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검색에 생성형 AI 탑재, AWS 아마존 베드록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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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캔버스가 인공지능(AI) 옷을 입었다. 오픈AI의 경쟁자로 불리는 앤트로픽이 지난 4일(현지시간) 출시한 멀티모달 AI ‘클로드3’를 검색 기능에 결합했다. 현재까지 나온 생성형 AI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보인다는 모델이다. 실제로 데이터분석가 맥심 로트가 진행한 IQ 테스트에서 클로드3는 인간 평균치인 100을 넘어선 101을 기록했다. 참고로 GPT-4는 84, 구글 제미나이는 77.5였다.
미리캔버스 개발사인 미리디는 클로드3를 탑재한 검색 기능을 26일 출시했다.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사람에게 요구하듯 대화 형식으로 작성하면 여기에 맞는 디자인을 검색해주는 일종의 챗봇 검색 기능이다. 일례로 “3·1절에 관한 포스터를 만들 예정인데, 진지한 분위기보다는 캐릭터들로 구성된 귀여운 느낌의 포스터 초안을 찾아줘”라고 입력하면 AI가 미리캔버스의 다양한 이미지 중 관련된 내용을 찾아주는 기능이다. 기존 키워드 방식보다 더 빠른 시간에 원하는 디자인을 검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실 검색 기능은 단순해 보여도 미리디 입장에선 중요한 과제였다. 미리캔버스에서는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다양한 디자인을 다작(多作)하고 있는데, 디자인이 방대하다 보니 고객이 검색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어서다. 검색 분류 방식도 어려웠다. 미리캔버스는 검색 방식을 키워드로 지정해놨지만, 이 키워드는 탬플릿 디자이너들이 직접 입력해 객관성이 떨어졌다. 일례로 ‘심플’이라는 키워드면 디자이너마다 심플의 기준이 다르고, 고객마다 또 기준이 달라 검색에 기준이 달라지는 현상이 생겼다.
미리디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AI를 도입했다. 미리디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AI로 분석해 검색의 기준을 맞추고, 사용자가 챗봇과 대화하듯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 검색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미리디가 채택한 AI가 바로 클로드3다. 그렇다면 미리디는 왜 많은 생성형 AI 중 클로드3를 선택했을까? 서울 구로구에 있는 미리디 본사에서 김희규 미리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AI와 함께하는 디자인 검색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때 검색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을 피드백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프리젠테이션 디자인을 만든다고 가정할 때 일단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그 이후부터 진도가 빨라지지만, 디자인을 고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고객은 원하는 디자인을 빠르게 만드는 것을 원하므로 검색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 과제였습니다.”
검색 기능에 AI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김희규 CTO는 이같이 밝혔다. 사실 미리디는 AI에 진심인 기업이다. 지난해 하반기 AI 팀을 구성하고 전공자들을 채용했다.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이번 검색 기능 고도화도 미리디의 AI 전략 중 일환이다.
검색 기능 고도화는 단순하지 않았다. 미리캔버스에서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을 시각적으로 분석해 일관적으로 분류하고 이를 챗봇 형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AI가 필요했다. 미리디 AI팀은 이를 위해 클로드3를 활용했다. 김 CTO는 “검색 기능을 고도화할 때 비전 AI를 이용해 이미지를 분석해 설명할 수 있는 디스크립션을 뽑아낼 수 있게 했다”며 “클로드3는 멀티모달 기능이 있고 비전 모델만 활용해 유사도 검색을 하게 했더니 감성적인 스타일이 유사한 디자인까지 추천하는 것을 알게 돼 이 모델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색 기능은 내부에서 실증할 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본격 검색 서비스가 출시됨에 따라 앞으로 고객은 대화 형식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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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캔버스의 AI 검색, AWS도 한몫
김 CTO는 이번 미리디 채택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도움도 컸다고 밝혔다. AWS가 제공하는 ‘아마존 베드록’을 활용해 클로드3라는 원하는 AI를 빠르게 채택하고 적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마존 베드록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파운데이션 모델을 서비스하는 제품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양하다. 클로드3부터 라마2, 아마존 타이탄 등이 있다. 베드록 이용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쉽게 비교하고 찾아 파인튜닝할 수 있다. 여러 파운데이션 모델을 비교하기 위해 비싼 비용과 시간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사실 AI 기술을 적용하는 기업은 원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찾는 것이 과제다. 모델마다 성능 외에 원하는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리디의 경우 디자인을 이미지만으로도 분류하고 이를 감성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원했다. 김 CTO는 “AI에선 GPT가 가장 많이 쓰이니 처음에는 GPT를 기반으로 검색 기능 강화를 시도했었다”면서 “그런데 베드록을 통해 모델을 비교해 보니 우리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AI는 클로드3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했고, 가격도 저렴해 이 모델을 안 쓸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AWS 서비스의 강점으로 속도와 보안도 꼽았다. 지난해 검색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테스트 개념의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기존 3개월 걸리던 작업을 AWS 세이지메이커를 통해 일주일로 줄였다고 밝혔다. 또 아마존 베드록을 이용했더니 일주일이 시간 단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 CTO는 “베드록의 경우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만 연동하면 바로 작업이 가능해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면서 “고객에게 발 빠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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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측면 강점도 꼽았다. 미리캔버스의 경우 데이터가 중요해 프라이빗망을 통해 외부 접근을 차단하는데, 베드록의 경우 프라이빗망으로 구축할 수 있어 보안상 안전하고 사용도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베드록은 든든한 지원군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베드록 안에 구축해 다양한 기능을 비교해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고객의 AI 활용, 미리디가 지원
미리디는 AWS와 협업으로 구축한 검색 기능을 넘어 앞으로 더 많은 AI 기능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디자인은 생성형 AI와 밀접한 분야인 만큼, AI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비전과 언어 모두를 이용한 멀티모달의 실질적 사례를 만들고, 그동안 AI 분야에서 연구되지 않던 디자인 내 위치 선별 기능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김 CTO는 “미리캔버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디자인 툴”이라면서 “앞으로는 단순한 디자인 툴 회사가 아닌 AI 기술 기업으로서 고객이 실질적으로 다양한 AI 기능을 알게 모르게 이용하며 편리함을 느낄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 팀을 별도로 구성한 만큼, 앞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연구되지 않던 AI를 새롭게 연구하고, 이를 고객에게 제공해 기업과 고객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을 그려 가겠다”고 강조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