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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스토어보다 앞선 한국판 AI 앱 마켓의 정체

기사입력 2024.02.05 17:34
[인터뷰]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기업용 GPT스토어 ‘알리 LLM 앱 마켓’, 기업이 필요한 AI ‘뚝딱’ 제공
  •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김동원 기자
    ▲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김동원 기자

    오픈AI가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앱 장터 ‘GPT스토어’가 개장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벌써 이 장터에는 300만 건이 넘는 AI 앱이 상품으로 나왔다. 논문 정보를 알려주는 챗봇부터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AI, 마케팅 문구를 만들어주는 AI, 심지어 타투 도안을 만들어주는 이미지 생성형 AI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GPT스토어의 등장은 AI 도입 문턱을 낮춰주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는 이미 만들어진 AI 앱을 필요에 따라 구매해 사용하면 돼서다. 스마트폰에서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처럼 사용자가 필요한 앱을 찾아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그만큼 AI 도입 장벽이 크게 낮춰졌다고 평가된다.

    사실 AI 도입 장벽을 낮추는 건 많은 AI 기업과 클라우드 기업의 올해 전략 중 하나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AI 개발의 기반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서비스하는 ‘아마존 베드록’을 지난해 선보였고, 오라클도 최근 기업들의 AI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OCI 생성형 AI’를 정식 버전(GA)으로 출시했다. 모두 ‘AI 도입을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올해 AI 일상화를 전면으로 내세워 국민도 체감할 수 있도록 공공분야와 일상에 AI 도입을 적극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만큼 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AI 업계에선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GPT스토어와 같은 AI 앱 마켓이 없을까. 유사한 서비스를 찾아본 결과 이미 GPT스토어보다 앞서 나온 서비스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올거나이즈가 출시한 ‘알리 LLM 앱스토어’다. GPT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이름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알리 LLM 앱 마켓’으로 이름을 변경한 이 서비스는 GPT스토어처럼 일반, 법률, 인사, 고객지원, 생산성, 기타 등 카테고리를 분류해 앱을 제공한다. AI 앱 개발의 기반이 되는 대형언어모델(LLM) 역시 지원한다.

    차이점은 있었다. GPT스토어 앱들이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만 서비스한다면, 알리 LLM 앱 마켓은 기업간거래(B2B)에 특화했다. B2B 서비스를 주로 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오라클 등의 클라우드 업체의 서비스와도 달랐다. 클라우드 서비스만 제공하는 이들 기업과 달리 온프레미스(사내구축형), 퍼블릭·프라이빗 클라우드가 혼재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도 제공한다. 그만큼 선택지가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오픈AI와도 차별되는데, GPT스토어는 GPT 내부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기업에 온프레미스 형태의 구축이 불가능해서다. 용량이 크거나 수식이 복잡한 표를 올릴 수 있는 점도 타 서비스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부분이다.

    올거나이즈는 LLM 올인원 솔루션 기업이다. 기업들이 LLM을 토대로 AI 앱을 만들려고 할 때, 혹은 필요한 AI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할 때 이를 지원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에도 진출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의 유통·금융·증권·보험·에너지 분야 1위 기업이 모두 올거나이즈 서비스를 사용한다.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AI 스타트업과는 달리, 이미 글로벌에서 영향력이 성숙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올거나이즈는 GPT스토어 등장과 유사한 서비스를 내는 빅테크 기업의 행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알리 LLM 앱 마켓의 경쟁력은 무엇을 꼽을까. 이를 알기 위해 잠시 한국에 방문한 이창수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알리 LLM 앱 마켓 서비스 화면. /홈페이지 캡처
    ▲ 알리 LLM 앱 마켓 서비스 화면. /홈페이지 캡처

    - 알리 LLM 앱 마켓(구 알리 LLM 앱스토어)을 선보인 후 약 4개월 만에 오픈AI가 유사한 GPT스토어를 출시했다. 두 스토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는 시장이다. GPT스토어의 메인 시장은 B2C이고, 우리는 B2B인 기업용이라고 보면 된다. B2B와 B2C는 사실 필요한 부분이 크게 다르다. 현재 GPT스토어는 B2C가 메인이라 대부분이 커스텀 프롬프트 제품이 많다. 복잡한 표나 수식이 없는 단순한 문서를 처리하거나 재미있는 소재의 앱이 많다. 그런데 이 앱은 기업용으로 쓰기엔 여러 한계가 있다. 기업에서 쓰려면 보안이 중요하고 투자대비효과(ROI)와 같은 비즈니스 가치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아직 GPT스토어 앱은 기업에서 활용이 어렵다. 반면, 알리 LLM 앱스토어는 클라우드뿐 아니라 온프레미스 구축이 가능하고, 복잡한 수식 등을 지원해 기업이 활용하기 적합하게 제공한다.”

    - 최근 LLM 도입을 지원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이 기업의 서비스와 알리 LLM 앱 마켓은 무엇이 다른가.

    “알리 LLM 앱 마켓에는 GPT스토어처럼 여러 앱이 들어가 있다. 고객은 이 앱을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고객사는 AI가 어떤 업무를 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일례로 인지 검색, PR 기사 작성, 고객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 AI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앱을 추천하고 판매한다. 예를 들어 금융 상품 추천에 사용할 수 있는 AI가 앱 마켓에 10개 정도가 있으니 고객사는 필요한 제품을 여기서 고르고 그다음에 필요에 맞춰 최적화해 활용할 수 있다. 고객사가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리가 그걸 대신 만들어주기도 한다.”

    -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 때 여러 예시가 있고 여기서 필요한 형식을 고른 후 최적화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비슷하다. 우리가 제품을 먼저 보여주기 때문에 고객사는 필요한 AI를 찾기 편하고 이를 도입하기도 쉽다. 생성형 엔진 검색을 예로 들면 문서를 받은 다음, 그 문서를 전처리해야 하고 또 파인튜닝할 때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파인튜닝할 때 리트리버 모델(검색 엔진에 접속해 정보를 찾거나 내부 문서에서 맥락을 찾아주는 모델, 강아지 리트리버가 공을 물어오는 것처럼 정보를 물어온다는 것에서 유례) 역시 만들어야 한다. 큰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홈페이지 모델처럼 만들어진 제품을 보여주고, AI로 만드는 작업이 거의 자동화할 수 있고 프로세스가 잡혀 있어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기 편하다.”

    - 최근 AWS가 필요한 LLM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아마존 베드록을 선보였고, 오라클도 B2B 서비스를 내놨다. 이와 비교해 알리만의 생태계도 필요할 것 같은데.

    “클라우드 기업과의 차별점은 온프레미스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얘기할 수 있지만, 고객사가 전하는 장점을 얘기하고 싶다. 고객사들은 우리 알리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완벽하게 자동화 되어 있는 AI는 처음 본다”고 평가해준다. 보통 AI 회사들은 고객사와 만나며 “이것 가능하다, 저것 가능하다”라고 얘기하지만, 이를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은 많이 없다. 우리는 이것을 제품으로 바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고객사가 주는 피드백을 현장에서 바로 보여준다. 그만큼 자동화가 잘 돼 있다. 이것이 올거나이즈의 장점이고 알리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AI 구축 자동화가 잘 돼 있는 점을 알리 생태계의 강점으로 꼽았다. /김동원 기자
    ▲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AI 구축 자동화가 잘 돼 있는 점을 알리 생태계의 강점으로 꼽았다. /김동원 기자

    - 사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놔서 걱정도 된다. 한국 스타트업의 위기라는 말도 들린다.

    “솔직히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유사한 사업에 참여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시장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 사업을 우리만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AI 앱 마켓을 우리만 한다고 하면 우리가 잘못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게 아닐까. 시장이 커지고 우리가 제대로 된 사업을 하려면 비슷한 회사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GPT스토어와 달리 B2B에 경쟁력이 있고, 기술력도 자신한다. 사실 GPT스토어가 나오고 나서 우리 모델을 설명하기 편해졌다. ‘기업용 GPT스토어’라고 하면 된다.(웃음)”

    - 최근 SK텔레콤에 알리 LLM 앱 마켓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SKT에서 엔터프라이즈 AI를 출시했는데, 우리 제품으로 협력해서 사업을 하기로 했다. SKT가 고객사에 필요한 LLM 앱을 골라 직무별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이것이 SKT에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제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SKT가 AI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우리 제품력을 인정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시장에서 신뢰를 키우고 있다.”

    - 현재 집중하는 시장은 어딘가.

    “금융 시장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현재 사업도 금융 도메인에서 제일 많이 하고 있다. 또한 공공, 제조 등도 올해 주력으로 할 부분이다. 공공분야에선 일본 외무성뿐 아니라 한국 지자체, 미국 주 정부 등이 고객사로 있다. 제조 분야에서도 각종 기계 매뉴얼을 기반으로 답변해주는 AI 챗봇 등을 공급하고 있다. 물론 유통, 교육 기관 등의 고객사도 있다. 하지만 올해 제일 집중하려는 영역은 금융, 공공, 제조다.”

    - 그렇다면 올해 집중하는 사업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우리가 작년부터 사업을 하다 보니 초기 레퍼런스가 구축됐고 좋은 소문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사실 금융권 같은 경우는 문서들이 워낙 복잡하고 매출 증가 등이 바로 적용돼야 하는 시장이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초기 레퍼런스를 잘 쌓아놨다. 그래서 올해는 이를 토대로 수확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일본과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과 차이점이 있나.

    “LLM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확실히 빠르다고 느낀다. LLM 관련 서비스가 작년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한국 고객사들이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뜨겁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 시장을 닮은 점이 많다. 외모는 일본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출산율이 줄어들면서 AI와 같은 자동화 기술이 필요하다. 속내는 미국과 달았다. LLM과 같은 고성능 기술에 관심이 높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모두 사업을 하다 보니 각 시장에 맞춘 제품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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