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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노재원이 박보영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세기말의 사랑'에서 구도영 역을 맡은 배우 노재원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세기말의 사랑'은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던 1999년, 짝사랑 때문에 모든 걸 일은 영미(이유영)에게 짝사랑 상대의 아내 유진(임선우)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구도영은 영미의 짝사랑 상대이자 유진의 남편.
노재원은 극 중 두 여성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임선애 감독은 구도영 역에 그를 캐스팅한 이유로 "그가 출연한 단편 영화를 보며 주연이 아니었는데도 눈에 띄었고, 그렇게 덕질(팬 활동)이 시작되었다"라며 "저의 이상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노재원은 "캐스팅 제안을 받고, 저는 '이 분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컸어요. 그 정도의 사람이 아닌데요. 하지만 감독님의 그 애정 덕분에 도영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작품을 제안받고 임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
사실 노재원은 다수의 작품에서 임선애 감독뿐만 아니라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어 왔다. 특히,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와요'에서는 망각 장애를 가진 '서완' 역을 맡아 보는 이들에게 울림을 전했다. 서완은 공시생이지만 자신을 판타지 세상에 가두고 자신의 담당 간호사인 정다은(박보영)을 "중재자님'으로 부르는 인물이었다. 당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보영은 "서완님이 제 눈물 버튼이었다"라며 "현장에서도 서로를 서완님과 중재자님이라고 불렀다"라고 깊이 몰입해 있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재원은 "지금은 (박)보영 누나인데요"라며 박보영에 대한 달라진 호칭을 전하며 고마운 마음을 꺼냈다. 그는 "첫 만남에서부터 제 중재자님이 박보영이라는 분이셔서 너무 좋은 거예요. 얼마나 사람이 마음까지 아름답고 착한 분이세요. 이런 사람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완'이 된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중재자님'이라고 부르고, 그게 익숙해지다 보니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기가 애매해지더라고요"라고 웃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박보영) 누나가 저를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제가 촬영이 서툴기도 하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경험이 많지 않을 때라 한참 동안 기다려주시기도 했고요. 서완이 이마를 박고 정다은 간호사가 손으로 그걸 막아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박보영) 누나의 손을 정말 다치게 했어요. 너무 죄송했는데 티 한 번 안 내셨어요. 정말 중재자님처럼 저를 케어해주셨어요"라고 촬영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서완으로 촬영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몰입해 있는 박보영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노재원은 "촬영 현장에 갔는데, (박보영) 얼굴이 확 달라져 있었어요. 나중에 촬영이 끝나고, (박보영) 누나가 집중하지 않아도 될 때, 살짝 다가가서 '촬영 끝나면 누나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여쭤봤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도 연락할 때 '중재자님 잘 지내세요?'라고 (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한편, 노재원이 '구도영' 역으로 열연한 영화 '세기말의 사랑'은 매력적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여성 영미(이유영)와 장애를 가졌지만 당찬 유진(임선우)이 짝사랑남이라는 묘한 계기로 만나 상황을 헤쳐가며 관객에게 '괜찮다, 그럴 수 있다'라는 위안을 전해주는 독특한 매력의 작품으로 오는 1월 24일 극장에서 개봉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