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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상화'에 드러난 생성형 AI 문제, 대응 방법은?

기사입력 2024.02.02 22:42
2일 열린 ‘생성사진 프로젝트’ 전시서 이미지생성 문제 다뤄
조선 초상화 사진으로 변형…“대형 생성 모델 이면이 드러나”
인문학자들 “생성형 AI로 인한 종속 요소를 알고 통제해야”
  • 2일 열린 ‘생성사진 프로젝트’ 전 연계 심포지엄 일환으로 마련된 전시에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변형 시킨 사진이 전시됐다.  /구아현 기자. 
    ▲ 2일 열린 ‘생성사진 프로젝트’ 전 연계 심포지엄 일환으로 마련된 전시에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변형 시킨 사진이 전시됐다.  /구아현 기자. 

    이미지 생성 기술 문제가 조선의 초상화를 통해 드러났다. 2일 서울 중구 티앤에스빌딩 5층에서 열린 ‘생성사진 프로젝트’ 전 연계 심포지엄 전시에 들어서자 조선의 초상화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변환한 다양한 사진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생성된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모두 같은 인물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생성사진 프로젝트’ 전시는 중앙대 인문콘텐츠 연구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최됐다. 실제 사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인 사진을 생성해내는 생성 이미지가 갖는 한계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조선의 초상화를 적대적생선신경망(GAN)을 기술을 적용해 변환시켜 얻은 가상의 얼굴을 비교·분석한 결과물을 전시했다.

  • 이 프로젝트를 이끈 박평종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는 이날 ‘인간의 의도, 기계의 의도로’라는 주제 발표에서 “편향된 이미지 생성에 대한 문제를 지금까지 시도된 적 없는 조선의 초상화를 가지고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며 “초상화를 사실적인 사진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획일화된 서양 얼굴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생성 이미지는 학습 데이터의 평균치로 결정돼 있고 평균적으로 획일화된 이미지”며 “서양 얼굴을 대량 학습한 AI가 모두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면서 기계적인 의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AI 프로그램으로 아트브리더를 사용했다. 이 이미지 AI 도구는 크게 사진의 선명도를 높이는 기능과 기계 학습을 사용해 이미지를 사실적인 사진으로 변형·생성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초상화를 사진으로 바꿔 생성해 주는 기능을 적용했다.

  • 박평종 교수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겪었다”며 “초상화를 사진처럼 변형시키려면 GAN 수치를 높여야 하는 데 100장의 초상화를 기반으로 GAN 수치를 동일한 100으로 지정한 결과 원본 초상화의 특질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였지만 동일한 서양 인물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 가능한 점은 두 가지다. 대부분 서양화를 학습한 AI가 학습 데이터에 없는 초상화의 특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변형 왜곡시킨다는 점과 사진처럼 변형시키려면 본래 초상화의 모습은 없고, 서양화된 사진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결과로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향이 고정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AI가 산출한 이미지는 알고리즘에 의해 이미 결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 ◇ 인문학자들이 말한 생성형 AI에 대한 대응

    이날 마련된 토론에서는 생성형 AI에 대한 우려와 인문학자들의 관점이 제시됐다. 박평준 교수는 AI 종속에 대응해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편리성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는 ‘종속’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인간의 개입으로 통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서울대 미학과 교수는 AI를 미디어 철학자인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의 철학을 바탕으로 설명하면서 AI에 종속돼 있는 인간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의도에 따라 AI를 기능하게 하고 또 AI는 인간을 가능하게 한다”며 “인간이 원하는 데로 장치(AI)를 다룬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장치가 할 수 있는 것만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간과 장치의 관계가 평등하지 않고 인간이 장치와 프로그램에 종속돼 있다”고 했다.

    “AI가 지배하는 사회에 대해 철학자들은 ‘로봇의 요소’를 드러내고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의 언어적 능력에 대한 AI의 지배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인간의 정신 작업을 모사하기 때문에 대형언어모델(LLM)처럼 인간의 언어를 배운 AI가 사람들의 언어적 능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에 대해 이재준 숙명여대 인문학연구소 교수는 AI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AI가 인간화된다고 보고 “인간적인 특징을 AI에 투입하면 저항 없이 쉽게 인간화가 이뤄진다”며 “거부할 수 없는 기술 혁명에 AI 인간화 과정 이해해야 하는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기억 못 하는 것처럼 인간화된 AI의 결과물에 대한 과정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고 은폐돼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자가 외부에서 알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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