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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fungible'이 '대체물'이라는 뜻이니, 그 앞에 부정어인 'NON'이 붙은 'NONFUNGIBLE'는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배우 류덕환은 카메라를 들고, 대체할 수 없는 배우 류승룡, 지창욱, 박정민, 천우희의 지금을 기록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전시는 질문에 답하는 배우들의 모습으로 시작해, 질문에 답하는 관객들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마치, 우리는 모두 '대체될 수 없는(NONFUNGIBLE)' 각자의 사람들임을 소리쳐 말하는 듯하다.
16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베이직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NONFUNGIBLE: 대체 불가한 당신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전시를 찾았다. 해당 전시를 기획한 배우 류덕환은 "인공지능(AI)과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일이 빠르게 대체될 수 있는 시대에 한 사람의 이야기는 대체될 수 없음을 주제로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천우희, 지창욱, 류승룡, 박정민의 순서로 전시가 이어졌고, 배우마다 하나의 인터뷰 영상과 두 편의 퍼포먼스 작품이 전시됐다.
류덕환은 배우라는 직업에 의문을 품게 됐다. 그는 전시의 시작에서 "배우는 작품의 저작권을 가질 수 없는 걸까. 배우는 자신의 이야기로 연기를 할 수 없을까. 배우의 연기는 타인의 글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걸까. 배우는 필연적으로 타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점과 함께 "필연적으로 타인의 삶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를 인터뷰합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대화를 끌어내며, 배우라는 직업 뒤에 있는 한 사람을 조명합니다. 그를 통해 발견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배우가 직접 퍼포먼스로 표현하며 그 과정을 담은 한 편의 영상은 자신이 저작권을 소유한 대체 불가한 작품(NFA)이 됩니다"라고 전시의 출발점과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
천우희는 '패스트 액팅'과 '스코어링'에 대한 생각을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카메라 앞에 선 천우희는 '컷'에 맞춰 즉각적으로 표정을 바꿨다. 다양한 표정 중에서 가장 압도하는 것은 천천히 고개를 드는 천우희의 모습이었다. 고개를 들고, 눈을 깜빡이고, 조금씩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숨을 죽이고 바라보게 됐다. 천우희는 "근 2년 동안 현장이 바뀌었다. 내가 생각한 무언가를 해보기 전에 세팅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마음이 조급해 새로운 연기를 하기보다, '오케이'를 받을 효율적인 연기를 하는 듯하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류덕환은 지창욱과의 오랜 인연에서 나오는 훌륭한 인터뷰어로서 활약한다. 류덕환은 과거 함께 농구하다 손을 다친 자신에게 '멋있다'는 말을 한 지창욱을 언급했고, 지창욱은 "나를 표현하는데 결여된 사람이다. 어렸을 때, 우리집도 힘들었고, 나도 큰소리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나랑 다르면,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라는 인상깊은 답을 들려줬다. 그는 AI로 창조된 다양한 자신의 모습과 함께 배우로서 치장했던 모습을 벗고, 세수하고, 맨얼굴로 카메라 앞에서 "지창욱입니다"라는 인사로 배우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설명하기보다, 그대로 전해지는 '지창욱'이었다.
류승룡은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류덕환이 내가 생각하는 바와 같아서 흔쾌히 참여했다. 오히려 고무적이고 효과적으로 다가왔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그는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바가 확고했다. 류승룡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류승룡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라며 '짐 진 자'와 'WHALE'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WHALE'은 바닥에 모니터를 두고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시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물속에 살고있는 자연을 두 발로 선 사람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다.
박정민은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했다. 그는 "이걸 벗으면 덜 솔직해질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전시에 참여하고,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역시 "일반 대중이나 관객이 인터뷰, TV,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바라보는 배우의 말은 세상 달콤하지 않냐. 내 안에 썩은 걸 볼 수 없으니까. 사람들이 보고 듣던 올바른 말뿐만 아니라, '저 사람들이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저 배우도 똑같이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하면 좋겠다. 쉽지 않겠지"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퍼포먼스 작품 'THE GAZE'는 응시하는 많은 눈동자를 만들고 그 앞에 선 박정민의 모습을 담았다. 또한, 그의 다른 작품 '예술 호소인'은 침착맨을 필두로 한 스트리머 크루인 '배도라지'를 연상케 하는 반전 있는 영상으로 시선을 끌었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배우도 배우의 삶 위에 있다. 모든 직업이 그 자신 자체가 될 수 없다. 전시는 천우희, 지창욱, 류승룡, 박정민이 앉아있던 의자에 관객이 앉는 시간을 남긴다. "이번 전시가 '대체 불가한 당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류덕환의 메시지가 깊게 남겨진다. 전시 'NONFUNGIBLE: 대체 불가한 당신의 이야기'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베이직 스튜디오에서 오는 18일까지 계속된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