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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눈물의 의미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기도…'내남결' 덕에 재시작"[인터뷰]

기사입력 2024.02.21.07:00
  •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제가 가장 최악일 때 만난 작품이다. 제가 (작품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해서 고사했었다. '작품이 너무 재밌고, 캐릭터도 너무 좋으니 다른 여자 배우분들이 많이 하고 싶어 하실 것 같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제작사 대표님께서 '이 작품 박민영 씨가 아니면 안 된다'라고 하셨다. 이럴 때일수록 연기적으로 보여드리는 게 좋다고 말씀해 주셔서 도전할 수 있었다."

    "인간 박민영은 실수가 있고 스크래치가 있지만, 20년간 연기해온 배우 박민영은 떳떳했다."

    눈물에는 감정이 깃든다. 그 눈물은 희로애락만으론 표현할 수 없다. 적어도 박민영의 눈물은 그랬다. 후회와 미안, 감사, 어쩌면 안도와 행복도 담긴 듯했다.
  • 작품 종영을 앞두고 만난 박민영은 환한 미소 속 긴장한 기색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지난해 전 연인과 관련된 문제로 속앓이를 한 그는 조심스럽게 쭈뼛이며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는데도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인사를 건넸다.

    박민영은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2024년을 시작했다. 지난해 논란이 있었던 만큼, 빠른 복귀에 용기도 필요했다. 편성이 1월 1일로 확정됐을 때, 그는 "오히려 너무 좋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여러모로 '시작'의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박민영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다시 시작할 마음을 먹었듯이, 새 시작을 앞둔 사람들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가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본격 운명 개척 드라마다. 극 중 박민영이 맡은 '강지원' 역은 믿었던 친구와 남편에게 배신 당한 뒤 과거로 회귀, 복수에 나서는 캐릭터다.

    지원은 말기 암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 절친과 남편의 불륜까지 알게 되는 애처로운 인물이다. 그런 그가 2회차 인생을 살면서 점점 통쾌한 복수를 위한 서사를 쌓아간다. 박민영은 두 번의 생을 사는 인물 설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입체적인 인물을 표현했다. 특히 암 투병 중인 모습을 연기할 땐 극단의 체중 감량까지 감행,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 "1회차 인생 때는 소리 지르는 신들이 꽤 많았다. 민환(이이경)과 수민(송하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봤을 때 힘이 없다 못해 단전에서 끌어올려도 쇳소리밖에 나지 않는 상태였다. 당시에 살을 37kg까지 뺐고, 전날까지 이온음료만 마셨다. 한 번 소리를 지르면 이명이 오면서 어질어질해 쓰러질 뻔하면서 연기했다. 저는 훌륭한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 몸을 망가뜨리면서 하니까 감정이 잡히더라."

    "나중에 살크업을 하고 소리를 지르니까 너무 시원하더라.(웃음) 아주 맑은 발성이 나왔다. 1회차 지원의 31세는 이렇지 않았지만, 2회차에서는 확실히 각성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죽음까지 경험해 보고 온 사람이기 때문에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지원이와 10년 전 인물들의 (실제) 시간이 다르지 않나. 그런 미세한 차이를 두고 연기하려고 했다."
  • 극 중반부까지는 지원이 수민과 민환을 향한 복수를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작품의 시청층을 탄탄히 다진 후, 빌런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중후반부부터 이이경, 송하윤이 연기한 악역들이 더 강렬하게 보이면서 지원의 존재감이 적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박민영은 "사이다를 위한 빌드업이라 그걸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다. 전혀 아쉽지 않다"라고 답했다.

    "원작도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간다는 건 알고 있었다. 자극적인 요소는 빌런 캐릭터가 더 세기 때문에 선과 악이 붙으면 아무래도 악이 더 시선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저는 초중반까지 지원이를 보여드려야 하니까 그 점에 집중했고, 시청층을 고정한 후엔 빌런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지원의 서사는 빌런들의 활약으로 더 견고해졌다. 그 중심에 있던 두 인물이 민환과 수민이다. 작품 속에서는 철천지원수였지만 현장에선 서로를 의지하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원래 이경이 같은 경우는 제겐 예능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촬영장에서 본 이경이는 진짜 배우, 너무나도 베테랑 배우였다. 이경이를 보면서 '악역을 하려면 너처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줬고, 실제로도 그런 말을 많이 했다. 지원이의 서사를 쌓을 때 이 친구가 제 역할을 제대로 안 해줬더라면 힘들었을 거다. 그런 점에서는 너무 감사하다. 이전까지 제게 밉지 않은 악역은 윤박이라는 배우였는데, 이경이가 더 나쁘고 강한 역할을 소화해서 충격이기도 했다."

    "연예계에 86라인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동갑과 연기를 해보게 됐다. (송)하윤이와는 눈만 마주쳐도 '너도 되게 고생했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별말 없이도 호흡이 정말 잘 맞았던 것 같다. 또 빌런으로 투입된 보아 씨나 양과장 역의 민정 배우도 다 동갑이었다. 네 명의 호랑이띠 여자들이 모여서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 현장이었다."
  • 박민영에게 주어진 일은 복수뿐만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싹트는 로맨스까지 소화해야 했다. 상대역으로 나선 8살 연하 나인우와의 로맨스 호흡은 어땠을까. 박민영은 "인우 씨는 정말 착하더라. 너무 순수하고 맑은 친구였다. '1박 2일'에서 보면 '유지혁' 역과는 상반되는 모습인데 현장에서도 애교를 부리다가 촬영 들어가면 유지혁으로 갈아끼우는 모습이 저에게는 되게 신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나이 어린 동생이고 후배고 하다 보니까 로맨스 찍은 경험이 많지 않더라. 그래서 제가 '우리가 이렇게 해보면 더 달콤하게 보이지 않을까'하면서 의견을 내긴 했다. 아쉽게도 그런 신들이 많이 주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기도 하다. 촘촘하게 로맨스 서사가 쌓였다면 이 커플에 힘을 더 실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아쉬웠던 지점을 덧붙였다.
  • 박민영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혼신을 쏟았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그 노력이 느껴질 정도다. 작품이 배우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자 박민영은 울컥했다. 그가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이 쏟아져 나오듯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사실, 작년에는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올해가 되고 복귀를 하고, 연기를 보여드리면서 비로소 '내일 뭔가를 해야겠다'라는 희망이 생겼다. 배우 박민영으로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하고 자존감이 생긴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다시금 확실하게 들었다."
  • 재정비를 마친 박민영은 배우 인생 2막을 열 생각이다. 그간 보여주지 못한 모습도 소화하고 싶고, 북미 시장에도 문을 두드릴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신인 같다. 이젠 앞만 보고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희망이 생긴 것 자체로도 작년과 올해의 엄청난 변화다. 더 늦기 전에 이런 마음을 가지고 미국 쪽이나 해외 쪽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에도 한 번 오디션을 보기는 했는데, 그때는 코로나19 때였다. 그 기억을 잊고 지내다가 다시 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겨서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봐볼까 싶다. 외국에 대한 낯섦이나 두려움이 없는 편이라 배우로 태어났으면 한 번 다른 시장도 경험해보는 게 재밌겠다 하는 생각이다."

    "차기작도 보고 있기는 한데, 제가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은 것 같다. 저는 몸을 잘 쓰는 편인데 더 나이 들기 전에, 몸이 조금이라도 더 유연할 때 몸 쓰는 역할도 해볼까 한다. 외국 시장을 봐도 그런 게 되게 장점이 될 것 같아서 도전해 볼 생각이다. 여태 로맨스는 많이 해봤으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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