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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신경계 뇌 질환 중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흔한 질환인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진행성 퇴행성 질환이다.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세포의 변성이 생겨,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합성·분비하는 뇌세포가 점차 줄어들면서 몸의 움직임에 이상이 생긴다.
65세 이상 인구 중 1%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의 평균 발병 나이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정도이며,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으며, 대부분의 환자가 가족력 및 뚜렷한 유전자 이상 없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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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부터 병이 시작됐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다수의 환자가 초기에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손 떨림 현상을 겪는다. 서동, 떨림, 근육의 강직 등이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이며, 이외에 보행 동결, 배뇨 장애, 변비, 성기능 이상, 기립성 저혈압, 후각 소실, 정서적 장애, 수면 장애, 인지기능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이러한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부터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가 많다. 잠꼬대, 우울감, 후각 저하, 변비 등의 증상들이 먼저 나타나거나 걸음걸이나 자세가 변하고 얼굴이 무표정해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이 밖에 어깨의 통증이 초기에 나타날 수 있고, 글씨를 쓸 때 글자의 크기가 점차 작아지거나 말할 때 목소리가 작아지는 경우도 있다.
파킨슨병은 신경과 전문의의 병력 청취 및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증상 유무를 판단하고 진단한다. 뇌 질환이지만 뇌 MRI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파킨슨병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른 질환인지 확인하기 위해 MRI를 시행한다. 베타 CIT라는 특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PET 검사(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를 시행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파킨슨병 진단에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이 진단되면 초기부터 걷기 등 지속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좁은 공간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한준 교수는 “파킨슨병의 치료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시로 치료법을 바꿔야 하므로 정기적으로 신경과 전문의를 방문해 상담하고 현재의 상태에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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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교수가 소개한 파킨슨병 환자가 지키면 좋은 생활 관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침실 환경
침대의 높이는 일어나기 쉽도록 무릎 높이 정도로 맞추고, 측면 손잡이를 설치한다.
◆ 화장실
파킨슨병 환자가 가정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화장실이다.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고무매트나 미끄럼 방지대, 손잡이 달린 변기 등을 설치한다. 손이 닿기 쉬운 곳에 물건을 비치한다.
◆ 옷 입기
강직이나 서동으로 인해 옷을 입고 벗을 때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입고 벗기 쉽도록 잘 늘어나고 헐렁하며 단순한 옷을 입는다. 바지를 입을 때 균형을 잃기 쉬우므로 앉아서 입도록 한다.
◆ 식사 시간
식당에서 음식 자르기가 어려우면, 미리 먹기 좋게 잘라서 먹을 수 있도록 주문한다. 수저의 손잡이가 좀 더 큰 것이 식사하기 수월하며, 손 떨림이 심하면 비교적 무거운 수저를 사용한다. 또한 급하게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 걷기, 계단, 차 타고 내리기
지팡이, 보행기, 휠체어 등을 사용해 보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손잡이를 꼭 잡고, 한 계단씩 천천히 오르내리는 것이 좋다. 차를 탈 때는 차를 등지고 엉덩이가 먼저 들어가고 다리를 돌려서 승차하는 것이 쉽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