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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뚫지 못한 이란 드론, 한국 방어체계도 강하다

기사입력 2024.04.15 16:46
드론 잡는 드론, 공중부터 휴대용까지 다양
AI와 탐지 센서 등으로 촘촘한 감시망 마련
  • LIG넥스원이 개발한  ‘대드론 통합체계’ 모습. /김동원 기자
    ▲ LIG넥스원이 개발한 ‘대드론 통합체계’ 모습. /김동원 기자

    이스라엘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막아냈다. 이스라엘군은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360여 기의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을 날려 보냈지만, 이 중 99%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드론 공격이 차단된 셈이다.

    드론은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병기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으로 타깃을 감시, 순찰하고 사살할 수 있다. 적에게 들켜도 아군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어 전력 효율이 높다. 드론의 효율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입증됐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초계정 1척을 침몰시켰고, 이 공격으로 러시아 군인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약 40만 원의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드론이 70배 비싼 중국제 러시아군 차량을 제압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이란의 경우는 달랐다. 이란은 1000㎞ 이상 떨어진 이스라엘을 공격하는데 자국제 샤헤드드론 170대를 사용했다고 했지만, 이스라엘에 피해를 주지 못했다. 프로펠러 형태의 구형 드론과 더불어 제트 엔진이 탑재된 샤헤드 238 등의 드론이 있었지만, 이스라엘 영공에 닿지도 못한 채 모두 격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란 공격의 실패는 ‘안티드론’의 영향이 크다. 안티드론은 말 그대로 ‘드론 잡는 드론 기술’이다. 침공하거나 주변을 순찰하는 드론을 탐지·식별하고, 파괴·무력화 시킨다. 주파수 레이더, 광학 카메라, 음향 센서 등을 토대로 드론을 탐지해 파괴한다. 최근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AI가 카메라에 촬영된 드론을 자동 탐지하거나, 소리로 식별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안티드론 시장 규모는 19억 3000만 달러(약 2조 6700억 원)로 추정된다. 2029년까지 연평균 24.41% 성장해 2029년에는 57억 6000만 달러(약 7조 97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 안티드론 방어시스템 예시. /김동원 기자
    ▲ 안티드론 방어시스템 예시. /김동원 기자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국내에서도 드론 감시망 관련 기술이 지속 개발되고 있다. LIG넥스원이 지난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드론쇼코리아 2024’에서 소개한 ‘대드론 통합체계’가 대표 사례다. 미확인 드론에 대한 탐지·식별·무력화를 통해 국가 중요시설과 아군 전력을 보호하는 시스템인 대드론 통합체계는 탐지 센서와 무력화 장비로 구성돼 있다. 탐지는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다 등으로 수행한다. 이후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로 추적 후 재머를 이용해 제압한다. 재머는 통신 전파를 교란하는 장치로 적이 드론을 조종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가짜 신호를 보내 오작동을 유도하는 스푸핑과 함께 드론 무력화에 자주 쓰인다. 현장에 있던 LIG넥스원 관계자는 “드론 제어 잡음 기법과 GNSS 잡음 등으로 적 드론을 무력화시킨다”며 “국가 주요시설에 설치해 적 드론 공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리스스퀘어, 삼정솔루션, 두타테크놀로지스 등의 기업에서도 안티드론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토리스스퀘어는 안티드론 솔루션의 핵심 기술로 평가되는 3D AESA 레이더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AI를 통해 물체를 식별, 분석하고 추적하는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삼정솔루션이 개발한 휴대용 안티드론건. /김동원 기자
    ▲ 삼정솔루션이 개발한 휴대용 안티드론건. /김동원 기자
  • 두타테크놀로지스도 휴대용 드론제압용 전파방해기 '울프' 시리즈. /김동원 기자
    ▲ 두타테크놀로지스도 휴대용 드론제압용 전파방해기 '울프' 시리즈. /김동원 기자

    삼정솔루션은 탐지된 드론을 파괴할 수 있는 휴대용 안티드론건 등을 개발했다. 운반이 편하고 간편한 조작으로 침투한 드론에 재밍 신호를 발사해 무력화시킨다. 두타테크놀로지스도 휴대용 드론제압용 전파방해기 '울프' 시리즈를 출시하며 드론 방어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공중에서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도 있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무인 대공 방어 시스템 ‘모르피우스’다. 이 시스템은 공중에서 비행하며 드론을 탐지하고 무력화한다. 지상 기반 시스템보다 탐지 범위가 넓다.

    국내 국방 관계자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낸 드론의 경우 성능이 낮은 드론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러한 드론들은 쉽게 탐지 후 제압 및 무력화가 가능하다”면서 “바이러스와 백신 관계처럼 드론이 발전할수록 안티드론 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기본적으로 방어 작전이 중요하므로 안티드론 기술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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