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현주 "그저 '선산' 속에 젖어 연기…배우로서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인터뷰]

기사입력 2024.01.30.00:01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사람은 각기 무르익는 시간이 다르다. 사람으로서도 직업적으로도, 청춘의 전성기 때와는 또 다르게 무르익어가는 시기가 있다. 하이틴 스타로 사랑받았던 김현주는 불혹을 넘긴 시기 연기적 변신에 나섰다. '왓쳐'를 통해 스릴러 장르에 첫 도전한 그는 줄곧 장르물을 선택하며 무르익은 연기력을 펼치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형 미스터리 장르 '선산'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인물이다. 평범한 인물답게 욕망 앞에 솔직하고, 공포 앞에 지질해진다. 그런 현실적인 캐릭터성이 다소 비현실적이고 파격적 설정을 가진 작품의 중심을 끌고 간다.
  •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의 주역 김현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 중 김현주는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된 '윤서하' 역을 맡았다.

    윤서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정을 모르고 살았다. 아버지는 서하가 어린 시절 도망가 버렸고, 어머니는 모성애보다 여자로서의 삶을 중시했다. 가족애를 느끼지 못하고 산 윤서하는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 듯 보였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대하던 정교수 임용까지 물거품이 되면서 절망에 빠진다.

    이 가운데 윤서하에게 희소식이 들려온다. 존재조차도 몰랐던 작은 아버지가 남긴 선산이다. 윤서하는 선산을 통해 삶을 바꿔보려 하지만, 어느 날 서하의 이복동생이라 주장하는 김영호(류경수)가 등장하며 미스터리한 일들을 맞닥뜨린다.
  • 선산은 오래간만에 등장한 한국형 미스터리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최근 장르물에서 활약해 온 김현주는 현실적인 감정선을 끌고 가는 입체적 캐릭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준비 과정을 묻자, 그는 "제가 안 해봤던 캐릭터라 선택하긴 했지만, '새로운 걸 보여드려야겠다'하는 생각으로 하진 않았다. 그저 작품 속에 젖어 있었다"라며 "서하를 준비하며 '마른 가지'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다. 그런 완급 조절에 신경을 쓰며 연기했고, 제가 여태 해 온 것보다 더 현실적인 감정을 드러내고자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 '트롤리' 이후 바로 '선산' 현장에 적응해야 했던 김현주는 첫 회부터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고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제가 작품을 연달아 하기도 했고, 자꾸 그걸 핑계 삼으면서 더 집중하고 분석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에게 '제가 너무 잘못한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다"라며 "초반부터 힘을 짱짱하게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고, 그런 점에서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좋게 봐주신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했다"라고 털어놨다.
  • 특히 '트롤리'에서 부부 호흡을 맞췄던 박희순과 연이어 재회했다. 김현주는 "'선산'에서는 많이 붙는 신이 없어서 서로 편한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희순 씨가 농담으로 '우리 같이 넘어가면 되니까 캐스팅한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전작에서 부부로 맞췄던 호흡을 간단히 내려놓긴 쉽지 않았다. 김현주는 "제가 (희순 씨) 얼굴을 못 보겠더라. 남편 같아서 '이거 쉽지 않은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며 "'트롤리'가 정리되고, 각자 찍다가 후반부쯤에 다시 만나서 다행이었다. 워낙 희순 씨가 배려가 많은 분이고, 후배들과 격의 없이 잘 지내는 좋은 오빠, 선배, 동료 배우다. 또 같은 회사 식구가 돼서 서로 의지하고 상의하며 '선산'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 김현주가 '선산'에서 다시 만난 건 박희순뿐만이 아니다. 이미 연상호 감독과 여러 번 합을 맞췄던 김현주는 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기획한 '선산'에서 또 한 번 연기를 펼쳤다. 연 감독과 작품에서 만난 건 세 번째다. 연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김현주 씨는 뮤즈까진 아니고 동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현주 역시 해당 인터뷰를 봤다며 "제가 무슨 감독님에게 영감을 주겠나.(웃음) 그냥 감독님과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왔으니까. 또 감독님이 대학 다닐 때 저는 데뷔를 해서 저를 계속 봐오시지 않았겠나. 그래서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신 것 같다. 제 생각에는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새로운 장을 열어 준 연 감독에 대한 감사를 표한 김현주다. 그는 "연 감독님께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배우는 계속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시도하고 싶은데, 사실 그런 작품이 들어오지 않으면 저 혼자 할 수는 없다. 혹은 마음은 있지만 용기가 없을 수도 있는데, (연상호 감독처럼) 옆에서 용기와 기회를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며 "제 연기력에 있어서 스펙트럼을 넓혔다기보다는 연 감독님이 넓혀주셨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 내후년이면 데뷔 30주년을 맞는 김현주는 '30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믿고 싶지 않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제가 96년도 말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는데, 드라마로는 97년도 데뷔니까 97년 데뷔라고 해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아직 30년 되기까지 시간이 좀 남지 않나"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사실 그런 '몇 년 차'라는 생각을 안 한 지는 꽤 됐다. 오히려 5년, 10년 차까지는 생각을 했는데, 그 이후로는 그냥 '언제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하는 걱정만 했던 것 같다"라며 "그냥 (배우로서) 선택을 해오다 보니 이만큼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고, 그때그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할 거다. 이대로 사는 것도 너무 좋은 것 같다"라며 배우로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한편, 김현주가 출연하는 '선산' 전편은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김현주는 넷플릭스 '지옥2'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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