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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 교과서, 교사들의 생각은?

기사입력 2024.01.31 19:02
31일 'AI 디지털교과서 교육 토론회'서 현직 교사들 발전 방향 제시
“교사 디지털 교과서 활용 교육 설계 전문성 요구돼"
기술 안전성,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등 우려 목소리도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수학 교육자들이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승현 대구교육대교수, 이유림 서울언남초 교사, 김희정 고려대 교수, 전수경 대구국제고 교사, 권경윤 동신중 교사 /구아현 기자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수학 교육자들이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승현 대구교육대교수, 이유림 서울언남초 교사, 김희정 고려대 교수, 전수경 대구국제고 교사, 권경윤 동신중 교사 /구아현 기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다가오는 가운데 현직 교사들이 느끼는 장점과 우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디지털교과서를 미리 수업에 반영해 활용한 교사들이 31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 모였다. 이들은 AI 디지털교과서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하며 AI 디지털교과서가 단순한 기계적 활용에 머무르는 게 아닌 깊이 있는 학습과 학생 주도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포럼은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학생 참여 중심 교수·학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마련했다. 수학·영어·정보 교사들은 프로토타입을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용해 본 교육 사례와 의견을 공유했다.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임우남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직무대리는 “디지털 교육 기반 효과를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미래 인재가 갖춰야 역량이 효과적으로 길러내는 데 필요한 혁신이 논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아현 기자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임우남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직무대리는 “디지털 교육 기반 효과를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미래 인재가 갖춰야 역량이 효과적으로 길러내는 데 필요한 혁신이 논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아현 기자

    AI 디지털교과서는 ‘하이터치 하이테크’(첨단 기술의 인간적 연결)라는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2025년 도입이 목표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영상 축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기반 교육에 대해 “학생은 개인의 역량과 배움의 속도에 맞는 맞춤 교육 체제로 공부하고 선생님은 학생 참여 중심 수업 혁신을 통해 인성, 창의력, 협업 역량 등 고차원적인 역량을 키워주며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연결과 사회 정서적인 교류를 더욱 강화하는 하이터치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골든타임이 시작되는 한 해”라고 강조했다.

    실제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한 교사 사례도 소개됐다. 이유림 서울언남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남긴 이전 수업 후기를 분석한 AI 디지털교과서 대시보드를 통해 학습 이력을 보고 다음 차시 수업을 위해 수업을 계획했다”며 “수업 마칠 때 수업 후기를 체크리스트를 통해 수집해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보여주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시간 질문과 피드백이 반영됐고 진단문제 6개와 AI가 생성한 맞춤 문제 6개를 풀도록 진행해 모두가 같은 문제를 풀던 수학 익힘책 활동은 끝났다”며 “학생 학습 심리와 정서 분석 페이지를 통해 수학을 어려워하는 다양한 이유를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고 교육 사례를 공유했다.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송선진 교육부 디지털교육전환담당관은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주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아현 기자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송선진 교육부 디지털교육전환담당관은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주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아현 기자

    ◇ 학습 설계 역량이 중요해진 ‘선생님’

    이날 포럼에서 현직 교사와 교육 관계자는 AI 디지털교과서로 ‘선생님의 역할’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송선진 교육부 디지털교육전환담당관은 “교사가 이끄는 교실혁명,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정책’ 기조 발제를 통해 교사가 단순 지식 전달자에서 멘토나 코치 바뀌었다“며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라는 도구를 갖고 학생의 환경과 역량을 분석해 최대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습 디자이너가 됐다”고 말했다.

    AI 등장으로 교사는 고차원적인 수업 설계가 가능해졌다고도 했다. AI는 교사에겐 비서와 같은 보조교사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학생에겐 1대1 과외처럼 개인교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디지털교과서가 선생님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처럼 보여 교사의 역할이 축소되는 거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가 있었다.

    이날 참여한 관계자들은 이 우려는 오해라고 했다. 김희정 고려대 교수는 “1기 터치 교사단 강의를 할 때 선생님들이 정체성 혼란에 자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면서 “선생님의 역할은 전혀 축소되지 않고 바뀔 뿐”이라고 말했다. 조재범 보라초등학교 교사는 “교사 역할의 악화가 아닌 교사의 전문성이 향상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실제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을 교육에 적용하고 느낀 점을 말했다.

    교사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는 교육을 설계하는 주체가 여전히 사람인 교사여서다. 송선진 담당관은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주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며 “AI 보조교사를 잘 활용해 교육의 본질을 구현해 보자는 것이 교육의 진심이고, ‘하이터치 하이테크’라는 교육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김희정 고려대 교수는 메타인지와 협력학습을 높이는 디지털 교과서 학습 모델을 제안했다. /구아현 기자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김희정 고려대 교수는 메타인지와 협력학습을 높이는 디지털 교과서 학습 모델을 제안했다. /구아현 기자

    ◇ “깊이 있는 주도적 학습 끌어내야”

    이날 김희정 고려대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참여’ 방식을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또 교사는 지식 전달자의 역할이 축소되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설계자 또는 비전을 제시해 주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수학 교육에서는 수학적 사고 중심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자동 채점과 맞춤형 문제풀이식의 기계적 학습을 벗어나 깊이 있는 탐구학습이 돼야 한다”며 “학생의 메타인지를 촉진하고 협력학습을 돕는 디지털 교과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학은 학생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탐구하는 방향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학생이 주체자가 돼 수업 내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행위 주체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전수경 대구국제고등학교 교사는 수학교육에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구아현 기자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전수경 대구국제고등학교 교사는 수학교육에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구아현 기자

    전수경 대구국제고등학교 교사도 수학교육의 본질에 대해 강조했다. 전수경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기 전 스킬 중심 수학 교육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자기주도성을 기반으로 핵심 개념을 탐구하고 실행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깊이 있는 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깊이 있는 학습에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수경 교사는 내용 탐구하기 △예측하기 △예측 확인하기△ 정당화하기 △확장하기로 이뤄진 수학적 탐구의 순환을 바탕으로 수학적 모델링을 설명했다. 전 교사는 “귀납적 방법을 통해 학습자가 스스로 탐구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영여교과 AI 디지털교과서 종합토론에서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우려가 공유됐다. (왼쪽부터) 이상민 경희대 교수, 권정속 청마중 교사, 성민창 경인교육대 교수, 조재범 보라초 교사, 이종혁 하남고 교사. /구아현 기자
    ▲ 31일 열린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에서 영여교과 AI 디지털교과서 종합토론에서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우려가 공유됐다. (왼쪽부터) 이상민 경희대 교수, 권정속 청마중 교사, 성민창 경인교육대 교수, 조재범 보라초 교사, 이종혁 하남고 교사. /구아현 기자

    ◇ AI 디지털교과서, 믿을 수 있는가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우려도 많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참여자는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의 도구로 활용돼 더 편리해지는 것을 알겠으나 이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가 문제”라며 “잘못된 정보가 입력될 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사의 자질과 역량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다. 프로토타입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교사는 “학부모형 대시보드는 양날의 검”이라며 “학부모가 자녀의 수준을 파악하고 교육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좋은 기능이지만 하나의 감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가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지 않고 다른 방향의 수업 방식으로 수업할 때 디지털교과서 화면에는 해당 수업차시가 ‘공란’으로 표시된다. 교육 현장의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날 수업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지만 학부모용 대시보드에는 표시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조재범 보라초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교사 역할의 악화가 아닌 교사의 전문성이 향상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아현 기자
    ▲ 조재범 보라초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교사 역할의 악화가 아닌 교사의 전문성이 향상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아현 기자

    ‘하이테크’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한 교사는 "모든 교사가 얼리 어답터(최신 기기를 일찍 사용하는 사람)가 될 수 없다"며  "교사마다 디지털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 도구로 이용할 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또 다른 교사는 “학부모들의 기대가 높다”며 “교사가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에 대한 지식의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교육부가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 연수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날 포럼에 참여한 교사들은 “하이테크 부분에서 현장 교사들이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심리적인 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0단계 맞춤형 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제고됐다. 이날 이상민 경희대 교수가 좌장으로 이끈 영어 교과 종합토론에서는 교사들은 “현재 AI 디지털교과서는 0단계 수준의 콘텐츠가 없다”며 “영어처럼 학생들 사이 학력 격차가 많이 나는 과목은 이같은 0단계 수준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보 교과 교사들의 디지털교과서 개선사항으론 대시보드 분석 능력 △학습자 동기 부족 △ 에듀테크 자원 관리 △학부모 협력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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