무결성을 기초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한국 트레블룰 규칙 준수를 위해 코드(CODE)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코인 투자 시, 신중한 접근과 철저한 검증 필요속된 말로 ‘사기꾼이 속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속일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사회적·경제적으로 예측 불가한 상황이 지속되며 더 나은 삶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보다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개발과 상장을 간절히 원하는 프로젝트 팀의 의욕과 열정을 집요한 수법으로 악용하는 것으로,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이들의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투자자는 물론 프로젝트 팀 역시 투자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혹시 모를 사기행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각고의 노력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