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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 국면 맞은 비대면 진료 “尹 강조한 약 배송 법제화 명확히 반영돼야”

기사입력 2024.02.01 11:20
비전 2024: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이사 인터뷰
  • 한동안 주춤했던 비대면 진료가 윤석열 대통령의 제도화 선언으로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30일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비대면 진료에 관한 법 제도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여 과감한 규제 혁신과 함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이 제한되는 등 불평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가장 많은 논란이 일었던 약 배송 허용 의지를 내비쳤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조하진 사무관도 “보건의료 시스템에 ICT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큰 시대적 흐름”이라며 “의약계의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설득과 대화를 통해 의약계의 참여를 유도하고, 민간 앱 업계의 관리 방안 마련 등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현 규제 완화 기조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한, 대통령이 직접 나선만큼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의약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시각 차이가 커 이번 국회 임기 내 제도화를 쉽지 않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한 번의 큰 전환점을 맞은 비대면 진료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민생토론회에서 업계 대표로 발언을 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협회 비대면 진료 TF장 김성현 이사(블루앤트 대표이사,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 운영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 /사진=김정아 기자
    ▲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 /사진=김정아 기자

    Q 지난 30일 열린 민생토론회에 비대면 진료 업계 대표로 참석했다. 해당 토론회에서 논의된 비대면 진료의 핵심 내용은 무엇이었나?

    입법을 통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첫 번째 핵심 논제였다. 현재의 시범 사업은 의료법 개정 전까지 제도 공백을 해소하고 우려 사항을 점검하기 위한 임시 대책인데, 이제는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 번째는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약 배송’이 시범 사업에 빠져 있는 문제를 지적한 부분이다. 대통령이 ‘약 배송이 불편하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핵심을 정확히 짚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비대면 시범 사업 확대 이후, 이용자들의 ‘약국 뺑뺑이’가 계속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약 배송 법제화도 명확히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토론회에서 공개된 내용 외에 법제화 추진 일정 등에 대해 공유된 것이 있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실행 내용을 공유받은 것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법제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관련 의료법 개정안들도 해당 상임위에 발의된 만큼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는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너무 구체적인 사안까지 적용해서 입법이 어려웠지만, 큰 틀의 비대면 진료를 이행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만들고 세부적인 시행령으로 수정해 가는 포괄적 규제 방안을 적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Q 의약계의 반대가 여전히 거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의약계가 지적하는 문제는 시범 사업 결과를 평가하면서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근거를 통해 지적된 문제가 기우인지 아닌지 평가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상당 부분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비대면 진료가 시행된다면 3차 의료기관이나 특정 의료 기관으로 쏠림 현상 등의 우려가 있었으나,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기간이나 시범 사업을 통해 해당 이슈는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라, 데이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약 배송은 의료법 개정안이 아니라 약사법 개정안으로 가야 하는 문제인데, 약사법은 지금 발의된 법률이 하나도 없다. 약 배송도 초진을 허용하는 수준만큼 제한된 범위 내에서 허용해 오남용이 우려되는 약재가 실제 처방되는지, 오배송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실제 데이터를 수집해 따져봐야 하는데, 지금 데이터 자체를 모으지 못하는 게 훨씬 더 큰 문제다. 이에 시범 사업의 테두리 안으로 가져와 약계가 우려하는 상황을 점검하고 근거에 기반해 조율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Q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인증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나?

    의료 서비스는 공적 성격을 지닌 만큼 플랫폼 역시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 운영사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으로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플랫폼의 의무 규정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해당 인증은 복건복지부 산하 기관에서 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또한, 시범사업 시작하면서 수신자 자격을 조회할 법적 근거가 없어 힘들었는데, 심사평가원, 보건산업진흥원 등이 관련된 인증과 요건을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Q 비대면 진료가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올해 국내 비대면 진료 산업에 대한 전망은?

    비대면 진료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다양한 영역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서비스다. 의료 서비스의 핵심 이해관계자가 플랫폼에 참여하는 유일한 서비스이고, 고객 가치가 명확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입법으로 규제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된다면, 기존 헬스케어 기업들의 서비스 확대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신사업을 검토 중인 다양한 기업의 시장 참여가 예상된다. 여기에는 대기업도 포함된다. 올해는 본격적인 시장 생태계가 조성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Q 비대면 진료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리라 생각하나?

    현재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의 연결’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 가치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 및 예방 의료의 관점에서 다양한 서비스 오퍼링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2차, 3차 의료 기관에서는 원격 모니터링, 원격 협진 등 의료 전달체계 단계별로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가 사용자,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제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누적되는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AI 기술과 접목되면 차원이 다른 의료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Q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떤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나?

    비대면 진료가 제공하는 ‘편리한 의료 기관 연결’이라는 고객 가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에 기대하는 본질적 고객 가치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곧 ‘선제적 건강 관리’라고 생각한다. 

    우선 멘탈 케어(Mental Care)를 중요한 개인 건강 관리 영역으로 판단해 ‘심리 검사, 트레이닝, 전문가 상담’ 등을 통해 스트레스, 우울감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개인의 건강 관리 핵심 요소로 ‘습관 형성’을 돕는 ‘루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기부여 이론을 접목해, 개인 건강에 중요한 6개 영역(영양, 운동, 수면, 스트레스, 대인관계, 유해 물질)을 일상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규제 개혁으로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라케어뿐만 아니라, 5만3000명 회원을 확보한 의사 커뮤니티 플랫폼 닥플도 올해 많은 서비스 개편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인 의료인 모두가 선호하는 통합 헬스케어 서비스 회사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