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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민 덕희'에서 재민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돼 사기를 쳐야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사기를 친 덕희(라미란)에게 제보를 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인 인물, 그 묘한 균형은 '공명'으로 인해 사랑스러워진다. 영화 '극한 직업', '킬링로맨스' 등의 작품에서도 비쳤지만, 또 다른 색이다.
공명은 '시민 덕희'를 입대 전 촬영했고, 입대 후 첫 작품으로 대중에게 만나게 됐다. 공명은 "제가 무대인사를 하는데 어떤 팬 분께서 편지를 주셨는데 '극한 직업' 이후로 한 무대인사가 '시민 덕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작품을 개봉하면, 관객들과 가까이 만날 기회가 있으니까 좋아요. 또 팬 분들도 무대인사에 목말라 계셨던 것 같아요. 전역하고 '시민 덕희'를 개봉할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 저에게 행운이고 기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
'시민 덕희'는 한 시민이 보이스 피싱 조직원의 제보를 잡고 총책을 검거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공명은 재민의 모티브가 된 인물을 만나보지는 못했다. 해당 인물은 영화에서 많은 부분 각색되어 '재민'으로 탄생했다.
"재민이가 사기를 치고, 그 사람에게 구조 요청을 하게 되잖아요. 전화상으로만 덕희와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을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어요. 보이스 피싱 사기를 칠 때는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관련 영상이나 사례, 그리고 공개된 녹음 파일 등을 찾아보며 준비했어요. 그런 것들을 토대로 제가 핸드폰에 녹음해서 감독님께 보내드리기도 하고, 그렇게 만들어간 것 같아요. 처음에 보이스 피싱할 때 재민이의 목소리를 확 다르게 하려고 했는데, 점점 맞춰가다 지금 보신 버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
"피해자이기도 하고, 가해자이기도 한 재민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욕심이 났어요. 그래서 재민이가 누워서 날짜를 표시하는 부분이나, 창문으로 가기까지 몇 번이나 시도해 보고 그랬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는 재민이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상황에서 용기 있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진짜 답답하고, 탈출하고 싶지만, 거기에서 어쩔 수 없이 순응하면서 살 것 같은데, 제보할 수 있는 재민이의 용기가 장면, 장면들에 담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어떤 캐릭터는 이를 입는 배우로 인해 더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공명은 재민뿐만 아니라, 열정은 넘치지만 어딘지 모자란 재훈(극한직업)이나, 여래(이하늬)를 구하기 위해 용기를 한 스푼 내보는 사수생 범우(킬링로맨스) 등을 통해 특유의 러블리한 어리바리함으로 캐릭터를 관객의 마음에 착 붙였다. 공명은 그 비결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
"'극한 직업', '킬링로맨스', 그리고 '시민 덕희'까지 제 속에서 그런 부분을 꺼내주신 것에 너무 감사하고 있어요. 제가 어디서 그런 모습을 꺼내거나, 캐릭터의 어떤 부분을 만들어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캐릭터의 상황이나, 성격이 각각 다르지만, 오히려 더 공명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에게 어리바리한 면이 있어요. 강단 있는 면은 별로 없어서요. (웃음)"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 오히려 그 이미지가 있어서 좋은 게 아닐까요? 보시는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데, 제가 고민하고 걱정할 이유는 없잖아요. 김한민 감독님께서 예전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배우가 이미지에 굳혀져서 고민하고 걱정하며 새롭게 뭔가 다른 걸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좋아하시는 그 이지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더 좋은 걸 보여줄 수도 있다'라고요. '우물을 더 깊게 팔수록 물이 나온다'라는 늬앙스의 말씀이었어요. 한 가지로 굳어지는 것이 아닌,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또, 저는 앞으로 갈 길이 많다고 느껴져서요. 다른 모습은 충분히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공명은 지난해 6월 13일 제대했다. 공명은 "저 신병교육대 조교로 있었어요. 편하지만은 않았어요"라고 웃으며 군대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19~20살 때부터 엔터테인먼트에서 '공명'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이어왔어요. 그런데 군대에서는 '공명'이 아닌, 그냥 '김동현'으로 대해주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좀 달라진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군대는 무섭게 하면 안 돼요. 조교는 더욱더 흐트러지면 안 돼요. 조교도 똑같은 병사예요. 그런데 무섭게 하면 휴가도 없어지고 해서, 그런 문화가 없어졌어요." -
"군대 안에서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이 '일을 할 수 있다'라는 감사함이었어요. 그래서 일단 군 복무 기간인 18개월 동안은 절대 쉬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제가 다짐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 기간은 절대 아프지도 말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19~20살 때부터 시작해, 올해 딱 10년 차가 되었더라고요. 배우를 하면서 마라톤이라는 생각으로 뛰고 있어요. 제 페이스대로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배우로 고민하고 나아가며 다른 모습들이나 더 좋은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공명의 말처럼 올해 그는 열심히 일할 예정이다. '시민 덕희'의 개봉 후 라디오, 웹 콘텐츠, 무대인사까지 최대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차기작으로 '광장'과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확정 지으며 새로운 모습을 예고하기도 했다. "쉬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요"라는 공명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또 대중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즐거운 기대감으로 만나게 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