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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봉 서울교대 교수, AI 시대 작곡을 말하다

기사입력 2024.04.17 22:53
AI 작곡, 음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다
“AI 시대에선 학생들의 자아탐구 능력 중요”
  • 남상봉 서울교대 교수./서예림 기자
    ▲ 남상봉 서울교대 교수./서예림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발전으로 ‘AI 작곡, AI 작사’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AI가 사람이 작곡한 음악을 다시 재조합하는 수준을 넘어 원하는 문구를 입력하면 이를 이해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낸다.

    안창욱 GIST 인공지능연구소장이 개발한 AI 작곡가 ‘이봄(EvoM)’이 대표 사례다. 이봄은 지난 6년간 30만 곡을 작곡했다. 유명 트로트가수 홍진영의 노래 ‘사랑은 24시간’도 이봄이 작곡한 곡이다. 이달 초에는 유명 작곡가 김형석이 SNS에 “최근 모 기관의 의뢰로 작곡 공모 심사를 했다. 1위로 뽑힌 곡이 제법 수작이었으나 주최 측으로부터 오늘 AI를 사용해 만든 곡이란 통보를 받았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전남도교육청이 낸 박람회 주제곡 공모전에서 AI가 만든 곡이 1위를 했지만, 심사위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처럼 음악계가 AI 발전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인 작곡가가 AI로 대체되는 것이 아닌지, 앞으로 음악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의문이 사회적으로 개진되고 있다. 음악 저작권, 데이터 보호 등에 관한 문제도 산적했다. 그렇다면, 작곡 전문 교육자는 AI 기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서울교대 음악교육과에 근무하며 작곡 관련 교육을 지도하는 남상봉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남상봉 서울교대 교수가 AI 음악 산업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THE AI
    ▲ 남상봉 서울교대 교수가 AI 음악 산업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THE AI

    - 최근 한 경진대회에서 AI로 작곡한 음악이 우승했다. AI가 만든 곡이 사람이 만든 곡과 겨루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평가도 있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AI를 도구로 활용했을 뿐 그 곡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작곡할 땐 여러 미적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은 AI가 아닌 사람이 한다. 미술에서도 AI로 출품한 작품이 우승한 사례도 있다. 포토샵을 비롯한 여러 도구를 이용하는 것처럼 AI도 도구로 활용한다고 보면 된다. 이를 지시하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수정하는 작업은 다 사람이 한다. 이 때문에 AI로 만든 곡도 AI를 도구로 활용했을 뿐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불공평하지 않다고 본다.”

    - 일자리 문제도 있다. AI가 작곡하면서 작곡가라는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단 우려다.

    “AI가 작곡가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작곡과 편곡에서 비교적 간단한 업무를 하던 이들은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또 작곡가는 일부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음악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방대하다. AI가 발전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방대한 종류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작곡은 문턱이 높은 분야였다. 음악과 작곡에 관한 높은 지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AI가 발전하면서 음악에 관한 높은 지식이 없어도 자신의 취향대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번 경진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도 전문 작곡가가 아닌 초등학교 교사였다. 작곡가라는 직업이 사라지기보단, 작곡 문턱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

    - 새로운 시장이라면 무엇일까.

    “카메라를 예로 들어보자.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가들의 직업이 바뀌었다. 지금 수많은 디자이너가 등장했고, 전문 사진사도 나왔다. 또 사람들이 사진을 촬영하며 SNS, 블로그 등에 올림에 따라 관련 산업도 성장했다. 이를 통해 광고 등 부가 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음악도 비슷하다. 사진은 눈으로 본다면 음악은 귀로 즐길 수 있다. ‘나도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다’가 완성된다면 카메라 발전과 유사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물론 작곡가도 업무 효율이 높아지면서 더 다양하고 많은 곡을 선보일 수 있다.”

    - 그런데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곡을 생성한다. 데이터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표절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는데.

    “사람 작곡가도 기존 데이터를 활용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단, 기존에 많은 음악 유산을 바탕으로 새롭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낸다. 다만, AI를 학습하는 데 사용하는 데이터를 저작권자 허락 없이 활용하는 것은 문제다. 또 하나 생각해 보면 표절 문제는 AI 모델 개발과 활용으로도 풀어갈 수 있다. AI에 ‘기존 데이터를 표절하지 말라’고 학습하거나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일부 해결될 수 있다.”

  • 남상봉 서울교대 교수가 AI 음악 산업에 대해 인터뷰 하고 있다./서예림 기자
    ▲ 남상봉 서울교대 교수가 AI 음악 산업에 대해 인터뷰 하고 있다./서예림 기자

    - AI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있지만 분명 사람이 해야 하는 역할도 있을 것 같다.

    “AI가 좋은 도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또 도구로 자리매김했을 때 이를 잘 운용하고 통제하며 우리 삶에 잘 녹아들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를 사용하지 말고 사람의 힘만으로 작곡하라는 경진대회나 과제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AI 사용 여부를 우리는 찾아낼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일부만 사용했을 수도 있고 아주 미세한 부분만 활용했을 수도 있다. 이는 음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AI에 관한 명확한 통제는 이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 전 사람이 갖춰야 할 요건이다.”

    - AI가 발전하면서 초보 작곡가도 능숙하게 작곡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경력자들은 불만을 가질 법도 한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풍토를 마련해야 하고, 개인이 자신만이 잘하고 좋은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 앞으로 AI는 더 발전할 것이다. AI가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으므로 이를 인정하고 이러한 환경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그런 사람이 앞서나갈 것으로 본다.”

    - 현재 교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AI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 상황에선 자아 탐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학생들이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데 힘을 쏟고 싶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창의성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창의성을 극대화하게 하려면 본인이 좋아하고 또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서 한다는 게 쉽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누구고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를 많이 생각해야 하고 더 자신을 잘 알고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AI도 자아를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다. 당연히 시대 흐름에 맞춰 기본적인 소양을 공부해야겠지만, 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와 같은 의문데 답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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