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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 2024 수상자 '팸 셰프' “나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멈추지 않을 것”

기사입력 2024.02.07 16:00
  • 피샤야 팸 순토르니아나키( PICHAYA ‘PAM’ SOONTORNYANAKIJ)
    ▲ 피샤야 팸 순토르니아나키( PICHAYA ‘PAM’ SOONTORNYANAKIJ)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 상은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신념, 전통 문화의 계승, 그리고 더 나은 스스로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던 시간들의 값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수상이 다른 젊은 여성 셰프들로 하여금 장벽을 깨고 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Asia’s Best Female Chef Award 2024)에 선정된 태국의 피샤야 팸 순토르니아나키(이하 '팸 셰프')(Pichaya ‘Pam’ Soontornyanakij)가 이같이 말했다.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Asia’s Best Female Chef Award)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아카데미(Asia’s 50 Best Restaurants Academy)에 소속된 318명의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된다. 2020년에 대한민국의 조희숙 셰프도 수상한 바 있는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 상은 식음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전문 지식과 기술 등 여러 방면의 역량 향상을 도모하고,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열정과 공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콘텐츠 디렉터 윌리엄 드루(William Drew)는 “팸 셰프가 선보이는 코스요리는 총 20개 메뉴 하나하나에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역사적 가치를 곁들이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뛰어난 요리실력 뿐 만 아니라 다수의 방송 경험을 통해 스타성까지 입증한 그녀는 존재감만으로도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으로 아시아 여성 셰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디지틀조선일보가 팸 셰프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팸 셰프와의 일문일답.

  • Q. 2023년 미쉐린 원스타를 획득한데 이어 올해는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로 선정되었다. 본인이 다른 셰프들에 비해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로 선정된 소감은? 

    A.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상을 수상한 최연소 태국 셰프가 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또한 우리의 태국 음식을 세계 무대에 올릴 수 있어서 매우 영광이다. 본 수상의 영광을 전세계의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든 셰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한계를 뛰어넘기를 좋아한다.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 상 수상 또한 그렇다. 이 상은 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기폭제이자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긴 시간들과 다양한 경험들은 셰프로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힘든 시간들을 통해 나 자신, 그리고 나만의 요리 스타일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기술적인 요소에만 치중해 단순히 맛있기만 한 요리를 선보이기보다, 나의 기억을 요리에 가미하는 것이 더욱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모든 경험들은 내게 영양분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들은 나를 매우 의욕적으로 만들고,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원동력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Q. 셰프의 길을 걷게 된 동기가 있었나.

    A. 어릴 적부터 음식과 인연을 이어왔다. 이는 가정환경 덕분이 크다. 8살 이후부터 어머니와 함께 부엌에서 요리를 해왔다. 다양한 로컬 음식재료들을 사용해 요리를 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요리와 장보기, 가족들에게 정성스러운 음식을 내놓는 것을 보고 배우며 자랐다. 음식은 가족을 하나로 묶었다. 어머니는 극단적인 완벽주의자셨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나에게 항상 그날 준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시고, 재료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으며 완벽한 맛을 구현해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셨다. 어머니와 새우만두를 만들 때가 기억난다. 어머니는 어릴 적 내가 만들던 새우만두가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몇 번씩이나 반복해 만두를 빚게 하셨다. 어머니를 통해 요리에 대한 꿈과 열정을 키웠고, 더욱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과 끈기를 배웠다.

    Q. 아직까지 셰프 커뮤니티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힘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여성 셰프로서 커리어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을 꼽자면?

    A. 요리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전통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지역 사회 전체에 기여하는 많은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겠다. 개인적인 셰프 경력 외에도, 나는 다른 여성 셰프들을 지원하며 요리 산업의 양성 평등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태국 내 소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 셰프 꿈나무들을 위해 장학프로그램을 운영중인 것도 그 이유이다. 비록 나는 그 산업의 작은 부분이지만, 나는 작은 개인들이 이러한 작은 변화들을 시작하도록 서로 돕는다면, 마침내 그것은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영향력 있고 강력한 무언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Q. 새로운 요리를 개발할 때 영감은 어디서 받나?

    A. 영감은 주로 나의 뿌리가 되는 전통문화로부터 받는다. 나는 현지의 맛과 재료를 손님들과 공유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나의 목표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태국과 중국의 풍미를 요리에 담아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타이 차이니즈’로 자라온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국에 이민을 온 중국인들의 400년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는 음식에 관한 부분에서 유사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타이 차이니즈 요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를 제공하는 많은 식당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요리는 "태국식 중국요리의 진화"라고 불린다. 우리는 이 요리를 부활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해석을 부여한 최초의 식당 중 하나였다. 내가 선보이는 요리는 전통적인 타이 차이니즈 요리에 새롭게 변주를 가미한 것이다. 나는 전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전통적인 조리방식을 존중하는 동시에 나만의 조리 지식을 활용하고 개선하거나 때로는 두 가지 사이의 혼합된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기도 한다. 나에게 전통적인 음식 조리법은 훌륭한 요리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위한 열쇠다. 현대적이고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여 요리를 재창조하려면 전통적인 조리법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항상 현대적인 방법을 적용하기 전, 전통적인 조리법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는 것을 시도하고 싶다. 이런 자세가 나의 요리에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Q. 롤모델로 삼는 셰프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현재 선보이고 있는 요리는 누구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인가.

    A. 셰프로서의 경력을 막 시작했을 때 나의 롤모델은 장 조지(Jean George) 셰프였다. 하지만 지금은 롤모델로 어머니를 꼽고 싶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성장했고, 오늘날 나의 요리 정체성인 ‘진보적인 타이 차이니즈’를 발전시키고 확립하는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롤모델로는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가 있다. 그녀는 나와 생일이 같기도 하다. 그녀의 요리 뿐 만 아니라 그녀가 여성 셰프 커뮤니티에 기여한 데에서도 영감을 받고 있다. 

    Q.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기사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한국 셰프나 레스토랑이 있다면?

    A. 협업하고 싶은 유명한 요리사들은 정말 많다. 이미 한국의 조희숙 셰프, 김희은 셰프와의 협업이 예정되어 있으며, 정말 기대중이다. 이타닉 가든을 운영하는 손종원 셰프는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미국 요리 학교)에서 함께 요리를 공부했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작년 방콕에서 손종원 셰프와 만나 함께 요리하는 것이 얼마나 멋질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Q. ‘우먼포우먼’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서 태국 소외 지역에 거주하는 셰프 꿈나무 여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면? 

    A. 장학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두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요식업계의 치열한 경쟁에 대비하고, 경력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재능 있는 여성 셰프 꿈나무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소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Q. ‘포통’에서는 태국과 중국의 전통 문화를 요리에 녹여낸 코스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메뉴가 20개에 달하던데, 그 중 특히 공을 많이 들인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면? 포통의 요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인가?

    A. 포통은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기억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라는 철학을 고수한다. 또한, 우리는 5가지 요소(소금, 산, 향신료, 마이야르 반응, 질감) 및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및 촉감)을 중시한다. 이 모든 것이 결합되면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지며, 이는 손님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 믿는다. 포통의 모든 요리는 5가지 요소와 오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포통에 방문한다면 '팟타이'와 '오리'를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팟타이가 '타이 차이니즈' 요리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 역사와 그가 나타내는 의미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팟타이에 쓰이는 재료로 카라비네로 새우(진홍새우)를 선택한 이유는 질감과 자연스러운 단맛 때문이다. 이것이 포통의 팟타이에 독특한 맛을 제공하는 일등 공신이다.

    포통의 오리 요리는 전통적인 방법과 현대적인 방법의 혼합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지방이 있는 고기를 지양하기 때문에 특정한 크기의 오리를 선택한다. 5가지의 향신료로 오리 속을 채우고, 껍질을 식초 혼합물로 부분적으로 익힌 후 14일간 매달아 건조하여 고기가 연해질 수 있도록 한다. 이후 정확히 13분 동안 오븐에서 고온으로 구워 내면 완성이다. 포통의 오리요리는 매우 연한 질감과 아주 바삭한 껍질을 자랑한다. 최고의 오리고기를 위해 정말 열심히 찾아다녔고, 그 결과 Cha Choeng sao 지역의 농장에서 가장 알맞은 크기와 마블링 비율을 자랑하는 오리고기를 공급받고 있다. 

    Q. 2024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두가지 목표가 있다. 첫번째는 나의 레스토랑 포통과 함께 '태국식 중국요리의 진화'를 계속해서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최신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서비스의 일관성을 완벽하게 유지하면서 포통의 음식을 혁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우리는 혁신적인 메뉴 개발 등 다양하게 시도하며 내년에도 손님들의 경험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두번째는 '우먼포우먼 WFW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나는 비영리 단체인 AWC Thailand과 함께 WFW(Women for Women)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열정적인 젊은 여성 셰프 꿈나무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이것이 미래의 태국 여성 셰프 커뮤니티에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장학 프로그램은 작년 한해 동안 열심히 준비했고, 2024년 1월 28일 성공적으로 론칭 될 수 있었다. 

    Q. 셰프를 꿈꾸는 여성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한다. 

    A. 계속해서 나아가라. 목표 없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 목표가 명확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지력과 그것을 뒷받침할 기술이 필요하다.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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