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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업기술원의 제34대 원장으로 성제훈 전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이 취임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농업과학 기술 개발과 보급, 농산물 안전성 분석, 정예농업인 육성 등을 담당하는 경기도청 산하 직속 기관이다. 농업 관련 연구개발(R&D)과 기술 보급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농민들과의 화합, 올바른 농민 육성의 책임도 맡고 있다.
최근 농업의 기술 발전은 크게 중요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농지 면적 역시 감소하면서 식량 위기 문제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는 농업 기술 고도화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사람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면서 같은 면적에서 식량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시설농업과 같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CES에서 2022년부터 존디어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존디어는 자율주행 트랙터 등의 기술로 실질적인 농업 자율화를 선도하며 관련 업계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농업과학 기술 개발을 과제로 둔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이 같은 과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기관이다. 이와 더불어 발전된 기술을 현재 농가에 잘 융합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성제훈 원장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존디어의 활약으로 농업 기술에 관심이 커진 시기에 경기도농업기술원장에 취임했다. 이 같은 상황에 가장 적임자로 평가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성 원장은 전남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거치며 컴퓨터 영상처리를 공부했다. 또 박사 과정에선 작물 생육 등 농업 관련 기술을 배웠다. 영상처리는 지금 비전 AI 기술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술이다. 그의 이력을 봤을 때 AI와 농업 등에 관한 지식을 모두 탑재한 전문가라는 답이 나온다.
하지만 이력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긴 어렵다. 지난해 9월 만난 성 원장은 농업과학과 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해외 선진 기술을 적극 탐구하면서 한국 농업발전을 모색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로 그와 만난 것은 광주에서 열린 AWC 광주행사 때였다. 당시 AWC 광주에는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 회사이자 기술 회사인 ‘존디어(John Deere)’를 비롯해 영국 ‘애그리테크E(Agri-TechE)’, ‘에이포닉 인터내셔널(Aponic Internatinal)’, ‘바이타빔(Vitabeam)’ 등 4개 기업 관계자가 강연차 와 있었다. 무클 바시니 존디어 아태지역 부사장과 벨린다 클라크 애그리테크E 이사가 기조 강연을 했고, 다른 기업 대표들이 강연을 했다. 이날 성 원장은 직접 이들의 강연을 들었다. 그리고 직접 몰고 온 승합차에 이들을 태우고 전주로 향했다. 농진청에 방문해 현재 한국에서 진행하는 농업 연구를 소개하고 농진청 연구진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취재를 하고 있던 기자 역시 이 승합차를 타고 광주에서 농진청으로 가게 됐다.
일정은 빡빡했다. 농진청 소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국립농업과학원 등을 방문해 실제 국내 농업 현황을 보았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의 첨단디지털온실을 방문했고, 전북김제스마트팜혁신밸리지원센터에 방문해 스마트팜 교육 현황 등을 확인했다. 존디어, 애그리테크E 등 관계자들은 첨단디지털온실 등에서 한국 농업 기술에 관심을 가졌고 여러 협력 얘기도 오갔다. 이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과 대담 시간도 가졌다. 연구원들은 해외 기업들의 연구 동향 등에 대해 질문했고 서로 여러 내용을 토론했다.
이 자리를 마련한 사람도 그리고 직접 운전하며 이들을 안내한 사람도 성제훈 원장이다. 농진청 관계자가 “아니 이 일을 다 단장님께서 직접 하십니까”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성 원장은 직책, 권위 등에 개의치 않았다. 이들과 하나라도 더 논의하며 농업발전을 하려고 했다. 지금도 연구원들과 더 많은 토론을 해야 한다며 서둘러 운전하던 그의 모습이 선하다.
현재 입고 있는 옷과 관계없이, 외부에 보여지는 것과 상관없이 농업발전만 생각하던 이가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이 됐다. 1998년부터 농진청에서 근무하며 경험도 많은 이다.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전 세계적인 기술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그가 국내 농업발전 전초기지의 키를 잡았다. 해외 관계자들을 태우고 서둘러 핸들을 돌리던 그의 모습이 왠지 반갑기만 하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