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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4.02.03.00:01
  • 영화 '황야'에서 남산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황야'에서 남산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MCU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만큼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아닌, 이렇게 불린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속에서 각각 등장하는 마동석은 빌런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관객은 그 주먹에 스트레스를 실어 날려버린다. 이는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서도 이어진다. 마동석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 '황야'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황야'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남산(마동석)과 지완(이준영)은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로 향한 수나(노정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고 그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마동석은 멸망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들과 맞서는 사냥꾼 '남산' 역을 맡았다. 폐허가 된 상황과 맞물려 마동석 역시 강화됐다. 복싱 위주의 액션에 마체테부터 장총, 소총 등 무기 등을 사용하며 통쾌함을 더한 것.

    "마체테도 원래 있던 칼이 아니고, 캐릭터에 맞게 보통 마체테보다 더 큰 칼로 제작한 거예요. 제가 과거 총기를 많이 사용해 봤어요. 경호할 때는 청와대 안에 사격실에서도 연습했고요. 미국에서 사냥도 많이 해서 사슴, 멧돼지도 잡아봤고요. 그런 경험들이 베이스가 됐어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니 한국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뒷부분에 제가 달려 나가는 액션 장면을 임팩트 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위해 앞부분이 존재했던 거죠. (웃음)"

  • 영화 '황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황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영화 '황야'의 각본 작업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D.P.에 참여한 웹툰 작가 김보통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마동석은 그와 함께하게 된 과정에 대해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다른 결로 작업을 해보자고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변승민 대표가 먼저 제안해서 시작된 작업"이라며 '황야'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에서 BH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한 작품이기도 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같은 상황을 액션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마침 제가 과거 써놓은 8페이지짜리 트리트먼트가 있었거든요. '황야'를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니지만, 그걸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작가분들께 드렸어요. 그걸 토대로 작가님들이 시나리오를 썼고, 제가 다시 각색에 참여하며 '황야' 이야기가 완성됐어요. '황야' 속 캐릭터들이 사실 다 좋은 캐릭터거든요. 이희준, 이준영, 안지혜, 그리고 장영남까지 다 서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어요. 그 이야기가 다 들어가면, 액션을 넣을 공간이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3시간짜리 액션 영화를 만들 수는 없잖아요. 기획을 오락·액션물로 진행했기에 많은 부분을 거둬내며 액션 위주로 완성하게 됐습니다."

    "사실 '콘크리트 유토피아'보다 '황야'가 먼저 공개될 수도 있었죠. 그런 차이 같아요. 황궁 아파트의 등장에 관객이 당황할 수도 있는데, 인간적이거나 도덕적으로 두 작품의 세계관을 맞추기보다, 건물이 비슷하면 그 시대 이후의 이야기인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요. 액션은 그곳을 생각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그렇게 사용한 것 같아요."

  • 영화 '황야'에서 남산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황야'에서 남산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마동석은 영화 '황야'의 제목을 짓고, 제작과 주연 등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허명행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한 것도 마동석이었다. 마동석은 "제 스턴트도 같이 했었고, 굉장히 오래 했어요.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작품 말고도 아주 저예산이나 아예 모르는 작품에서도 같이 호흡을 맞췄어요"라며 허명행 감독과 무술감독과 배우로 이어진 오랜 인연을 꺼냈다.

    "스턴트 연기를 하다 보면, 전쟁과 비슷해요. 여기저기 다치는 일이 다반사에요. 그때마다 '밥 많이 먹으면 낫겠지?'라고 이야기하며 서로 위로하던 사이예요. 허명행 감독이 액션 연출에만 국한되어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캐릭터와 드라마에 맞게 액션을 구상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굉장히 머리가 좋은 감독이에요. 그런 면에서 전체 연출 역시 잘 해낼 거라 믿고 있었고, 허명행 감독이 연출할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황야'는 리얼리티 기반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허명행 감독이 상상력을 더해 액션을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안했어요. 허명행 감독과는 올해 개봉할 '범죄도시4'도 같이했지만, 앞으로도 같이할 작품이 있을 거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감독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영화 '황야'에서 남산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왼쪽)과 허명행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황야'에서 남산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왼쪽)과 허명행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허명행 감독 역시 마동석에 대한 깊은 믿음과 애정을 전한 바 있다. 앞선 인터뷰에서 허명행 감독은 "마동석이라는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마동석은 "그렇게 말한 건 고맙지만, 드웨인 존슨은 키도 크고 잘 생겨서 저랑 비교할 수가 없어요. 레슬링할 때부터 저도 그의 팬이었고요. 전 외모가 좀 딸려서 액션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는 거고요"라고 속내를 털어놔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어떤 관점으로 배우를 바라보는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어떤 배우는 모든 영화에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고 이야기해요. 그게 배우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저는 액션 영화를 하고 싶어서 여태 쌓아오고 헤처온 거라서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서 액션을 못 하는 날이 오면, 다른 장르의 작품을 할 수 있는 거겠죠. 영화는 '마라톤'이라서요. 무언가를 한다고,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계획된 액션 영화가 많이 있고, 다른 결의 액션을 준비한 게 많아요. 그것까진 충분히 해보고 싶어요. 지금도 나이가 쉰이 넘었는데요. 국가대표 선수들과 매주 스파링하고, 운동하고 있습니다. 감을 잃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영화 '황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황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저 혼자 가진 강박 같은 게 있어요. 진짜로 할 줄 모르는 기술을 영화에서만 화려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저는 제가 주먹으로 하는 액션들을 실제로 할 수 있게 만들려고 평상시에도 계속 운동하고 연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진짜로 해야 한다. 그게 중요합니다. 복싱을 오래 했지만, 그건 상대방을 치는 스포츠거든요.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상대방을 다치게 하면 안되죠. 아이러니한 지점이에요. 그래서 더 진짜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에게 중요한 지점 같습니다."

    '마동석'이라는 배우는 한 명의 '배우'를 넘어서 왔다. 다른 작품 속에서 같은 펀치를 선보이고, 그 펀치에 관객들은 후련함을 실었다. 한 편에서는 익숙함에서 오는 기시감을 염려하기도 하지만, 마동석의 생각은 달랐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말은 어찌 보면, 더 큰 자신감, 그리고 더 큰 재미로 읽힌다.

  • 영화 '황야'에서 남산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황야'에서 남산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황야'에서도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도 마동석이 나와요. '황야'를 기획할 때, 필연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해요. 마동석을 들고 들어가야 유리할까, 아닐까. 그런데 처음 감독, 작가, 제작사 등과 회의할 때부터 '마동석으로 나오면 좋겠다'라는 의견이었어요. '황야'는 OTT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의도가 있었어요. 어찌하다 보니 '범죄도시' 시리즈도 3천만 관객이나 봐주셨고, 우리나라에서 제가 나오면 당연히 기시감이 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기시감 때문에 영화를 안 보신다면, '범죄도시' 2, 3편도 안 됐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의식하는 것조차 강박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걸 해야 한다는 강박조차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재미있으면 된 거예요."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말을 제가 한 적은 없습니다. (웃음)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저는 전작을 잊을 정도로 좀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엔터테이너라고 하잖아요. 영화를 통해 엔터테이닝하고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면서 관객들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살면서 그런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앞으로 제가 합류한 작품 중에 잘 되는 작품도, 잘 안되는 작품도 있겠죠. 그런데 도전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게 더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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