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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에 맞선 AI, 임신 성공 돕는다

기사입력 2024.04.17 10:25
난임 치료에 AI 활용 증가, 난자 선별과 배아 관리 지원
김진영 난임 전문의 “환자 중심 난임 치료에 AI 도구적 가치 높아”
  • 김진영 난임 전문의는 “이미 배양 장비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장비에는 AI 기술이 많이 탑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기자
    ▲ 김진영 난임 전문의는 “이미 배양 장비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장비에는 AI 기술이 많이 탑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기자

    “한국이 완전히 망했네요. 와, 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지난해 8월 조앤 윌리엄스 명예교수가 공중파 방송에 나와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에 인구 소멸이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후 지속 감소 중이다. 2022년에는 0.78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0.68명으로 예상된다. 합계출산율은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뿐이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는 게재한 ‘한국이 사라지는가?’라는 칼럼에는 한국 인구 감소 수치가 14세기 유럽 인구 절반가량을 사라지게 한 흑사병을 능가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 난임 환자 치료, 저출산 문제 해결 도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48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출산율을 높이긴 어렵다고 얘기한다.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딩크족 경향이 20~30대에 많고, 사회에 진출한 여성이 많아지면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장기적인 돌봄 육아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직장이 얼마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결혼 나이가 늦어지면서 자녀 계획을 안 하게 되는 이들도 많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이들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자녀를 기피하는 출산 인구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하지만 인식 변화를 위해선 사회적인 제도와 지원, 복지가 뒷받침돼야 하므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녀를 갖고 싶은 의지가 있는데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부를 지원하는 정책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결혼 나이대가 늦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난임 문제로 자녀를 포기하는 부부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난임 시술 환자는 2018년 23.4명에서 2022년 27.3명으로 17% 늘었다. 또 난임 환자는 2017년 20만 8704명에서 2018년 22만 9460명, 2019년 23만 802명으로 3년간 평균 5% 증가했다. 이 수치를 분석하면 결혼한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제안되는 기술이 인공지능(AI)이다. 난임 환자가 지속 늘어나는 만큼 의사를 보조할 수 있는 난임 전문 AI를 만들고,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배아가 잘되는 난자를 찾아주고 배양상태를 잘 유지하는 AI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김진영 난임 전문의 “난임 전문 AI,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필요”

    국내 난임 전문가인 김진영 베스트오브미여성의원 대표원장은 “이미 배양 장비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장비에는 AI 기술이 많이 탑재되고 있다”면서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배아가 잘될 수 있는 난자를 선별하고, 실시간으로 배아 상태를 관찰해 관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법이나 다른 의료 분야처럼 수많은 논문과 이론을 학습한 난임 전문 대화형 AI가 나온다면 경험이 많은 의사의 좋은 보조 도구가 될 것”이라면서 “저출산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의사를 보조할 수 있는 AI가 나온다면 난임 의사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영 원장은 연세의대를 졸업 후 25년 이상 산부인과 전문의와 난임 분야 전문의로 근무해왔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차의과대학교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등 국내 주요 산부인과 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난임부터 시험관아기, 습관성 유산, 난소 기능 저하, 반복 착상 실패, 얇은 자궁 내막 등을 연구했다. 현장에선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수술적 치료 등을 통해 4000명 이상 부부의 출생을 도왔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7월 열린 ‘인구의 날 기념행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난임 전문의로 근무하며 환자와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환자와 긴 시간 소통하며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환자와의 장기간 소통이 어렵다. 환자 수가 많고 대학병원의 경우 의사가 연구하는 내용도 많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게 된다. 김 원장은 “난임 전문의는 환자가 임신에 성공하기까지 함께 여정을 걷는 친구이자 동반자”라며 “상담과 진료를 하며 환자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원을 개원한 이유도 더 자유롭게 환자와 일대일로 난임 해결 컨설팅을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여기서 AI는 환자의 케어를 돕는 동시에 의사의 업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 상담과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다른 업무를 자동화하고, 의사가 필요한 정보를 간단히 검색하면 이를 챗봇처럼 알려주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미 난자 관리나 배아 등에선 AI 기술이 도움을 주고 있다. 배아가 발달하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AI가 24시간 관리한다.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의료진에게 알려주고, 발달 과정을 보며 좋은 수정란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 원장은 “의사와 간호사가 24시간 케어할 수 없는 부분을 AI가 보조하면서 난임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현재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수면 부족, 환경호르몬 등으로 인해 난임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의사의 경험과 노하우에 AI가 좋은 도구로 뒷받침된다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이들의 고민을 덜고 저출산 문제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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