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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간암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타겟 물질을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김형돈 교수팀은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암이 진행된 42명의 간세포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니볼루맙’과 표적항암제 ‘레고라페닙’ 병용 치료를 시행한 결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간세포암이 빠르게 악화한 14명에게서 ‘TMEM176A/B’라는 특정 단백질이 2배 이상 더 발현되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체 빅데이터 전문기업 지놈인사이트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팀,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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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EM176A/B’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의한 염증 반응을 활성화하는 ‘염증소체’를 억제하는 물질이다. 이 물질이 과도하게 발현되어 있다는 것은 면역 시스템이 그만큼 덜 작동해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해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출시된 간암 면역항암제는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병합 요법에도 여전히 환자 10명 중 3명은 암이 빠르게 악화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에 ‘TMEM176A/B’를 억제하는 신약이 개발되면, 간세포암 환자들의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IF=82.9)’에 최근 게재됐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 간세포암 포괄적 바이오마커 연구로, 신약 타깃 발굴 단계의 초기 연구이기 때문에 아직 조심스럽지만 간세포암 환자에서 ‘TMEM176A/B’은 현재 정체기에 머물러 있는 간암 신약 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면역항암제에도 효과가 없는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높이는 신약이 개발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3상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에 사용된 ‘니볼루맙’과 ‘레고라페닙’ 병용 치료법이 현재 표준 치료법과 비슷한 효과를 보여 새로운 치료법으로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