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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가진 노인의 배우자 역시 만성질환 앓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제1저자 계요병원 안호영 전문의)이 노인의 만성질환이 배우자의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 결과,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의 배우자는 만성질환을 함께 앓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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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는 생활 습관을 공유하면서 식습관, 신체 활동, 치료 준수도 등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을 개선하는 부부 단위의 만성질환 관리가 예방과 치료에 모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이 대부분의 만성질환에 해당하는지, 장기간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낸 연구는 없었다.
이에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노년에서 단일질환이 아닌, 누적된 질병 부담이 배우자의 질병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Korean Longitudinal Study on Cognitive Aging and Dementia: KLOSCAD)’에 참여한 60세 이상 부부 814쌍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질병 부담을 누적질환평가척도(Cumulative Illness Rating Scale: CIRS)로 평가하고, 학력, 알코올 섭취량, 수면의 질, 신체 활동, 우울 정도 등 질병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인자를 포괄적으로 평가해 8년간 추적 조사했다.
연구 결과, 부부 중 한 사람의 CIRS 점수가 1점 높을수록 배우자의 8년 후 CIRS 점수는 0.154점이 상승했으며, 8년의 추적 기간 중 CIRS 점수가 1점 상승할 때마다 배우자의 점수 또한 0.126점 함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부 중 한 사람의 현재 질병 수준뿐만 아니라, 향후 그 변화 정도 또한 배우자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현재 질병 부담 정도가 클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현재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의 배우자는 향후 많은 만성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만성질환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많은 만성질환을 앓게 될수록 배우자의 만성질환 위험 역시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부부를 함께 만성질환의 진단·치료·교육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BMC Medicine(IF: 10.4)’에 게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노년층의 경우 만성질환 부담이 높고,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쉬워 진료나 보건사업을 부부 단위로 설계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만성질환이 배우자의 건강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소개해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동기를 강화하고, 부부가 상호 팀이 되어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기존 치료의 효과를 높일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