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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은 변신의 귀재 같다. 이전부터 연기 잘하는 배우인 건 알고 있었지만, 최근 보여준 '마스크걸' 속 '주오남'부터, 'LTNS'의 '사무엘', 그리고 신작 '닭강정'에서 보여준 '고백중'까지, 제작진도 놀랄 만큼의 싱크로율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싱크로율에 대한 칭찬에 멋쩍어 하면서도 "굉장히 기쁘다"라고 말했다.
'닭강정'에서 안재홍이 연기한 '고백중' 역은 닭강정으로 변한 '민아'(김유정)를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늘 노란색 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길에서는 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춘다. 안재홍은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가진 '고백중'을 원작 웹툰에서 그대로 꺼내왔다. 원작 작가까지 놀랄만한 싱크로율이었다.
"제가 이병헌 감독님께 '닭강정'을 제안받기 전에는 원작 웹툰을 보지 않았었다. 이후에 참고용으로 봤는데 이틀 만에 정주행을 했다. 놀라웠던 건 백중의 모습이 제가 봐도 저와 너무 닮았더라. '원작 작가님이 나를 보고 그리신 건가' 싶을 정도로 많이 닮아있었다. 정말 눈썹 모양까지 닮아서 꼭 여쭤보고 싶었다. 나중에 감독님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는데, 박지독 작가님께서도 '닭강정' 드라마를 보고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말씀해 주셨다더라. 정말 뿌듯했다." -
독특한 작품만큼이나 캐릭터성이 강했다. 안재홍은 "'닭강정'이라는 작품과 '고백중'을 이야기할 때 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고, 톤적으로도 단단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뻗어나가는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실적인 연기'를 잠깐은 접어두고 몇 톤을 올린 뒤 그 톤이 실제라고 믿어야 했다"라며 "너무 오버만 해서는 절대로 안 되고, 그 안에서 세계관을 잘 만들어야 했다.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 진심만은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그 모습이 제대로 발현돼야 이 작품이 갖는 재미가 (시청자분들께) 와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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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배우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이 있는 현장이었기에 "잘 뛰어놀 수 있었다"라고 말한 안재홍이다.
"이병헌 감독님을 만난 건 정말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늘 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시는 감독님이다. '멜로가 체질'도 그렇고 '닭강정'은 말할 것도 없이 굉장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저에게는 (이병헌 감독의 작품을) 정말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 감독님이 만든 대본 속에서 잘 뛰어놀고 싶은 마음과 최대한 감독님의 대사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특히 '닭강정'은 B급 혹은 '병맛' 코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쿨한 코미디와 따뜻한 코미디가 잘 융합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
극 중 안재홍과 콤비로 활약한 류승룡은 앞선 인터뷰에서 둘의 호흡에 대해 "자웅동체 같았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안재홍은 "대선배님이 후배를 응원해 주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감사하고,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라며 화답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승룡 선배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졌다. 후배인 제 입장에서 승룡 선배님은 정말 우리나라 국민배우이시다. 선배님이 나오는 작품에는 무한한 신뢰감이 생긴다"라며 "선배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건 끊임없이 캐릭터로 살아있으려고 하신다는 거다. 한순간 한순간을 진실되게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걸 옆에서 보고 더 존경하게 됐다. 선배님처럼 대중에게 감동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
안재홍은 너무 완벽한 싱크로율 탓에 본의 아니게(?) 3연속 '은퇴작 아니냐'는 반응을 얻고 있다. 소감을 묻자 안재홍은 "저도 3연속으로 '은퇴밈'의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대중분들이 제가 연기한 각각의 고유한 캐릭터에 대해 몰입해 주셨다는 것이 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은퇴밈' 시초로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강조한 그는 "다음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를 모르겠지만, 그 작품에서는 그 캐릭터로서 생명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냥 캐릭터 그 자체만으로 살아있고 싶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고유하기 때문에 작품 자체만을 바라보고 차기작을 결정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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