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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 최우식이 첫 연쇄살인마 역할을 소화했다. 실제 어딘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 속에서 정의와 악 그 사이를 내달리는 위태로운 인물을 끄집어 냈다. 최우식표 연쇄살인마 '이탕'을 만들어낸 그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극 중 최우식은 우발적인 살인 후 자신이 죽인 사람이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대학생 '이탕' 역을 맡았다. -
최우식은 지난 2022년 종영한 '그 해 우리는' 이후 오랜만에 차기작을 선보였다. 평소 순한 이미지인 그가 '살인자ㅇ난감'에서 살인자로 변신한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더해졌다. 베일을 벗은 최우식표 이탕은 생각보다도 파격적이었다. 극 초반부엔 연이은 살인 후 갈등하는 평범한 대학생을 소화하더니 이어 눈썹 없는 모나리자 같은 외적 변화까지, 입체적인 인물을 그려냈다. 덕분에 유독 더 많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한 그다.
최우식은 "'그 해 우리는' 끝나고 되게 오랜만에 작품을 하게 됐는데 그때보다 연락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오랜만에 나오는 거라 보는 분들의 반응도 궁금했는데 주변에서도 잘 나온 것 같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라며 웃어 보였다. -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원작 팬임을 자처했던 최우식. 하지만 원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배우로서 부담을 느낄만하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할 때는 부담도, 고민도 더 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운을 뗀 최우식은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탕'의 결을 찾는 일부터 집중했다.
"캐스팅 된 이후로는 제가 만드는 게 그 캐릭터가 되는 거지 않나. 원작을 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이탕은 이런 느낌인데' 하실 수가 있어서 (배우로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원작과 비슷하게 할까'를 고민하지는 않았고, 제가 오버를 하든지 더 연기를 하든지 하는 부분을 감독님이 잡아주셔서 덕분에 잘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탕이와 제 가치관이 충돌하는 지점에서는 오히려 표현하기 쉬웠다. 탕이 머릿속에서 겪는 갈등이 저도 똑같이 느껴지니까 저 또한 탕이와 같이 갈등을 하면서 연기했다. 감독님께 물어도 보고, '탕이라면 어떻게 이야기할까'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치 연기 학원에서 하는 그런 과정을 하듯이 연기하는 현장이었다." -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최우식이 표현한 이탕은 달랐다. 극 중 이탕이 연쇄살인을 저지르며 맞는 변곡점을, 최우식은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점점 살인이 익숙해지는 이탕에겐 살인에 최적화된 피지컬도 필요했다. 변화하는 이탕을 위해 벌크업도 시도했다는 최우식. 그러나 체질적인 문제로 그 또한 쉽지 않았다. 덕분에 탄생한 설정이 눈썹 탈색이었다.
최우식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 우발적인 살인을 경험한 친구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현실에 더 발붙인, 실제 있을 법한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원작에서는 머리를 반삭으로 깎고 태닝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 현장에서는 신을 왔다 갔다 찍으니까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눈썹을 염두에 두게 됐다. 어필을 좀 해봤는데 초반에는 '눈썹을 탈색해도 괜찮을까?'하시다가 눈썹이 없는 걸 보니 인상이 많이 다르다고 해서 그거로 오케이가 됐다"라고 말했다.
"벌크업을 시도해 봤는데 사람이 잘 안 바뀌더라. 제가 마른 게 콤플렉스여서 찌우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이탕이가 몇 달 사이에 완전 인간 병기처럼 나온다. (비슷하게 하려다보니)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른 면으로 보여드려야겠다 싶었다. 이후에는 스트레스를 안 받고 하게 됐다. 어쨌든 최대 몸무게를 찍기는 했는데, 제가 얼굴이 먼저 찌는 스타일이라 탕이와는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나중엔 얼굴살을 빼는 게 맞겠다 싶어서 살찌우는 걸 멈췄다." -
원작을 잘 알고 있던 최우식이기에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 최우식은 다른 배우가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탕'을 만들려 노력했다.
"데뷔를 하고 나서는 좀 방방 뛰어다니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 역할을 계속하다 보니 '이렇게 하면 더 쉽구나'하는 걸 배웠다. 하지만 좀 더 담백한 캐릭터를 연기해 보면서 연기가 재밌고, 스스로도 내 연기를 보면서 불편하지 않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저는 담백한 스타일의 연기가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살인자ㅇ난감'을 읽었을 때도 더 욕심이 났다. 이걸 다른 배우가 했을 때와 비교해서 내가 하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가 재밌는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살인자ㅇ난감'으로 필모 사상 첫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소화했다. 기존의 영화, 드라마에 그려졌던 살인마와는 다른, 색다른 설정이다. 그동안 일상적이면서도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를 보여줬던 그이기에 이번 선택의 이유가 궁금했다. 그동안에 쌓아왔던 변신 욕구에서 시작된 걸까. 이에 대해 최우식은 "그런 욕심이 없었다고 하면 정말 거짓말이다. 예전엔 분명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없다"라며 "'이제 교복 입기도 싫고, 나도 말 타면서 총 쏘고 싶다. 샤워도 멋지게 하고 싶다' 생각했었다. 저도 나이테가 생기면서 아무것도 안 해도 얼굴에서 나오는 무드가 생겼다. 나도 모르게 이미지 변신을 분명히 할 때가 있을 테니까. 요즘엔 그런 생각이다." -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변했다. 햇수로 데뷔 14년 차, 최우식은 이전과는 달라진 시각으로 작품과 캐릭터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변신이나 수상과 같은 욕심보다 '행복'에 집중하고 있는 그다.
"저는 요즘 정말 많이 바뀐 것 같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이 감독님, 배우들과 하면 재밌겠다'하는 게 욕심이 됐다. 더 즐기면서 연기하려고 한다. 이건 잘 되겠다 하는 건 잘 모르겠고 그것보다는 그냥 내가 잘할 수 있고, 재밌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생각이 변한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어서다. 천운으로 행복한 직업을 가지게 됐는데 일을 하면서도 즐기고 싶다."
"제게도 서른 중반, 후반, 마흔 그 이후가 올 거지 않나. 그때 내가 가지고 있는 우물 같은 게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은 있다. 고등학생 연기는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고(웃음), 나중에는 아기 아빠, 신혼부부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직접 해보지 않아도 잘 표현해야 하는 게 배우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고민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최우식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사실 오늘도 넷플릭스 들어가서 '살인자ㅇ난감' 순위를 계속 확인한다"라고 덧붙여 너스레를 떨었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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