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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시스템이 현재 ‘솔리드웍스’와 ‘3D익스피리언스 웍스’에 탑재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생수병을 통해 소개했다.
다쏘시스템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댈러스에서 개최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4’의 또다른 주인공은 AI였다. AI에 관한 발표가 쏟아졌다. 버나드 샬레(Bernard Charlès) 다쏘시스템 회장은 3D 설계 솔루션과 생성형 AI를 결합한 솔루션의 시연 영상을 보여줬고, AI가 설계 업무에도 접목된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행사 곳곳에선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제품의 단어가 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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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회장이 설계 업무에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한 청사진을 소개하는 영상. /김동원 기자
다쏘시스템이 청사진으로 공개한 3D 생성형 AI 기술은 사용자가 음성이나 텍스트로 원하는 내용을 입력했을 때 AI가 이를 토대로 설계도를 그려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달리나 미드저니처럼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이해해 이미지로 그리는 방식과 유사하다. 단, 회사 측은 AI로 3D 설계를 하는 것은 단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기술 수준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미지는 디자인을 보여줄 뿐이지만 3D 설계는 이를 토대로 실제 제품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칫 제인(Suchit Jain)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웍스 전략 및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이미지 생성 모델은 디자인과 모양이 중요하지만 3D 설계 모델은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며 “실제 제품의 기능과 착용감, 수명 주기 동안의 유지보수 관리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아직 회사에선 AI 모델을 완성하진 않았고 현재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하지만 다쏘시스템은 AI가 마냥 청사진으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고, 지속해서 AI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용자가 일부 설계를 하면 이를 예측해 나머지 부분을 완성하는 AI 스케치 기능과 예측 패턴 인식 등은 이미 솔리드웍스와 3D익스피리언스 웍스에 탑재돼 있다.
샬레 회장은 프레스 세션에서 “우리는 사실 AI를 5~10년 전부터 연구해 왔고 시뮬레이션과 통합한 솔루션을 제시해 왔다”고 밝혔다. 지앙 파올로 바씨(Gian Paolo Bassi) 다쏘시스템 글로벌 3D익스피리언스 웍스 총괄대표는 인터뷰에서 “현재 설계자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작업은 디자인”이라면서 “우리는 디자인을 보조할 수 있는 AI 기능을 올해 많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다쏘시스템의 AI 기술은 어떤 점에서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사실 이번 행사에서 다쏘시스템은 AI의 실제 사례보다 청사진에 무게를 두면서 지금까지 다쏘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시한 AI 기능을 알긴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인터뷰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을 때 AI 관련 질문이 많이 나왔다.
관련 질문을 계속 쏟아내자 현장에 함께 있던 이승철 다쏘시스템코리아 기술 대표가 알기 쉽도록 답을 제시했다. 그 답은 생수병이었다. 이 대표는 행사가 막 끝난 저녁 시간에 행사에 기자단과 만나 다쏘시스템의 AI 기술을 생수병으로 설명했다. 그는 “생수병을 만들 때 크게 두 가지 조건을 고려한다”면서 “첫 번째는 물이 빠르게 나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계속 균일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 방안을 실제 생수병의 무늬를 보면 알 수 있다. 생수병은 일자로 매끈하지 않다. 위나 아랫부분에 줄처럼 파여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대표 말에 따르면, 이 무늬가 물의 흐름을 제어하면서 빠르게 나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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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디자인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계산을 통해 물이 나오는 방식을 정한다. 띠의 개수가 0개에서 100개까지 있다고 가정하고 형상을 100가지 생각하면 1만 번의 실험을 해야 한다. 이를 하나씩 실험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컴퓨터로 해도 마찬가지다. 시뮬레이션할 때 모든 조건을 걸고 실험을 하게 되면 그만큼 높은 컴퓨터 사양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슈퍼컴퓨터를 가져와도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방법은 가장 높은 방법을 찾아내 이것만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1만 가지 중 25가지만 꼽는다고 보면 된다. 이것을 꼽는 과정은 쉽지 않다. 가장 높을 가능성이 있는 것을 추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이를 경험이 많은 사람이 했다. 정확하다고 볼 순 없지만 경험을 믿었다. 다쏘시스템은 이 과정을 AI로 하고 있다. 그동안 작업했던 수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높은 확률을 계산해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람에게 의존했던 경험을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대체한 것”이라며 “다쏘시스템은 현재 이러한 방식으로 AI를 사용하고 있고 계속 그 역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쏘시스템의 이러한 AI 기능은 지금까지 많은 기업의 업무 효율과 비용 감소에 도움을 줬다. 금형 기술은 한 번 작업하는데 큰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효율적인 시뮬레이션 과정으로 금형 제작에 발생할 문제 등을 줄여줬다. 샬레 회장은 “시뮬레이션과 AI의 통합이 없다면 미래에는 아무것도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설계, 머신 모델링, 시뮬레이션, AI의 통합은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져올 수 있고, 다쏘시스템은 이 분야에 있어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댈러스=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