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장원영 언니'가 아닌 '배우 장다아'의 단단함 [인터뷰]

기사입력 2024.04.06.00:01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백하린 역을 맡은 장다아 / 사진 : 티빙 제공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백하린 역을 맡은 장다아 / 사진 : 티빙 제공

    백하린은 보육원 하늘의 집에서 백연여고 이사장이자 재벌가로 입양됐다. 그의 엄마 최이화(정애연)는 하린을 사랑 대신 돈으로 아이를 길렀다. 그런 하린은 비밀투표로 A부터 F까지 등급을 매기는 서열 게임 '피라미드 게임'을 주도한다. F등급은 공식적인 '왕따' 취급을 받는다. 외모는 화려하지만, 그 속은 썩어있다. 장다아는 그런 '백하린'을 눈 밑 떨림 연기로까지 담아냈다.

    장다아는 '피라미드 게임'에서 악역 백하린을 선보이며 배우로 데뷔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는 '장원영 언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먼저 그룹 아이브로 데뷔한 장원영의 언니이자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이이기도 하기에,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장 자매'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 장다아는 학창 시절 무용을 전공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는 배우의 꿈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을 보는 걸 좋아했고, 그때까지 연기라는 직업을 가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하고 있던 전공이 있었고, 그 부분에 충실하게 생활하던 과정에서 배우라는 꿈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 연기를 시작해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바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먼저 연예계에 데뷔한 동생 '장원영'의 영향이 컸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장다아는 "각자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고, 그것이 엔터테인먼트라는 공통점이 생긴 거다"라며 "부모님께서는 제가 연기에 관심이 있다는 걸 이전부터 알고 계셨다. 졸업 후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고, '피라미드 게임' 오픈 당시에도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다.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스틸컷 / 사진 : 티빙 제공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스틸컷 / 사진 : 티빙 제공

    데뷔작에서부터 주인공을 맡았다. 두 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장다아는 '백하린' 역에 발탁됐다. 처음 오디션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장다아는 "어떤 캐릭터든 나에게 주어진다면, 너무 감사하게 받아서, 최대한 내 캐릭터로 잘 표현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2차 오디션 때, 감독님께서 '백하린을 염두에 두고 보려고 한다'라고 하셔서, 식수대 장면을 연기했다. 그때 많이 부족했을거다. 그렇지만 어떤 모습에서 감독님께서 믿음을 주신 것 같다. 백하린을 맡겨주심에 감사하면서도 책임감이 느껴졌다. 저도 백하린을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발탁된 후에는 치열하게 준비했다"라고 당시를 자세하게 떠올렸다.

    장하린이 백다아 역에 가장 중점을 둔 지점은 "이중적 면모"였다. "이중적인 면모가 누구에게나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이코틱한 면모를 표현할 때는 배우로서 더 공부가 필요했다. 가장 먼저 원작 캐릭터의 이미지와 톤을 상상하며 준비했다. 누군가를 참고하면, 제 연기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연기를 부자연스럽게 담길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저 자신에게서 출발했다. 사람이 굉장히 다양한 모습이 있지 않나. 그래서 '만약 내가 백하린이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작품을 마치고 제가 가진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백하린이 표현하기에 일반적이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흥미로웠고 공부가 많이 됐다."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스틸컷 / 사진 : 티빙 제공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스틸컷 / 사진 : 티빙 제공

    감정선에만 중점을 두지 않았다. 흡연 연기, 학교 폭력 등 직접 행동해야 하는 지점에서도 고충이 있었다. 장다아는 "사실 흡연 연기가 너무 허접하거나, 담배를 들고만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가장 많이 걱정했다. 백하린은 라이터도 일반적인 라이터가 아닌 지포 라이터를 사용한다. 그런데 어색해 보일까 봐, 미술팀에게 미리 소품을 받아서 집에서 손에 쥐어보고 익숙하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쉽지 않았지만, 다음 작품에서 이런 장면이 있다면, 이번 작품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더 자연스러운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연기이지만, 백하린은 반에서 일어나는 게임을 만든 친구고, 그 게임으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폭력적인 상황을 지켜보며 즐긴 친구이지 않나. 다른 배우들의 치열한 싸움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나쁜 아이'라는 게 순간순간 실감되며 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자은이(류다인)를 감정적으로 괴롭히는 부분이었다. 그 장면이 폭력보다 더 잔인했던 것 같다.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캐릭터이지만, 백하린의 서사 속에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해야 백하린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백하린 역을 맡은 장다아 / 사진 : 티빙 제공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백하린 역을 맡은 장다아 / 사진 : 티빙 제공

    '피라미드 게임'이 공개된 후, 장다아가 선보인 '백하린'의 연기에 호평이 뒤따랐다. 특히 장다아는 '눈밑 떨림'을 보고 "마그네슘 부족이면 가능한 거냐"라고 이야기해 준 댓글을 재미있게 봤다고 언급했다. 그는 "백하린을 표현하는 데에는 언어적인 요소보다 비언어적인 요소가 많았다"라며 답변을 이어갔다.

    "저는 마그네슘 충분하고요. (웃음) 처음 눈및 떨림이 나온 건, 대본 지문과 하린이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찍고 나서 모니터를 많이 했는데, 그 과정에서 하린이가 이런 표정에서 더 풍부한 감정이 느껴진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저도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후반에는 반복적으로 의도해서 표정을 지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호평받았지만, 스스로는 아직 부족함을 느꼈다. 장다아는 "아직은 너무 부족한 모습이 많아서 제 연기에 만족보다는, 이번 연기에서 좋은 반응을 받은 것은 장점으로 간직하고, 아쉬운 반응에 대해서는 저도 같은 마음이었다. 항상 스스로 검토하고 고쳐나가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백하린 역을 맡은 장다아 / 사진 : 티빙 제공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백하린 역을 맡은 장다아 / 사진 : 티빙 제공

    장다아는 인터뷰 내내 당당하고 솔직한 자세를 취했다. 신인배우로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긴장하면서도 "정말 재미있는 질문인데요"라며 답변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원영과 닮은 이목구비에서 '연기' 이야기할 때 느껴지는 '장다아만의 반짝거림'이 있었다.

    "(동생 장원영에게) 부담감과 든든함이라기보다, 각자가 각자 영역에서 잘해 나가면, 서로에게 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말로 주고받지 않아도, 각자가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면 더 큰 힘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장원영은) 그룹 아이브로 활동 중이라 숙소 생활도 많고, 스케줄도 다르다 보니 예전처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피라미드 게임'을 보고 사진을 보내주는 등 응원해줬다. 배우는 연기로 보이는 직업이라서, 앞으로도 제가 뻔하지 않고,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예측되지 않고, 테크닉적으로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스틸컷 / 사진 : 티빙 제공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스틸컷 / 사진 : 티빙 제공

    아직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장원영은 롤모델로 넷플릭스 시리즈 '퀸스 갬빗'에서 열연한 안야 테일러 조이를 꼽으며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 보다, 자기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도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이나 매력을 찾아서 연기로 표현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러브콜을 보내고 싶은 캐릭터로 "톡톡 튀는 4차원 캐릭터"를 꼽았다.

    "다음 작품에서는 누군가를 악랄하게 괴롭히지 않고, 선하다고만 할 수는 없어도 자기 주관이 확고하면서, 생기 있고, 4차원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톡톡 튀는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 차기작이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좋은 차기작을 만나서 많이 나아진 모습,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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