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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담뺑덕'이라는 도발적인 작품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이솜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Long Time No Sex)'라는 작품을 통해 은퇴설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시리즈의 줄거리는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하다. 불륜 남녀를 협박하는 섹스리스 부부. 하지만 그 속에는 '한국 시리즈에서 이 정도의 감정의 격차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감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속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솜의 얼굴도 담겼다.
'LTNS'는 영화 '소공녀'를 연출한 전고운 감독과 '윤희에게'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을 맡았다. 주연을 맡은 이솜과 안재홍은 세 작품째 작품에서 만났다. 영화 '소공녀', 안재홍이 연출한 단편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그리고 시리즈 'LTNS' 속에서다. 이솜은 재회의 반가움과 함께 "치열함"을 느꼈다.
"영화 '소공녀'도 제가 굉장히 애정하는 작품이고, 그 작품을 연출한 전고운 감독님도 제가 굉장히 애정하는 분이세요. 제가 'LTNS'를 잘 해내지 못하면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을 실망하게 할까 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재회의 기쁨보다 '더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컸어요. 다행히 두 분의 감독님과 안재홍 배우님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장면을 식상하지 않게 찍는다'라는 공동의 목표지점을 향해 치열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서로의 성향을 알아서 좀 더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이솜과 안재홍은 각각 '우진'과 '임박사무엘'이 되어 격렬한 연애 시절부터 결혼 후 섹스리스 부부(성관계가 없는 부부)가 된 모습까지 담아낸다. 이솜은 기혼자인 전고운 감독을 비롯해 주변에서 부부의 세계를 익혔다. 그는 우진과 사무엘의 관계에 대해 "삶에 치여서, 먹고 사는 현실에 치여서, 서로를 못 챙기고 못 들여봐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안재홍과)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깊이 대화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다행히 전작품을 두 편이나 함께해서 편안함이 묻어있었던 것 같아요. 'LTNS'의 첫 장면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우진과 사무엘이 그냥 TV를 보고 앉아있거든요. 그 모습이 현실로 와닿길 바라며 임했는데요. 잘 담긴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
'LTNS'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다소 수위가 높은 대사와 장면들도 등장한다. 이솜은 스킨쉽과 관련된 장면보다 현실적인 장면에 더 무게를 두고 싶었다.
"풋풋했던 스킨십들은 날 것 그대로 담고 싶었어요. 핸드헬드(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촬영 기법)로 촬영된 장면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동선과 합이 잘 맞아야 했어요. 액션 장면을 찍는 느낌으로 찍었습니다. 감정이 담긴 액션 장면이라고 할까요? 그런 장면을 찍을 때는 두 감독님과 저희 둘까지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동선 등 아이디어를 많이 냈던 것 같아요."
"(안)재홍 배우님과 애드리브 같은 게 굉장히 많이 녹여져 있어요. 한 장면만 있는 게 아니라 곳곳에 있거든요.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모텔에서 우진과 사무엘이 서로 노력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거 되게 재미있다, 그런데 잠이 오네, ASMR 같아'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것도 애드리브였고요. 초코파이 먹기 전에 '어우, 당떨어져'라고 말한 것도 제 아이디어였어요. 여러모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던 현장이었습니다." -
이솜이 유독 "치열하게 임한 작품"이라고 한 만큼 'LTNS'에는 처음 만나는 이솜의 모습이 다수 담겨있다. 특히 우진과 사무엘의 이야기가 담긴 5, 6화에서는 정말 날 것 그대로의 이솜이 등장한다. 이솜 역시 두 화를 가장 애정하는 회차로 꼽았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불륜도, 바람도 나쁜 거죠. 저희가 'LTNS'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촬영 전부터 육체적인 외도와 정신적인 외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요. 누가 더 나빴다고 아직도 고를 수가 없어요.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잘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개인적으로 화는 육체적인 외도일 때 더 날 것 같고요, 상처는 정신적인 외도일 때 더 남을 것 같아요. 정신적인 외도는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육체적인 외도도 그렇네요. (웃음)"
"5, 6부에서 우진이 폭주하잖아요. 그때 우진의 얼굴이 사실 제가 보지 못했던 얼굴인 것 같아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만든 얼굴이 아니거든요. 그냥 우진의 감정 그대로 카메라에 섰던 것 같아요. 그래서 완성된 'LTNS'를 보면서 '저 때 저런 얼굴이었어?'라는 순간들이 몇 군데 있어요. 우진이 돈을 뿌릴 때 표정을 보면서 '와 많이 내려놓고 찍었구나' 싶어서 놀랍더라고요." -
과거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이 공개된 후, 안재홍의 은퇴설이 돌았던 것처럼 'LTNS'가 공개된 후에는 이솜의 은퇴설이 돌았다. 이번이 마지막인 것 같이 연기하는 이솜 그대로의 민낯에 대한 반응이었다.
"저는 'LTNS'를 하면서, 현실적인 면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사실적인 감정을 많이 담아내려고 했고요. 그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저는 '소공녀' 속 미소라는 캐릭터도 좋아하지만, 'LTNS' 속 우진이라는 캐릭터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떤 작품이 다음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일상적이고,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연기에 더 접근해 보고 싶어요." -
사실 이솜은 영화 '마담뺑덕'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뒤, 계속 질주해 왔다. 영화 '소공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도 드라마 '모범택시'에서도 주저하지 않았다. 우진 역시 감정의 결은 다르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켜보는 관객과 시청자는 그를 응원하게 된다.
"그런 주체적이고 멋있는 캐릭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서요. 그런 멋진 캐릭터를 주시는 이유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다 잘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몸사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우진이는 조금이라도 수줍어하거나, 몸 사리면 안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좀 더 과감하게 내 뱉고, 아이디어도 더 많이 요구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감독님들께서 워워 하시고. (웃음)" -
그렇게 쏟아낸 'LTNS'는 이솜에게 "오래 기억될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다. 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치열하게 내 한계를 넘는 과정을 반복했던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며 올해 계획을 전했다.
"'LTNS'가 공개됐고,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궁금해요. 올해 하반기쯤에는 '별빛이 내린다'라는 영화가 공개될 것 같고요. 그 기간까지 작품을 기다리며 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연기하려면, 체력이 중요하거든요. 운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제 시간을 좀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