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정치냐, 미디어 자유냐”… 브라질 법원과 일론 머스크 다툼

기사입력 2024.04.08 20:22
브라질 법원의 X 계정 차단 명령에 일론 머스크 불복종
“외국 억만장자가 브라질 법치주의 무시한다” 비난 거세
  • 엑스(X·옛 트위터) 본사 /일론 머스크 트위터
    ▲ 엑스(X·옛 트위터) 본사 /일론 머스크 트위터

    브라질 법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 법원이 X에 혐오 표현·가짜뉴스를 전파한 계정에 차단 명령을 내리자, 일론 머스크 CEO는 “판사는 탄핵당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자 브라질 연방검찰총장은 X에 올린 글을 통해 “외국 억만장자가 브라질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8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르헤 메시에스 브라질 연방검찰총장은 전날 X에 올린 글에서 “외국 억만장자가 브라질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브라질의 소셜미디어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상황과 브라질 사법부의 판결에 불복하는 행위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며 향후 강력 대응할 계획임을 얘기했다. 여기서 얘기한 억만장자는 바로 일론 머스크다.

    앞서 7일 머스크는 최근 증오·혐오 표현과 허위 정보를 전파한 것으로 의심되는 ‘X 계정’을 삭제하라는 브라질 대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6일 게시글을 통해 “우리는 (폐쇄 명령을 받은 계정에 대한) 규제를 모두 해제하겠다”며 “그렇게 하면 브라질에서 수익을 모두 잃고 사무실을 닫아야 할지 모르지만 돈보다 원칙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데 이어 7일에는 “브라질 대법원의 알레샨드르 드 모라이스 대법관이 내린 계정 폐쇄 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곧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대법관은 거듭 뻔뻔하게 헌법을 위반하고 브라질 사람들을 배반했다”며 “그는 사임하거나 탄핵 돼야 마땅하다”고 적었다. 

    X도 같은 입장을 냈다. 성명을 통해 법원 명령에 따라 브라질에서 인기 있는 특정 계정들을 차단하도록 “강요받았다”며 명령의 세부 사항에 대한 공개도 금지됐다고 밝혔다. 만약 머스크가 특정 계정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계정 1개당 하루 10만 레알(약 27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도 담겼다고 전했다.

    이번 브라질에서의 X 계정 관련 다툼은 정치적 압박과 미디어 자유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위터 계정에 차단 명령을 내린 모라이스 대법관은 현재 브라질 집권당과 관계가 있다고 평가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머스크는 브라질의 전직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와는 사이가 좋았지만, 좌파 정권으로 교체된 후에는 관계가 멀어졌다”면서 “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 혐의에 대한 조사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온라인상 허위 정보 등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강한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짜뉴스 관련 소셜미디어 계정 폐쇄 명령을 내려왔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벌금 부과 압박을 해왔다. 이 중 대부분은 극우 성향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집권당인 좌파 노동자당은 반대로 일론 머스크가 브라질에서 반대 정치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집권당인 좌파 노동자당의 글레이시 호프만 대표는 “머스크가 브라질에서 극우를 부추기고 있다”며 “억만장자 미국인 머스크의 달갑잖은 모욕적인 발언은 브라질 주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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