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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때, 두 단어가 생각났다. 관계와 성장.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시작점과 끝점에서 반 발짝 정도는 성장하는 위치에 선다고 생각했다. 그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였다. 억지스러운 관계가 아닌, 소소하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한 발짝 성장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정서로 완성했다."
영화 '도그데이즈'를 연출한 김덕민 감독이 작품에 담고 싶었던 정서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2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진행된 영화 '도그데이즈' 시사회에서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덕민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이현우, 탕준상, 윤채나가 참석했다.
김덕민 감독의 말처럼 영화 '도그데이즈'에는 강아지를 중심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복잡한 차도에서 우연히 옆 차선에 서 있던 그 사람과의 만남이, 일상에서 만나는 배달 라이더 기사님과의 만남이 때로는 삶의 중요한 지점이 되기도 한다. 그 사람이 삶에서 중요해졌을 때다. '도그데이즈'는 진영(김서형)이 원장으로 있는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
윤여정은 건축가 민서 역을 맡았다. 유명한 건물을 건축한 사람이지만, 현재 반려견 완다와 단둘이 생활하는 인물. 진영이 원장으로 있는 동물병원의 손님이기도 하다. '윤여정이 윤여정 했다'라는 말을 투영할 수 있을 정도로, 평소 그의 말투와 성격을 깊이 녹여낸 캐릭터였다. 윤여정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캐릭터 이름도 '윤여정'이라고 돼 있었다. 나보고 하라는 강요였겠지"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이어 "불편함이 없었다. 비슷한 성격이라서"라며 높은 싱크로율을 인정했다.
민서가 잃어버린 완다를 찾는 데 도움을 주게 되는 인물은 MZ세대 라이더 진우(탕준상)이었다. 탕준상은 윤여정과의 호흡에 대해 "역시 선생님은 다르시구나"라고 감탄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엄청 추운데 화내신 적도 없고, 제가 대사를 틀려도 '틀리면 되겠니'라고 하시며 정작 본인은 한 번도 대사를 틀리시지 않더라. 바짝 긴장하고 촬영에 임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윤여정은 탕준상의 부모님이 자기 아들과 동갑인 75년생임을 언급하며 "이런 세대와 하는 건 처음이다. 배우 생활을 오래 해서 가능한 일이고, 그래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배우를 너무 오래 하다 보니 지겨울 때도 있었다. 할머니 아니면 어머니, 좋은 어머니 아니면 나쁜 어머니. 뻔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순간순간 일상이 되었으니까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라고 남다른 소감을 덧붙이기도 했다. -
길 잃은 완다는 지유(윤채나)의 품에 안기게 된다. 지유는 엄마 정아(김윤진)와 아빠 선용(정성화)과 새로운 가족을 이루게 되는 인물. 정성화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드리브를 많이 연구했다. 그는 "김윤진과 많이 연구하며 웃기도 했다. 몇 개는 잘 살았던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윤진은 엄마 연기의 공을 딸 지유 역의 윤채나에게 돌렸다. 그는 "예쁘고 맑은 아이가 내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몰입이 됐다"라고 당시를 회상했고, 윤채나는 "내가 지유가 됐다고 생각하니 그냥 너무 슬퍼서 눈물이 저절로 났다"라고 솔직하게 전해 연기 천재의 면모를 보였다.
이현우는 여자 친구(김고은)의 반려견을 맡아 돌보게 된 뮤지션 현 역을 맡았다. 특히 김고은은 영화 '영웅'의 조감독이었던 김덕민 감독과의 인연으로 특별 출연을 결정했다. 이현우는 김고은과의 연인 호흡에 대해 "굉장히 밝고 따뜻하게 그려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조금 있었다.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고 (김고은) 누나의 첫 대사를 듣자마자 몰입하고 서로에게 집중해 잘 찍을 수 있었다"라고 김고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
반려견을 '가족'으로 담은 따뜻한 지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정성화는 "반려견이 주제가 되는 영화 중 가장 인간다운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는 꼭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예능 '삼시세끼' 등의 프로그램에서 강아지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보여온 유해진은 "개라는 동물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강아지와 인간의 연, 따스함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려견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 '도그데이즈'는 오는 2월 7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상영시간 120분.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