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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 4일 근무제’ 바람 솔솔…‘놀금’ 시대 열릴까

기사입력 2024.01.31 06:31
코로나19 이후 국내 기업들 다양한 근무 형태 시도
기업의 목표와 문화에 맞는 대책 마련 필요
  • 코로나19로 도입된 주 4일 근무제가 산업 전반에 확산하며, 최근 근무 제도가 다변화하고 있다. 주당 40시간 일하는 5일제 근무가 정착된 2011년 7월 이후 12여 년 만이다.

    주 4일 근무는 직원의 워라밸 향상과 생산성 향상, 인재 유치 및 유지 등 다양한 목표를 달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일부 기업은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 도입으로 생산성을 향상함으로써 짧은 근무 시간 동안에도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 근로 시간을 줄이거나 개개인에 맞춰 유연화해 구성원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생산성 증진과 회사 소속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다양한 시범운영을 통해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주 35시간 근무시간을 유지하는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했다. 그 결과, 생산성은 유지하면서 근로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은 감소했다. 뉴질랜드, 스웨덴, 독일, 일본 등도 워라밸과 노동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각자의 문화와 노동 시장 상황에 맞게 주 4일 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주 4일제에 대한 효과와 성공 사례는 전 세계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 주4일제, 격주 금요일 등 다양한 근무 형태 시도

    국내에도 주 5일 근무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근무 일수를 줄여가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휴넷은 주4일제를 전격 도입한 대표 기업이다. 2022년부터 주4일제를 운영 중인 휴넷은 “주 4일제 도입은 오히려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주 4일제 도입 이후에도 각 직원이 생산해 내는 업무량은 이전과 다르지 않으며, 업무 효율성은 오히려 상승했다”고 밝혔다.

    최근 휴넷이 실시한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직원 만족도는 93.4점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또 ‘일하기 좋은 기업인가?’라는 질문에는 전년보다 16.9점 상승한 77점으로 조사 이래 최고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휴넷은 주 4일제를 도입한 이후 주어진 시간 동안에는 온전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숙박 플랫폼 회사 여기어때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 토스는 매주 금요일 오전 근무만 하는 주 4.5일제를 시행 중이다.

    주당 40시간 근무는 유지하되, 다른 일수에 근무 시간을 채우고 하루를 쉬는 방식을 적용한 기업도 있다. SK그룹은 2019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주요 관계사에 월 1∼2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SK텔레콤은 격월로 주 금요일에 휴무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는 2주 근무 80시간을 채우면 월 1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LG그룹은 정식으로 주 4일제를 제도로 도입하지는 않았으나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부서장 재량으로 운영 중이다. 근무 시간 주 40시간을 채우고 사전에 협의하면 근무일을 조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2023년 6월부터 매달 월 필수 근무 시간을 채웠다면 월급날인 21일이 있는 주 금요일에 쉴 수 있다. 다만, 교대근무 생산직은 예외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선택적 근로제를 도입했다. 코웍시간을 포함하여 하루 7시간, 주 32시간 기준에서 월 단위 총 근무시간 내 개인 업무 스케줄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 시간을 분배해 근무할 수 있다. 코웍시간은 월요일 13시부터 17시,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10시 30분부터 16시다.

    ◇ 생산·제조·건설 등 근무 변화 확산 조짐

    주 4일제와 같은 근무 형태의 변화는 IT기업뿐 아니라 생산이나 제조, 건설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 지난 19일 포스코는 국내 철강 업계 최초로 주4일제 실험에 나서자 제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주로 정보기술(IT)‧온라인 업체를 중심으로 불던 주 4일 근무제 바람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포스코는 2018년 상주 직원들이 효율적인 업무 시간대를 정해 일할 수 있도록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주 평균 40시간 이내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해 근무하는 제도다. 새로 도입된 격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기존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격주 금요일에 한해 4시간의 필수 근무를 없애 직원들의 근로 시간 선택권을 더욱 넓힌 것이 핵심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코어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코어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3시)과 주 40시간만 지키면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방식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22년 8월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과 주 4일제(주 32시간) 도입을 추진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국내 상급종합병원과 대형 병원을 통틀어 최초 사례다.

    ◇ 기업의 목표와 문화에 맞는 대책 마련 필요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의견은 기업과 근로자가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개인의 삶과 질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인 2명 중 1명은 연봉이 줄어들더라도 주 4일제 근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R테크 기업 원티드랩이 공개한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4%가 ‘연봉 감소를 감안하고도 주 4일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연봉 삭감률 최대 폭은 ‘5% 미만’이 73.4%로 가장 많았다.

    직장인들은 똑같이 주 40시간을 일하더라도 나흘 동안 몰아서 일하고 하루를 더 쉬는 근무 방식을 선호했다. ‘10시간씩 주 4일제’ 근무와 ‘8시간씩 주 5일제’ 근무 방식을 제시한 결과 응답자 3명 중 2명(67%)은 ‘10시간씩 주 4일제’를 꼽았다.

    기업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생산성 감소와 협업 업무의 어려움 등의 우려와 일부 연속적인 운영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주 4일 근무가 제한될 수도 있다.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제도화하자는 의견도 있는 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 4일제 도입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반면, 일부 업종에서만 한정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생산 현장 산업은 근로 시간이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주 4일만 근무하는 직장만 찾는 직업 양극화가 발생하는 등의 사회적 문제 발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주 4일 근무는 도입하기 전 기업의 목표와 문화에 맞게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효과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합의와 보장이 우선 뒷받침되어야 하며, 산업 현장별 차이에 따라 유연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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